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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자동차차 상트페테르부르크 공장._현대차 그룹 제공
현대자동차차 상트페테르부르크 공장._현대차 그룹 제공

 

현대차가 장부상 4,100억원에 달하는 러시아 공장을 14만원에 매각하기로 결정했다.

 현대자동차가 19일 임시이사회를 열고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St. Petersburg)에 위치한 러시아 공장(HMMR) 지분 매각 안건에 승인했다. 매각 자산에는 연 23만대를 생산할 수 있는 상트페테르부르크 공장과 같은 도시에 있는 연산(일 년 동안 생산 또는 산출하는 총량) 10만 대 규모의 옛 제너럴모터스(GM) 공장 부지도 포함됐다.

 러시아 공장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의 여파로 지난해 3월부터 가동 중단된 상태다.

 현재 현대차는 러시아 현지 업체인 아트 파이낸스(Art-Finance)와 공장 지분 매각 관련 구체적인 계약 조건을 놓고 협상 중이다. 인수자인 아트파이낸스는 벤처투자 기업으로 최근 폭스바겐의 러시아 공장과 자회사 지분도 인수한 바 있다.

 해당 러시아 공장의 장부상 가치가 약 4,100억원인 점을 감안하면 '후려치기'에 가깝다.

 상트페테르부르크 공장은 현대차가 5,400억원을 투자해 2010년 완공한 여섯번째 해외 생산 시설이었다. 완공식에는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직접 참석할 정도로 러시아 현지에서도 큰 기대를 받았다. 생산 규모만 해도 연산 23만대 수준으로, 현지 전략형 차종인 쏠라리스와 크레타 등을 만들어 러시아 등 동유럽 국가에 판매해 왔다. 

 전쟁의 여파가 닥치기 전인 지난 2021년 8월에는 현대차는 현지에서 28.7%의 시장점유율을 기록하며 1위를 차지할 정도였다.

 하지만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상황이 급변했다. 서방권 국가의 대(對)러시아 경제제재가 강화되면서 현대차도 현지에서 공장을 가동할 부품 수급에 어려움을 겪은 것이다. 

 다수의 다국적 기업들도 현지에서 생산을 중단하면서, 러시아 정부에 현지 자산 강제 몰수당한 바 있다. 이를 감안했을 때 이번 조치는 불가피한 상황으로 풀이된다. 실제 프랑스 르노그룹은 지난해 5월 모스크바 공장을 모스크바시에 1루블에 내놨고 일본 닛산도 지난해 10월 러시아 공장과 자회사 지분을 NAMI에 1유로(약 1420원)에 넘기고 러시아에서 철수했다. 

 다만, 현대차는 러시아 공장을 매각하는 과정에서 '바이백' 옵션을 포함한 것으로 알려졌다. 2년 내 해당 공장을 되살 수 있다는 조건이다. 바이백 가격은 현대차가 향후 옵션을 행사할 시점의 시장 가격에 따라 결정될 예정이다.

 현대차는 공장이 매각되더라도 현지 판매법인 등을 통해 사업을 이어가며 재진출 기회를 노리겠다는 계획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러시아 공장의 최적 매각을 위해 다양한 방안을 검토했고, 현시점에서 가장 유리한 조건에 공장을 넘기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미영 기자 lalala40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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