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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이표 울산시립무용단 예술감독이 취임 후 첫 연출을 맡은 작품 '춤 비나리 벨신'이 지난 8일 울산문화예술회관 소공연장에서 열렸다. 무용단과 연희단이 함께한 신나는 '춤 비나리' 모습. 울산시립무용단 제공
박이표 울산시립무용단 예술감독이 취임 후 첫 연출을 맡은 작품 '춤 비나리 벨신'이 지난 8일 울산문화예술회관 소공연장에서 열렸다. 무용단과 연희단이 함께한 신나는 '춤 비나리' 모습. 울산시립무용단 제공

박이표 울산시립무용단 예술감독이 취임 후 첫 연출을 맡은 작품 '춤 비나리 벨신'이 지난 8일 울산문화예술회관 소공연장에서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벨신'은 동해안 별신굿의 영남 방언으로, '신을 모신다'라는 뜻의 어원을 지닌다. 

 또 일정한 장날 이외에 서는 난장에서의 춤판을 '난장을 튼다' 등의 중의적 의미가 있다. 

 울산시립무용단은 '벨신'이 가진 중의적 의미를 작품에 녹여 현대적인 색채의 '춤 비나리'로 화려하고 웅장하게 풀어냈다. 

 이날 공연장에서는 전통과 현대가 공존하는 춤을 선보인 34명의 무용수들과 연희단의 '신'남이  90분 동안 무대를 꽉꽉 채웠다. 

 '벨신'은 박이표 예술감독이 지난해 6월 객원안무자로 초청돼 울산문화예술회관 대공연장에서 초연한 '서퍼' 중에서 '한밤의 유희(난장춤판)'의 장면을 중점으로 구성됐다. 

 서퍼의 세계관이 벨신과 어떤 방식으로 연결되는지 해석해 보는 것도 하나의 관람 포인트였다. 

 또 국악기를 포스트록으로 구사하며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는 잠비나이가 음악에 참여하고 리더인 이일우 씨가 음악감독을 맡아 더욱 몰입도를 높였다. 

 이일우 씨는 "무용수들의 움직임에 영감을 받아 한밤에 별(신)들이 마치 벨소리를 영롱하게 울리며 빛을 내는 듯한 느낌을 음악적으로 담아보려 했다"고 전했다. 

 공연을 여는 첫 번째 무대는 '해변의 야상곡-별빛 아래, 달빛 아래'였다. 

 별빛 아래(평롱북두칠성)는 그리워하던 임을 만났는데 금방 헤어져야 하는 안타까운 마음을 표현한 노래다. 

박이표 울산시립무용단 예술감독
박이표 울산시립무용단 예술감독

 공유 단어는 △평롱북두칠성 △녹턴 △낭만적인 이고, 안무는 △상징적 동작 △과장된 움직임 △춤이 절묘하게 맞는 유머러스한 표현 등이다. 

 달빛 아래(빙정월하보)는 여인의 모습으로 강림한 칠성신의 춤이다.

 공유 단어는 △요염함 △요정 △도깨비 △춘앵전 등이 있고, 안무는 △물에 떠있는 입영 동작 △물결에 몸을 맡긴 듯한 △흐름을 타는듯한 움직임 등이다. 

 이러한 공유단어에서 오는 표현들은 정해진 정답이 있기보다는 개인의 해석에 따라 다르게 표현된다. 

 박이표 예술감독이 추구하는 즉흥의 움직임이 주는 자유로움 속에서 각자의 스토리를 자연스럽게 만들어나가는 것이다. 

 공연 중간에는 실제 '비나리'도 진행됐다. 춤 비나리는 울산시립무용단의 정체성인 '춤'이라는 말과 앞날의 행복을 기원하는 뜻의 우리말 '비나리'가 합쳐진 말이다. 

 무용단과 연희단은 신나는 비나리를 통해 각 가정과 개인의 액과 살을 풀기도 했다. 시립무용단 단원들과 어우러지는 연희단도 볼거리 중 하나다. 

 연희단은 징, 꽹과리, 북, 장구 등을 이용해 분위기를 끌어올리고 '상모 돌리기' '버나놀이(접시 돌리기)'등 굿판을 휘어잡는 장악력이 아주 인상적이었다. 

 이에 화답하듯 관객들은 연신 큰 박수와 호응을 보내며 무대와 하나 된 모습을 보였다. 

시립무용단 전원이 참여한 '서퍼-파도타기' 공연 모습. 울산시립무용단 제공
시립무용단 전원이 참여한 '서퍼-파도타기' 공연 모습. 울산시립무용단 제공

 이어지는 무대로는 한밤중에 모든 빛을 모아 밝히고 열린 춤 콘서트 '한밤의 유희-디베르티스망(난장춤판)'이 시작됐다. 

 경쾌하고 신나는 노래 속에서 난장춤판과 난장연희가 이어지고 조금 템포가 낮아진 음악 속에서 아낙들과 작대기 춤, 고무줄 뛰기 춤극이 펼쳐졌다. 

 공연은 전 무용수가 함께 선보이는 '서퍼-파도타기'로 막을 내렸다. 조용한 분위기 속에서 몸과 마음을 가다듬고 그들만의 의식 '벨신'이 시작됐다. 

 각자의 우주로 돌아가는 찰나와 억겁의 공존을 표현했다. 이 속에는 전통과 현대, 과거와 현재가 녹아있다. 

 이날 만난 한 관객은 "정해진 틀이 아닌 자유로운 몸짓이 너무 좋았고 극 전환마다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찾는 재미가 쏠쏠했다"며 "단원들의 열정이 그대로 느껴진 무대였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작품 속으로 푹 빠져들었다"고 전했다. 

 한편, 울산시립무용단은 오는 6월 28일 정기공연 '서퍼-파도를 기다리는 사람들'로 관객들을 또 한 번 찾을 예정이다. 

  김수빈기자 usksb@ulsanpres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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