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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빛어린이병원'은 18세 이하 어린이 환자가 평일 야간이나 휴일에도 제때 진료받을 수 있도록 지역 내 병의원 중에서 지정해 운영하는 공공 어린이병원이다. 전국 13개 광역자치단체에서 총 57곳을 운영 중이지만, 울산 등 4개 지자체에는 한 곳도 없다. 이 때문에 지역에서 아이가 밤에 급하게 열이 오르거나 배앓이 할 때 마땅하게 찾아갈 병원이 없다. 어렵게 찾아간 일반병원 야간 응급실에서는 소아 전문의가 없어 다른 지역에 있는 대학병원으로 가야 하는 상황도 발생하기도 한다. 

 최근 울산 북구 지역 학부모 10여 명으로 구성된 '달빛어린이병원 유치 추진위원회'가 이 같은 분위기를 타파하고자 기자회견을 열고 울산에도 '달빛어린이병원' 설치를 요구하고 나서 주목된다. 이들은 아이를 키우는 데 필요한 의료 인프라가 부족한 점이 젊은 인구의 탈 울산 원인 중 하나라고 강조하면서 울산에서 18세 미만 인구가 가장 많은 북구부터 달빛어린이병원 지원을 위한 조례를 제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 상황을 제대로 분석하고 있고 방향성도 옳다고 본다. 해당 자치단체의 의지로 시급히 풀어나가야 할 사안인데도 '목마른 사람이 우물을 파는' 형국이어서 답답하고 안타깝다는 생각마저 든다. 

 이들이 발 벗고 나선 데는 이유가 있다. 지자체가 앞장서 달빛어린이병원 유치 노력을 해야 마땅함에도 아직껏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어서다. 따라서 내년 2월 북구의회 임시회 때 달빛어린이병원 지원을 위한 조례 제정을 주요 안건으로 논의될 수 있도록 주민의 서명을 받아 북구의회에 전달할 것이라고 한다. 하지만 더욱 걱정되는 것은 우리 의료계의 현안이 복잡한 점이다. 문을 닫는 소아청소년과나 산부인과 병원이 속출하고 있는데다 야간이나 휴일에도 진료한다는 타 지역 달빛어린이병원 중 정상 운영되는 곳은 몇 안 된다. 의사가 없어서 응급실을 운영하지 못하는 병원도 수두룩하다. 지방 의료원들은 연봉 수억 원을 제시해도 의사를 구하지 못한다며 하소연이다. 절대적으로 부족한 의사 수를 대폭 늘리고 의료 인력 양성 구조를 개혁해야 한다는 목소리는 높지만 파행을 거듭하고 있다. 

 특히 요즘처럼 저출산시대에 아이키우기 좋은 환경을 만드는 일은 그 무엇보다 절실하다. 하지만 이는 말로만해서 이뤄지지 않는다. 지역주민, 지자체, 정치인, 당사자들의 협력과 노력이 있어야 가능하다. 달빛어린이병원 지원을 위한 조례청구 서명에 사회 구성원들의 동참이 필요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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