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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들병원 진료부원장 최경보 신경외과 전문의가 척추골절로 내원한 환자의 진료를 보고 있다. 울들병원 제공
울들병원 진료부원장 최경보 신경외과 전문의가 척추골절로 내원한 환자의 진료를 보고 있다. 울들병원 제공

겨울은 낙상으로 인한 골절 부상이 매우 빈번하게 발생하는 계절이다. 실제로 소방청의 연간 구급활동 분석 결과에서도 낙상환자를 119 구급차로 이송한 건수는 연말과 연초에 가장 많다고 한다. 겨울철 낙상사고가 많은 이유와 함께 치료와 예방법 등을 최경보 울들병원 진료부원장(신경외과 전문의)으로 부터 들어본다. 

 

겨울철 두꺼운 옷도 둔한 움직임에 한 몫

우리 인체는 혈액순환을 통해 체온을 36~37도 정도로 일정하게 유지하는데, 날씨가 추워지면 생명유지에 더욱 소중한 내부 장기의 체온을 유지하기 위해 팔다리 근육과 인대로 향하는 혈관을 수축시킨다. 그 결과 팔다리의 관절이 뻣뻣해져서 몸이 굳어지는 것이다. 

 게다가 겨울철 두꺼운 옷은 움직임을 둔하게 하고 유연성을 저하시켜 낙상사고 위험이 더욱 높아진다. 그리고 인체의 칼슘 99%는 모두 뼈 속에 존재하기 때문에 뼈가 딱딱한데, 뼈가 딱딱한 정도를 나타낸 것을 골밀도라고 한다. 골밀도는 일생 중 30세에 최대가 되고 그 이후 50세까지 비교적 잘 유지되다가 이후 나이가 듦에 따라 서서히 감소하는데, 특히 여성은 50대 중반 이후 폐경기로 접어들면서 골밀도가 급격하게 감소한다.

 골다공증은 뼈를 구성하는 주성분인 칼슘이 뼈 밖으로 빠져나가면서 골밀도가 낮아져 뼈 속에 구멍이 숭숭하게 생기는 증상을 말한다. 골다공증 그 자체로는 아무런 증상이 없지만 뼈가 약하기 때문에 넘어지거나 엉덩방아를 찧는 등의 충격에 골절이 발생할 수 있다. 심지어 기침을 하거나, 세수를 하다가 골절되는 경우도 종종 발생한다. 

 특히 우리나라는 급속한 고령화로 인해 골다공증으로 인한 골절 환자가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통계에 의하면 최근 5년간 골절 환자수는 2016년 220만8,851명에서 2020년에 225만3,113명으로 연평균 0.5% 증가했다. 

 인체의 뼈 중에서 골다공증으로 인한 골절이 가장 많이 발생하는 부위는 척추이며, 이를 골다공성 압박골절이라고 부른다. 척추에 압박골절이 발생하면 등과 허리에서 움직일 수 없을 만큼 심한 통증이 발생하고, 극심한 통증으로 호흡조차 어려운 경우도 있다. 대부분의 골다공성 압박골절은 특별한 치료를 하지 않더라도 저절로 뼈가 붙어 통증이 점차 호전된다. 

 하지만 약 10%의 환자에서는 시간이 흘러도 골절된 척추뼈가 붙지 않고 척추뼈 내부에 진공 틈새가 생기는데 이를 쿰멜골절이라고 한다. 쿰멜골절은 1895년 독일의 의사였던 쿰멜(Kummell)이 가벼운 척추 외상 후에 서서히 시간이 지나면서 척추뼈가 점점 더 붕괴되는 사례를 보고하면서 그의 이름을 따 쿰멜골절이라고 명명하였다. 

고령화로 골다공증으로 인한 골절 환자 증가

골다공성 압박골절이 쿰멜골절로 진행되는 원인은 척추뼈에 산소와 영양분을 공급하는 혈관이 차단되어 척추뼈가 괴사되기 때문으로 알려져 있다. 대부분의 골다공성 압박골절은 골절 직후부터 통증이 매우 심하기 때문에 곧바로 병원을 찾아오지만, 쿰멜골절은 초기에 통증이 거의 없거나 가볍기 때문에 일상생활을 하다가 병이 상당히 진행되고 나서 뒤늦게 병원을 방문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병원에서 쿰멜골절인지 압박골절인지를 구별하는 가장 정확한 방법은 영상검사이다. 압박골절은 X-ray 검사에서 척추뼈가 앞쪽으로 짜부러든 것이 확인된다. 하지만 미세한 골절인 경우에는 X-ray 검사만으로는 정확한 진단이 어렵기 때문에 보다 정밀한 CT 또는 MRI 검사를 시행할 수도 있다. 즉, 환자가 몸을 움직일 때마다 뜨끔뜨끔 아픈데 X-ray 사진에서는 정상처럼 보이면 CT 또는 MRI 검사를 통해 골절 여부를 판단한다. 

 쿰멜골절의 진단은 과거에 가벼운 충격을 경험한 일이 있은 후 수 주일 또는 수 개월 후부터 통증이 심해진 환자 중에서 CT 또는 MRI 사진에서 척추뼈 내부에 진공틈새가 확인되고, 그 내부에 가스 또는 체액이 차 있는 경우에 쿰멜골절로 진단한다. 가장 기본적인 X-ray 사진에서는 척추뼈 내부의 진공틈새가 잘 보이지 않으며, CT 사진에서는 척추뼈의 진공틈새에 공기가 차 있는 것을 관찰할 수 있고, MRI 사진에서는 진공틈새 내주에 체액이 차 있는 것을 관찰할 수 있다. 

초기 치료 않으면 척추 앞으로 서서히 굽어져

척추골절을 초기에 치료하지 않으면 척추가 서서히 앞으로 굽어지기 때문에 꼬부랑 할머니의 모습처럼 변하게 된다. 척추뼈가 심하게 앞으로 굽으면 척추뼈 속에 있는 척추신경이 손상되어 마비 증상이 나탈 수도 있다. 따라서 척추골절은 조기에 적절한 치료를 받아야 한다. 

 척추골절의 치료는 단계적으로 시행하는데, 초기에는 진통제와 보조기 착용 등의 비수술적 치료를 시행하고, 그 다음 단계는 주사바늘을 이용해 골절된 척추뼈 사이에 골세멘트를 주입하는 척추성형술을 시행하며, 마지막 단계는 굽어진 척추뼈를 쇠막대와 나사못으로 반듯하게 교정하는 척추유합술을 시행한다. 이러한 치료법 중에서 어떤 치료법이 적절한지 선택하는 것은 환자의 통증 정도, 신경 손상 유무, 척추뼈의 굽어진 정도 등을 고려하여 결정한다.

 보존적 치료법은 골다공성 압박골절의 경우에 단기간 시행하면서 어느 정도 효과를 볼 수 있으나 쿰멜골절의 경우에는 시간이 지나면서 이미 척추뼈가 괴사되어 다시 아물지 않는 상태이기 때문에 보존적 치료법으로는 증상 호전이 어렵고 신속하게 척추성형술을 시행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척추성형술은 골절된 척추뼈 내부에 골세멘트를 주입한 직후부터 신속하게 통증이 호전되기 때문에 환자들의 만족도가 매우 높은 시술법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국민건강보험법에 따라 치료를 해야 하기 때문에 골다공성 압박골절 환자는 반드시 2주 이상의 보존적 치료를 받은 후에 척추성형술을 시행받을 수 있는 제한점이 있다. 그러나 쿰멜골절 환자 또는 80세 이상 고령의 압박골절 환자는 보존적 치료를 시행하지 않고 2주 이상의 보존적 치료를 받지 않고서도 신속하게 척추성형술을 시행받을 수 있다.

보조기 착용·척추성형술·척추유합술 등 시행

최경보 울들병원 진료부원장·신경외과 전문의
최경보 울들병원 진료부원장·신경외과 전문의

척추유합술은 보존적 치료 또는 척추성형술 이후에도 통증이 호전되지 않고 척추뼈가 점점 굽어지거나 신경학적 이상 소견이 발생한 경우에 시행한다. 수술 방법은 수술대 위에서 굽어진 척추뼈를 반듯하게 편 다음 다시 굽어지지 않도록 쇠막대와 나사못으로 고정하는 것이며, 수술 후에도 골다공증의 약물치료는 지속하는 것이 좋다.

 나이가 들면서 나타나는 골다공증은 한번 발병하면 되돌리기 어렵기 때문에 젊을 때부터 예방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가까운 척추전문병원을 방문하면 골밀도검사를 통해 골다공증 여부를 조기에 진단받을 수 있다. 

 일단 골다공증이 확인되면 전문의의 처방에 따라 비타민D와 칼슘제 등의 골다공증 약물을 꾸준하게 복용하여 더 이상 뼈가 약해지지 않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 

 뼈는 운동을 통해 자극받을수록 튼튼해지기 때문에 무슨 운동이든지 평소에 규칙으로 하는 것이 골다공증 예방에 도움된다. 그리고 이미 누구나 잘 알고 있겠지만 음주, 흡연, 카페인 등은 뼈를 약하게 만들기 때문에 가급적 삼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최경보 울들병원 진료부원장·신경외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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