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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민구 울산 중구 민원지적과 주무관
한민구 울산 중구 민원지적과 주무관

지적재조사 업무를 하다 보면 토지의 형상만큼이나 각양각색의 사연을 품은 민원을 접하게 된다. 

 담장부터 건물까지 서로 맞물려 지어진 데다 지적도 현황과도 맞지 않아 새로 건물을 지을 수도 없는 집들도 부지기수다. 

 이렇게 실제 토지현황과 지적도상 경계가 일치하지 않는 '지적불부합지'는 왜 생겨난 걸까? 원인을 찾아 거슬러 올라가다 보면 지적제도의 근간인 종이 지적도와 토지대장에 대한 서글픈 우리나라의 역사가 나온다. 

 우리나라의 종이 지적도와 토지대장은 일제강점기 세금 징수와 토지수탈을 목적으로 일본인들에 의해 처음 등록됐다. 

 종이 지적도는 일본의 동경 기준점을 기준으로 측량돼 한반도의 위치가 실제보다 약 365m 벗어나 있다. 종이 지적도는 100여 년의 긴 세월 동안 마모·소실·훼손·복구를 반복하면서 도면상 경계와 지상경계가 일치하지 않는 문제를 안게 됐다.

 우리나라의 전체 국토 가운데 약 15%에 해당하는 필지가 지적불부합지로 분류돼 있다. 이는 정확도가 중요한 지적공부의 공신력에 결함이 된다. 

 또한 이웃사이의 경계분쟁이 심화되고 이로 인한 소송비용은 연간 3,800억 원에 이른다. 게다가 행정력까지 불필요하게 낭비되고 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등장한 것이 바로 '지적재조사' 사업이다. 

 지적재조사를 통해 토지 소유자는 명확한 토지경계를 확인할 수 있고, 이를 통해 이웃 사이의 경계분쟁 및 소송비용도 줄어든다. 

 또한 재산권을 보다 용이하게 행사할 수 있다. 추가로 맹지 해소 및 토지의 정형화로 국토를 효율적으로 활용함으로써 지역경제 발전도 도모할 수 있다.

 나아가 지적재조사와 현대의 기술을 융합하면 다양한 효과를 창출할 수 있다. 

 지적재조사 측량을 통해 획득한 정확한 토지경계 및 공간 정보 데이터는 도시 인프라 구축 및 도시 개발의 핵심 자료가 된다. 

 더불어 재난 관리와 안전, 도로·교통 시설의 흐름 분석 및 예측 등 다양한 업무 분야에도 활용할 수 있다. 

 기술 발전에 따라 새로운 활용 방안이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는 만큼 미래에는 더욱 분야에서 빛을 발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중구는 지적불부합 문제를 해소하고 일제 잔재를 청산하기 위해 디지털 지적측량 기술로 지적불부합지를 재조사 측량하고 있다. 

 지난 2013년부터 11개 지구, 2,100여 필지에 대해 지적재조사 사업을 추진했고, 이 가운데 9개 지구 1,386필지에 대한 사업을 완료해, 새로운 디지털 지적공부를 등록했다. 

 특히 기억에 남는 사례를 하나 꼽자면 세 집이 복잡한 이해관계에 얽혀 있던 차에 지적재조사 사업을 통해 문제를 해결한 적이 있다. 

 대문을 맞대고 사는 옆집 소유의 도로를 지나야만 집으로 들어갈 수 있는 구조의 주택이 있었는데, 심지어 옆집에서 사용하고 있는 도로도 지적도상 도로가 아니라 아랫집의 진입도로를 빌려 쓰고 있는 상태였다. 

 이에 지적재조사 사업을 통해 지적도에 현장과 일치하는 진입도로를 만들어 지적불부합에 따른 갈등을 원만하게 해소한 바 있다.

 땅은 한국인에게 단순한 재산을 넘어 그 이상의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그렇기에 지적재조사 사업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토지 소유자의 마음을 이해하고 적극적으로 소통하는 것이 중요하다. 

 지적재조사 사업을 통해 더 많은 주민들이 웃을 수 있도록 앞으로도 반듯하고 바른 땅을 새롭게 그리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을 다짐해 본다. 한민주 울산 중구 민원지적과 주무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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