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성수 울산학춤보존회 고문·조류생태학 박사
김성수 울산학춤보존회 고문·조류생태학 박사

부탄은 히말라야산맥에 자리를 잡고 있다. 북쪽과 서쪽으로는 티베트고원, 남쪽과 동쪽으로는 인도와 국경을 이루고 있다. 부탄은 검은목두루미(일명 티베트 두루미)의 월동지다. 초겨울이면 티베트에서 번식한 검은목두루미가 7,000m 이상의 히말라야산맥을 넘어 겨우살이로 부탄을 찾는다. 이듬해 이른 봄이면 다시 티베트로 돌아간다. 매년 반복한다. 그 이유는 겨울에도 얼지 않는 고원 습지의 자연환경이 있기 때문이다.

 부탄 '겡테이겐파(강테) 사원'의 '두루미 환영 축제(Black Necked Crane Festival)'는 두루미의 생태와 환경적으로 중요한 가치를 부각하는 겨우살이와 연관된 행사다. 이 행사는 두루미가 겨우살이로 부탄으로 날아오면 반드시 '겡테이겐파 사원' 상공 '오른편으로 세 번 돈다'라는 믿음의 전설을 지닌 두루미의 문화행사다. 여기서 '오른편으로 세 번 돈다'라는 행위는 불교에서 '우요삼잡' 의례로 대상을 존경하는 예경이다.

 사원에서 열리는 두루미 축제에는 두루미의 복장으로 둥근 원을 그리며 춤을 춘다. 그 움직임은 마치 두루미가 '포브지카' 계곡에서 가족으로 무리 지어 월동하는 모습을 연상시킨다. '포브지카' 계곡은 해발 3,500m의 검은 산맥의 동쪽 곁에 빙하가 만든 계곡이다. 이 계곡에는 매년 11월이 시작되면 귀한 손님인 검은목두루미가 찾아온다. 800㎞ 거리를 바람을 타고 날아온다. 

 부탄을 찾는 두루미에 대한 존경의 예경은 두 가지 이유로 전승되고 있다. 하나는 두루미는 신성한 새니까 해치면 안 된다는 것이며, 다른 하나는 두루미가 화현한 티베트 신(神)이기 때문이다. 

 컵 칼라(65세)는 "전설에 의하면 두루미가 한 티베트 신 몸의 상반신인데, 새처럼 보이기도 하고, 염소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래서 혼란스럽다"고 한다. 

 두루미와 염소의 착각 현상은 고개를 숙여 풀을 뜯는 염소와 먹이 찾는 두루미의 행동에서 충분한 착각 요소가 있기 때문이다. 두루미의 검은 목과 풍부한 검은 날개깃이 마치 염소로 보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착각에 대한 현상의 노래는 매년 음력 1월에 행사되는 '활쏘기 대회'에서 선수들의 노래로 전승되고 있다. "이것이 새인지, 염소인지∼ 활쏘기 선수들이 말하네∼/ 우리는 두루미를 보내줄 수 없네/ 두루미야, 두루미야/ 포부지카를 떠나기 전에/ 네가 새인지, 염소인지/ 가르쳐주고 떠나거라∼"(활쏘기 대회 노래 가사) 

 2024년 1월 1일, 경남 거제시 동부면 산촌 습지에 야생 두루미 한 마리가 날아왔다. 지역민은 하필 거제도에 날아와 머무는 것은 매우 뜻밖의 일이며, 새해에 경사스러운 일로 거제시민 모두에게 행운과 좋은 기운을 선물하는 축복이기를 기대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두루미 외형을 호의현상(縞衣玄裳)으로 표현한다. 학(鶴)의 깨끗하고 아름다운 모습을 '흰 비단 저고리'와 '검은 치마' 차림으로 형용한 말이다. 이러한 흰 저고리인 의(衣)와 검은 치마의 상(裳)은 근·현대에 접어들면서 결혼식의 남녀 예복인 하얀 드레스와 검은 양복의 정장으로 자리를 잡아 주목받았다. 

 울산은 예로부터 학이 텃새로 서식한 고장이라는 학성(鶴城)의 별호(別號)를 갖고 있지만 진작 학은 없다. 부탄이 울산과 다른 점은 관심(디자인)과 무관심(학성이 뭐, 어쩔∼)이다. 학이 사라진 고을이라 해서 학문화에 대한 의견조차 부정적 시선을 가질 필요는 없다. 지역 문화는 독창적이어야 한다. 디자인 즉 창조가 독창적이다. 고유한 지역 생태자본의 가치를 시대적 활용에 동참하지 못하고 머뭇거림은 문화의 자양분인 본질의 가치를 모르기 때문이다. 복사와 모방은 한계가 있어 지속하지 못한다. 부탄은 한시적으로 찾아오는 두루미를 최대한 활용했다. 울산은 어떠한가. 학, 백로, 떼까마귀, 독수리, 재두루미, 고니, 황새, 참수리, 먹황새 등 찾아오는 자연 생태 자산을 활용하지 못함에 아쉬움이 있다. 김성수 울산학춤보존회 고문·조류생태학 박사

저작권자 © 울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