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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세련
삽화. ⓒ장세련

"아아. 시원해. 동상은 어떤가? 누나의 맨몸을 만져보니 기분이 어때?"

 "때를 미는데 기분은 무슨 기분이오. 힘들어 죽겠구먼. 목간 좀 자주 하시오. 때가 이게 뭐요. 국수 가닥처럼 밀려 나오는구먼."

 "동상 이왕 선심 쓰는 거 말도 좀 곱게 해주면 어떤가?"

 "버릇인 걸 어쩌겠소. 듣기 싫으면 그만두고 나가려오."

 "가긴 어딜 간다고 그래. 하던 건마저 해야지."

 이선달은 등을 다 밀고 나서 슬그머니 앞가슴으로 손을 가져갔다. 이미 젖가슴이 잔뜩 부풀어 올라있었다. 비누가 묻은 손바닥으로 젖가슴을 주무르자 주모의 입에서 제법 진한 신음소리가 나왔다.

 "누님. 남들 모르게 슬쩍슬쩍 만나는 남정네가 있지요?"

 "아. 뭐야. 내가 남자에 환장한 년인 줄 아는 거야?"

 "남자 맛을 아는 여자가 어찌 혼자 살 수 있겠소."

 "그건 그렇지만 사내놈들은 한번 몸을 줘버리면 자기 계집처럼 함부로 대한다니까. 생각을 해봐. 오가는 장꾼들에게 몸을 맡기기 시작하면 밥값인 들 제대로 받아 낼 수 있겠는가."

 이선달도 주모가 함부로 몸을 놀리지는 않는다는 걸 알고 있었다. 아마도 커가는 윤미에게 영향을 미칠까 봐 그러는 거로 짐작하고 있었다.

 "윤미는 어디에 갔습니까?"

 "부석에 심부름을 보냈네. 이제 올 때가 되어 가는데."

 "그럼 얼른 목간을 마치지요."

 "아이 괜찮아. 윤미는 좀 더 있어야 올 거야. 그런데 윤미가 동상을 끔찍이 생각하고 있는 눈치야. 어떤가? 동상을 하지 말고 내 사위를 할 텐가?"

 "무슨 말이오? 아직 어린애를 가지고."

 "열다섯이면 어린애가 아니야. 하마 가슴이 나처럼 커지려고 하는데."

 주모는 가슴을 쓰다듬고 있는 이선달의 손을 잡았다. 그 손을 잡아 아랫배로 끌어내렸다. 주모의 의도를 알아차린 이선달의 손바닥이 자연스럽게 사타구니 사이로 미끄러져 들어갔다.

 정지문의 빠진 옹이구멍으로 두 사람을 들여다보는 눈이 있었다. 바로 윤미였다. 윤미는 마당에 들어서자마자 이상한 낌새를 눈치챘다. 툇마루 위에 봉물짐이 놓여 있는데 사람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엄마를 찾지 않고 정지로 다가가니 도란거리는 소리가 안에서 들려왔다. 정지문의 옹이가 빠진 구멍에 눈을 가져다 대었다. 처음에는 어두컴컴한 정지 안이 잘 보이지 않더니 차츰 보이기 시작했다.

 목간통 안에 옷을 벗고 들어가 있는 사람은 분명 엄마였다. 그런데 자기가 꿈에서도 그리워하던 이선달이 엄마 곁에 있었다. 옷을 입은 채 엄마의 등을 밀어주고 있었다. 윤미는 가슴이 콩닥콩닥 뛰기 시작했다. 이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갈피를 잡을 수 없었다. 자리에서 물러나려 해도 다리가 말을 듣지 않았다. 윤미는 귀를 기울여 두 사람이 하는 이야기를 자세히 들었다.

 엄마가 어떻게 자신의 속마음까지 알아차리고 있는 것인지 놀라웠다. 엄마가 사위를 하겠느냐고 물어볼 때는 얼굴이 화끈거렸다. 그러면서도 그 남자를 끌어들여 무슨 짓을 하는 것인지 이해할 수 없었다. 사위와 장모가 될 사람들이 저렇게 엉겨 있어도 괜찮은 것인지 기가 막혔다.

 비누칠한 이선달의 미끄러운 손이 주모의 옥문을 슬쩍 쓰다듬고 지나갔다. 주모의 신음소리가 정지문을 울릴 만큼 컸다.

 "으응. 그래도 청상과부 마음을 알아주는 건…으응. 동상밖에 없네."

 이선달의 손이 마음 놓고 옥문을 들락거렸다. 얼마 지나지 않아 주모의 입에서 억! 하는 신음소리가 터져 나왔다.

 정지문 밖에 귀를 기울이고 있던 윤미도 하마터면 소리를 지를 뻔했다. 윤미는 재빨리 정지문 앞에서 물러 나와 툇마루 위에 앉았다. 양 손바닥으로 가슴을 누르고 있어도 마구 뛰었다. 

 이선달은 손에 묻은 비누를 물로 씻어내고 밖으로 나가려 했다. 그러자 주모가 이선달의 손을 잡았다.

 "동상 제발 마지막 한 가지 부탁만 들어주게."

 "이만하면 되었지 않소?"

 "동상 물건을 한 번만 보여주게. 그냥 보기만 하겠네."

 "그건 다음으로 미루겠소. 사위를 하자 해놓고는."

 이선달은 매몰차게 주모의 손을 뿌리치고 정지에서 나왔다. 윤미가 툇마루 위에서 정지문을 열고 나오는 이선달을 보고 깜짝 놀랐다. 이선달도 그러는 윤미를 보고 놀랄 수밖에 없었다.

 "윤미야. 언제 와있었던 것이냐?"

 윤미는 대답도 하지 못하고 얼굴을 치마폭에 묻고 울기 시작했다 정지에서 사태를 알아차린 주모도 서둘러 몸을 닦고 옷을 걸친 다음 밖으로 나왔다.

 "이눔 기집애가 왔으면 어미를 부를 것이지 왜 처 울고 있노."

 윤미는 제 어미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밖으로 뛰쳐나갔다. 이선달로서는 입장이 참으로 난처했다. 윤미가 자신을 좋아하며 잘 따르지만 각시로 삼아 살림을 차릴 형편은 아니었다. 자신이 모시는 상전이 귀양살이를 하고 있는데 혼자서 일신의 쾌락을 찾아서 될 일이 아니었다. (월·수·금 게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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