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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영실 춘해보건대 간호학과 교수
배영실 춘해보건대 간호학과 교수

건강은 '있음'이 아니라 '되어감' 이다. 

이스라엘의 의료사회학자 안토노프스키(Aaron Antonovsky)의 표현이다. 

그의 저서 '생성과 초월의 패러다임의 이해'에서 '건강'은 이미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현재 만들어지고 있는 것이며, 고정된 이상적 상태가 아니라 끊임없이 나아가는 역동적 변화의 과정으로 이해한다. 

즉 건강은 자신에게 주어진 여러 위험요소를 내면적 변화로 포섭하고 스스로의 역동적 치유 과정을 통해 삶을 이어 나가는 변화의 과정이라는 것이다.

필자는 춘해보건대학교 간호학과 전임교수로서 2018년 울산시가 주관하는 '건강한 전통시장 만들기' 사업에 참여하게 됐다. 

지역사회 기관단체와 대학이 연계해 지역주민을 대상으로 건강과 복지에 기여할 수 있는 공익 프로젝트였다. 시장에서 상인들의 건강상태를 측정하고 상인맞춤형 건강상담과 교육 프로그램을 설계하고 제공했다.

전통시장을 무대로 하루하루 치열하게 살아가는 상인들에게 건강이란 생존을 위한 필수적 자원이었음에도 스스로 건강에 대한 문제를 깨닫고 개선하고자하는 자기인식의 측면에서는 절대적으로 취약했다. 

그들의 인식을 변화시키는 일을 시작으로 우리는 수년간 체계적 지원을 위한 전략의 수립과 실행에 힘을 쏟았다. 

울산지역 내 보건소, 정신건강복지센터 등과 연계해 지역주민과 상인들 총 5,158명에게 건강증진을 위한 맞춤형 프로그램을 제공했으며 울산지역 내 6곳의 전통시장에서 상인 총 1,989명에게 주기적으로 혈압, 혈당, 총콜레스테롤, 골밀도 등을 측정했다. 건강검진, 일일카페, 운동프로그램, 식이프로그램, 전문의 상담, 맞춤형 심폐소생술, 맞춤형 요가 등 다양한 행사와 교육이 이뤄졌다. 

상인들은 고혈압, 당뇨, 심장병, 고지혈증 등 개인별 건강관련 문제점들을 발견하게 됐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스스로 병원을 찾거나 맞춤형 운동프로그램에의 참여 의사를 적극적으로 밝혔다. 

건강한 식단의 중요성을 알게 되고 적절한 신체 활동의 필요성을 이해하게 되면서 틈 날 때마다 교육받은 체조 동작을 따라 하기 시작했다. 

혈압과 당수치가 서서히 정상으로 돌아오고 스트레스 수치가 낮아지는 현상을 확인하자 스스로 이뤄낸 긍정적 변화에 여기저기서 박수가 터져 나왔다. 

2024년 새해, 6년간의 지자체와 대학의 협업은 결실을 보았다. 

전통 시장 상인들과 우리는 함께 신체와 정신을 넘어 사회적 치유의 과정으로 나아갈 수 있었기 때문이다. 

건강한 복지사회는 국가적 의무이며 책임이다. 

건강증진사업은 국민의 건강향상과 복지증진을 목표로 하며 건강한 지역사회 유지를 위한 필수조건이다. 

이에 지자체와 대학의 지역중심 건강증진사업은 일회성 행사가 아닌 정부의 지원과 지지가 뒷받침돼야 하는 지속가능한 사업이어야 한다. 

특히 사회에서 건강의료서비스 접근성이 낮은 건강취약계층을 발굴하고 지원하는 일은 지역사회에서 중요한 과제로 다뤄져야 한다. 

'건강'이 끊임없이 노력해나가야 하는 과정인 것처럼 건강에 대한 국가적 사회적 지원 역시 멈춰서는 안 되는 '현재 진행 중'인 과업으로 그 몫을 해 나가길 기대한다. 배영실 춘해보건대 간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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