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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남 전 울주군장애인복지관 운영위원
박정남 전 울주군장애인복지관 운영위원

과문해서 그런가, 속물이어서 그런가. 아니면 나만 그런가, 왜 다들 궁금하지 않은지 그 이유를 모르겠다. 아무리 찾아봐도 그린벨트를 풀기 위해 힘을 쏟고 있다는 발표 자료 뿐이다. 풀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으며, 왜 풀어야 하고, 풀면 얼마나 좋은지 온통 당연하거나 설레는 장밋빛 이야기가 대부분이다. 

 거론되는 해제 대상지는 두루뭉술하게 어디 어디 설만 있을 뿐 원론적이고 오리무중이다. 그나마 언급되는 몇몇 곳도 왜 풀어야 하는지 그 이유가 신통치않다. 도시 중심부니깐 그냥 풀어야 한다는 거다.

 좀 더 들어가보면 구체적으로 어디에, 세부적으로 어느 곳부터 먼저, 왜 풀 것인지에 대한 언급과 논의는 코빼기도 안보인다. 다들 쉬쉬하는 비밀스런 분위기고 개발호재가 터지면 온 동네를 들쑤시며 떠돌아다니던 출처불명의 그 흔하디 흔한 뜬소문도 별로 들리지 않는다.  

 처음엔 시큰둥했다. 지방정부 수장인 광역시장 혼자서 그린벨트를 풀겠다고 나섰을 때 그 한계가 분명했기 때문이다. 그린벨트는 보수와 진보, 환경과 개발, 과거와 미래, 현세대의 쾌적한 생활공간과 우리 자녀들의 미래 먹거리, 지방과 중앙정부의 권한 범위 같은 온갖 이해관계가 얽히고 설킨 주제여서 섣불리 건들기도 어려울 뿐더러 함부로 이야기할 거리도 아니다. 

 그동안 정치권이건 중앙정부 차원이건 그린벨트 해제와 관련해 불지폈던 그 수많은 토론과 주장과 논란들 모두 메아리없는 함성, 용두사미로 끝난 걸 우리 모두가 익히알고 있는 바다. 

 그래서 울산발전을 위해, 울산미래를 위해 그린벨트를 풀겠다고 시장이 목소리를 높일 때 의욕 넘치는 선출직 단체장의 의례적인 개발 공약, 중앙정부에는 씨알도 먹히지 않을 토건 개발의 뜬소리로 넘겨짚으며 모두들 한발짝 물러서서 구경하는 분위기였다. 적어도 나에게는 그렇게 보였다. 

 하지만 이런 방관적인 시선과 별 기대 않는 여론에도 나는 한가닥 미련을 가졌다. 이유는 그린벨트를 풀겠다고 총대를 메고 나선 사람이 김두겸 시장이었기 때문이다. 우리 모두가 봐왔지 않는가. 그동안 그가 보여주었던 기상천외한 발상과 저돌적으로 밀어붙이는 추진력, 그리고 끝내 결과를 이끌어내는 뚝심을 말이다. 옳고 그름을 떠나 한 번 결정된 일을 매듭짓는 문제에 한해서 만큼은 탁월함을 넘어 경지에 이르렀다. 

 그런데 웬걸 울산을 찾은 대통령까지 그린벨트를 풀겠다고 덜컥 약속하고 보니 그린벨트가 풀리기는 풀리는가 보다 하고 모두가 귀를 쫑긋하는 분위기다. 이제는 여론이 그렇게 돌아서는 것 같다. 

 그래서 하는 말이다. 이 쯤에서 모두가 솔직해지자. 대통령까지 그린벨트 해제에 힘을 실은 마당이니 이제는 울산의 미래와 발전을 위해 그린벨트를 풀어야 한다는, 그 하나마나한 이야기는 접어두고 어디에, 얼마만큼, 어느 곳부터 먼저, 왜 풀어야 하는지로 이야기 판을 옮겨야 하지 않겠는가.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외로이 동분서주하던 시장의 고군분투에 그동안 먼 산 구경하던 사람, 시민 모두 한마음이 되어 힘을 보태야 한다.

 그린벨트 해제가 진짜 울산발전과 우리 미래를 결정짓는 중요한 문제라면 당연히 그 대상지를 어느 곳부터 먼저, 왜, 얼마만큼 풀어야 울산의 미래 성장동력, 먹거리를 떠받치는 기반이 될지 그 경제성이나 효과, 울산의 도시 미래상을 놓고 논의해야 한다.

 그래야만 도시계획 정보나 개발계획, 교량이나 도로 같은 대형 공사 세부일정을 미리 빼내어 있는 사람, 가진 사람, 높은 사람들만 끼리끼리 해먹는다는, 과거 우리가 익히 들었던 그 막연하고 희미한 부동산 투기, 땅장사 오해에서도 완전히 벗어날 수 있다.

 투명하고 공개적인 논의, 누구나 수긍할 수 밖에 없는 절차와 기준없이 개발해제 대상지와 우선순위를 정했다가는, 위에서 아래로 찍어 누르는 것처럼 대표팀 감독을 정했다는 오해 속에 우승은커녕 한국축구를 완전히 망쳐 놓았다고 요즘 온 국민의 욕바가지를 듣고 있는 축구협회 짝이 날 것이다.

 어떤 단체든, 어느 누구든 감히 토 달지 못할 엄격한 기준과 절차를 좀 더 세밀하게 다듬어 온 시민이 수긍할 만한 공개적이고 투명한 논의의 장을 울산시가 마련했으면 좋겠다.  

 사족 하나, 언론도 이름 값 좀 했으면 좋겠다. 그린벨트 해제는 땅 주인의 뜬금없는 돈벼락 뿐 아니라 도시기반시설, 해제 대상지 주변의 개발, 한국경제를 먹여 살려온 울산 생산기지의 재배치 같은, 우리 울산의 도시 지형과 산업경제 체질을 완전히 바꿔 놓을 초대형 프로젝트다. 언론은 왜 궁금하지 않는지 모르겠다. 너무 고귀하고 고상해서 그런가. 그래, 나같은 사람만 속물이다. 박정남 전 울주군장애인복지관 운영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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