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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우 NH농협은행 울산본부장
이영우 NH농협은행 울산본부장

 

지난 설 연휴 이후 울산지역의 자영업자와 소상공인들의 휴대폰에 반가운 문자가 전송됐다. 지난해 연말 발표됐던 정부와 은행권 민생금융 지원방안의 일원으로 소상공인 188만명에게 1조 3,455억원이 캐시백된 것이다. 

 울산지역 농협은행에서는 정부 시책에 발맞추어 거래 소상공인 6,987명의 차주에게 약 43억원 규모의 캐시백으로 지원했다. 경기위축과 고금리 장기화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에게는 가뭄에 단비 같은 소식이 아닐 수 없다. 

 이와 같이 서민과 취약계층과 함께 동고동락을 위한 금융서비스로 지향하는 것이 바로 포용 금융(Financial Inclusion)이다. 서민과 취약계층의 금융산업에 대한 접근성을 높이고 금융서비스 기회와 범위를 확대하며, 취약계층에 대한 금융교육을 통해 고리사채나 약탈적 금융에 빠져들지 않도록 하는 정책도 포함된다.    

 역사적으로 포용금융은 어려운 백성을 구제하는 것에서 시작됐다. 농사기술이 발달하지 않았던 과거에는 봄부터 춘궁기가 시작되었고 보릿고개를 넘지 못해 아사(餓死)하는 백성이 많아 국가적 대책이 필요했던 것이다. 

 이른바 중국 송나라시대 사창제도, 고구려의 진대법, 고려의 의창, 조선의 환곡제도는 보릿고개에 양곡을 빌려주고 추수기에 돌려받는 구휼제도로 삼국시대 부터 조선시대까지 국가가 마련한 사회보장제도이자 백성을 위한 서민금융제도였다. 

 조선시대 봄부터 가을까지 시중의 사채금리가 연리 50~100%였고, 이에 반해 환곡의 이자는 6개월간 20%(연리 40%)였다고 하니 당시 백성들에게는 없어서는 안 될 서민금융제도였던 것이다.  

 현대사회에서 포용금융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논의되기 시작했고, 우리나라도 햇살론, 미소금융 등 서민금융상품과 저리의 전세자금대출 등을 마련하고 서민을 위한 인터넷전문은행을 출범하는 등 금융포용성 제고를 위한 적극적 금융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포용금융이 대부분 관의 주도로 이루어지는 것이라면 경제적 사회적으로 어려운 사람들이 뜻을 모아 자발적으로 이루어진 민간단체가 바로 협동조합이다. 

 우리나라는 조선시대부터 자발적 마을공동체로 계, 향약, 품앗이, 두레 같은 상부상조 DNA 전통이 대대로 이어지고, 금융이 희망의 씨앗이 되어 삶의 선순환구조로 이어져 해방 이후 우리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신협, 새마을금고, 농협, 수협 등이 대표적인 협동조합으로 자리를 잡았다.

 협동조합은 19세기 중엽 영국 로치데일공정개척자조합이 그 효시로 자본주의의 발달로 소외된 노동자의 생활개선을 위한 소비자협동조합형태로 시작됐지만, 우리나라 신협과 새마을금고는 1960년대 초 도시서민의 고리사채문제로, 농협상호금융은 1969년 농촌에 만연해 있던 농업 고리사채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시작됐다. 결국, 협동조합과 포용금융은 민관 주체만 다를 뿐 서민과 취약계층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존재의 목적은 동일한 것이다.      

 지난해 우리나라 1인당 국민총소득(GNI)이 3만3,745달러로 집계됐다. 국가경제는 세계 10위권의 경제강국이지만, 지난해 말 기준으로 개인사업자 335만명이 1,109조원의 대출을 받아 연체율은 매년 증가하고 있으며,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101.5%로 소상공인과 개인들은 고금리와 부채로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국가와 지자체, 민간이 온 힘을 합쳐 어려움을 극복해야할 시기인 것이다. 

 올해는 상생을 위한 적극적 포용금융과 협동조합의 노력이 합쳐져 온 나라와 울산경제에 더 많은 온기가 돌고 어렵고 소외된 서민계층에 밝은 햇살이 비춰주길 간절히 바래본다. 이영우 NH농협은행 울산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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