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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호, 권현진, 안정문 울산 강북교육지원청 학폭전담조사관(왼쪽부터). 정세영기자 seyug@
조영호, 권현진, 안정문 울산 강북교육지원청 학폭전담조사관(왼쪽부터). 정세영기자 seyug@

 

"그간의 경력을 살려 현역 교사들의 짐을 덜어주고 싶습니다"

 울산교육청이 이달부터 학교폭력 전담 조사관 총 45여 명을 뽑아 학교 현장에 투입했다. 

 전담 조사관은 학교 안팎의 폭력 사안 조사 업무를 맡는 직책이다. 

 이 제도는 수사권 없이 사안 조사를 맡아 오던 교사들의이 학부모 악성 민원과 교권 침해에 시달리는 등 문제가 반복되자 도입됐다. 

 교사들의 업무 부담을 줄여주고 학폭 조사의 전문성을 높이는 취지다.  

 이들은 학폭 신고가 접수되면 가·피해 학생들을 만나 사실관계를 조사하고 보고서로 정리하는 업무를 하게 된다.

 울산에서도 다양한 경력자들이 뽑혔다. 

 퇴직 경찰과 청소년 전문가들이 전체의 80%, 퇴직 교원이 18%정도다.

 당초 교육청은 50명을 모집했는데 60명이 몰렸다. 이중 교육 연수 등을 통해 45명이 뽑혔다. 

 특히 은퇴 후 청소년과 교직 사회를 위해 봉사하고 싶다고 나선 이가 많다.

 신임 조사관 조영호(58)씨는 경찰관으로 30여년을 일한 베테랑이다. 

 그는 "학폭전담조사관 제도를 접했을 때 내가 꼭 해야 할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수 십년간 경찰관으로서 일한 경력이 학교폭력 조사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다. 최근 서이초 교사 사건을 접하면서 안타까운 마음이 컸는데 현역 교사들의 짐을 덜 수 있도록 노력할 계획"이라고 했다. 

 이어 "다만 경찰 수사와 학폭 조사는 다른 방식으로 접근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형사의 마음을 내려 놓고 학생들의 눈높이에 맞춰 공감해 학교폭력이란 단어 자체가 없어지고 새로 발전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도록 돕겠다"고 덧붙였다. 

 조사관으로 뽑힌 안정문(62)씨는 약 35년 동안 학교에서 교편을 잡다 2020년 교장으로 퇴임했다.

 학교 현장을 누구보다 잘 아는 그이지만 이제 학폭 전담 조사관 새내기나 다름없다.

 그는 "초보 교사때부터 학생부장 등을 거치며 수년간 생활지도와 학폭업무를 맡았다"며 "그런 경력을 살려 사안 조사시 나름 전문성을 갖출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학교 현장에서는 학폭 처리가 녹록지 않다 보니 교사들이 해당 업무를 기피하는 데다 갈수록 학폭은 늘어나는 추세"라며 "현장의 어려움을 잘 아는 만큼 전담조사관으로서 충분히 학교장 종결 처리가 가능한 사안은 잘 풀 수 있도록 학생 간 입장 차 간극을 좁히는 데에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권현진(50)씨는 자녀의 학교 등 다양한 학폭 전담 기구에서 수년간 일한 경력을 살려 조사관에 시원했다. 

 권씨는 "수년간 학폭 전담 기구에서 심의위원장 등으로 활동하면서 선생님은 중립적 입장에서 학폭을 조사할 수밖에 없는데도 가·피해 학생은 '한쪽 편만 든다'고 불만을 터트리는 걸 많이 봤다"며 "또 학생 간의 다툼이 학부모 감정싸움으로 번져 경미안 사안도 심의로 올라오는 경우도 많았다. 이는 사안 조사시 학교에 대한 불신과도 연결될 수 있는데 '전담조사관' 제도가 도입됨으로써 공정한 조사가 이뤄질 수 있을 것이라 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다만 전담조사관에 대한 교육적 접근 부족 등 우려도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기본 마음 가짐은 '아이들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조사관으로서 역할을 잘 수행해 선생님들이 오롯이 학생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하고 학교 폭력 예방에도 힘써 평화로운 학교가 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정세영기자 seyu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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