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삽화. ⓒ장세련
삽화. ⓒ장세련

 "허허, 날이 저물었는데 얘가 나가면 어쩌지?"

 "내버려 두고 안으로 들어오시게. 제까짓 게 가면 어딜 가겠어."

 "나는 이제 가보아야겠소. 탁주나 한 사발 내어주시오. 이 밤 안으로 가보아야 할 곳이 있소. 윤미가 들어오거든 잘 타이르시오. 내가 데리고 살지는 못해도 윤미에게 부탁할 것이 있소."

 "부탁이라니?"

 "윤미를 순흥으로 데려갔으면 하오."

 "순흥으로?"

 "그렇소. 순흥으로 데려가 시킬 일이 좀 있소. 다음에 올 때 데려갔으면 싶은데 윤미에게 말을 해보시오."

 "동상이 시키는 일이라면 믿고 맡겨야지."

 이선달은 주모가 내민 탁주 한 사발을 단숨에 들이켜고 주막을 나왔다. 비록 파정을 하지는 않았지만 주모를 놀리느라 목이 많이 탔었다.

 이선달은 밤이 이슥해서 순흥으로 들어섰다. 순흥부의 옥에서는 이상한 신음소리가 계속 들렸다. 바로 양물을 잘린 김장복의 신음소리였다. 안흥선이 옥으로 찾아가 김장복의 양물을 베어가고 난 뒤 난리 아닌 난리가 일어났다. 안흥선이 나간 뒤 옥졸이 돌아와 보니 바닥에 붉은 피가 흥건했다. 김장복은 신음도 제대로 못 지르고 자신의 양물이 잘린 자리를 움켜쥐고 있었다. 옥졸이 급히 달려가 상황을 알리니 순흥부가 발칵 뒤집혔다. 

 "까짓 산적 놈 죽도록 내버려 두어라."

 이보흠은 대수롭지 않게 말을 뱉어 놓고도 가만히 생각해보니 그게 아니었다. 손으로 자신의 사타구니를 한번 쥐어보고는 당한 사람의 심정이 어떨까 생각해 보았다. 끔찍한 생각에 몸서리가 쳐졌다. 이방에게 빨리 의원을 데리고 오라고 시켰다. 

 밤중에 난데없는 부름을 받은 의원은 사태를 알아차리고 다급해졌다. 잘못하다가는 목숨을 잃을 수도 있는 촌각을 다투는 일이었다. 상처를 소독하고 지혈을 했다. 상처를 마무리하는데 손이 부들부들 떨렸다. 치료가 끝나고 나니 온몸의 기운이 다 빠져나간 것 같았다. 치료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의원의 발걸음이 휘청거렸다. 

 집에 돌아온 의원은 옷도 벗지 않고 방에 벌러덩 누웠다. 의원의 부인이 무슨 일이 있었느냐고 물었다. 의원은 대답도 하지 않고 부인의 손을 끌어다 자신의 사타구니 안에 넣었다.

 "부인. 내 거시기가 잘 붙어있소?"

 부인은 의원이 장난을 치는 줄 알고 양물을 살짝 꼬집었다. 의원이 비명을 지르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악. 사람 살려!"

 오히려 놀란 사람은 의원의 부인이었다. 장난으로 꼬집은 걸 가지고 그렇게 호들갑을 떨 줄은 몰랐다.

 "여보, 지금 내가 어디에 갔다 온 줄 아시오?"

 "글쎄요. 환자가 있는 집에 다녀오셨겠지요."

 "잘 알아맞히었소. 그런데 그 환자란 자가 양물이 잘린 것이었소. 세상에 의원질을 하다가 양물이 잘린 환자는 처음이었소."

 "네에? 양물을요?"

 "그렇다니까요. 마치 내 양물이 달아난 것 같은 기분이었소."

 "걱정 마세요. 단단히 붙어있는 걸 확인하였으니까. 호호호."

6. 대군
 이선달이 늦은 밤에 찾아간 곳은 대군이 기거하고 있는 배소였다. 배소는 돌로 한 단을 쌓고 그 위에 지은 두 칸짜리 초가였다. 함부로 사람이 접근하지 못하도록 사방에 탱자나무 울타리를 치고 정면에 사립문을 달아놓았다. 한때는 구중궁궐에서 부족함 없이 살던 대군이 지내기에는 너무나 답답했다. 

 이선달이 처소에 들어가 큰절을 올렸다. 대군은 절을 올리고 마주 앉은 이선달의 앞으로 바투 다가와 앉았다.

 "그래 주상전하는 알현하고 왔느냐?"

 "그러합니다. 소문대로 청령포에 와 계셨습니다."

 "그래 무슨 말씀을 하시던가?"

 "대군께서 가까운 곳에 계신다고 하니 만나보고 싶어 하셨습니다."

 "령을 넘어가는 길은 어떠하더냐?"

 "문제가 좀 있습니다. 털보는 이미 자리에서 밀려나 있었습니다."

 이선달은 마구령 산적들의 동태에 대해 소상히 보고했다. 문제는 새로 온 노각수란 자의 속내를 확실히 알 수 없단 것이었다. 김태환 작가 (월·수·금 게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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