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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육 울산시 상수도사업본부장
김상육 울산시 상수도사업본부장

 

울산은 하나뿐인 우리나라 고래도시이다. 미국은 가까운 하와이부터 멀리 낸터킷까지 고래도시들이 즐비하다. 산업원료용 고래를 잡았던 18~19세기에는 미국 동부 포경선들이 동해까지 몰려왔다. 소위 조선 후기 이양선들이다. 상업포경을 끝낸 지금은 수많은 한국인들이 미국 바다에서 고래관광을 즐긴다. 

 고래관광의 핵심은 배를 타고 나가 살아있는 고래를 보는 것이다. 1950년대 미국에서 이런 사업이 시작된 곳이 캘리포니아 최남단 항구도시 샌디에고이다. 지금은 샌디에고에 10여개 업체가 있다. 유람선과 낚시배, 요트와 카약 등 체험에 쓰이는 배들은 무척 다양하다. 

 각 배의 선장들은 경쟁관계이긴 하지만 서로 무전을 주고받으며 관찰 확률을 높이기 위해 협력한다. 그 결과 돌고래는 거의 100% 발견하며, 시즌에는 대형고래를 쉽게 볼 수 있다. 정부는 이제 "현명한 고래 관찰(Be Whale Wise)"을 호소하고 있다. 

 한편 멕시코 캘리포니아반도에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인 엘 비스카이노(El Vizcaino) 고래보호구역이 있으며, 귀신고래가 이곳과 알래스카를 매년 회유한다는 것은 잘 알려져 있다. 이 점은 1912년 한국형 귀신고래를 재발견한 로이 채프만 앤드류스의 연구에서 시작해 2005년 국제포경위원회(IWC) 울산회의까지 우리에게도 반복돼 알려진 사실이다. 

 필자는 지난해 미국에서 정책연수를 받는 한편, 샌디에고라는 도시의 여러 면모를 살펴볼 기회를 가졌다. 특히 평소 포경사와 고래관광에 관심이 있던 터라 샌디에고 앞바다를 지나는 귀신고래에 대해 알아보고 싶었다. 그러자 두 나라의 위대한 변방, 샌디에고와 울산은 귀신고래를 매개로 서로 묘하게 이어져 있음을 알게 되었다.

 1911~1912년 울산을 찾았던 앤드류스는 미국 귀신고래가 멸종위기에 처한데 반해, 동해 귀신고래는 아직 쉽게 발견된다고 평가했다. 그가 어깨를 밟고 섰던 거인이 스캐먼(C. M. Scammon, 1825~1911) 선장이다. 앤드류스만큼이나 연구대상인 이 인물은 동부의 메인주 출신으로 서부로 건너와 포경선 선장이 돼 귀신고래를 거의 전멸시켰다. 역사적 평가가 엇갈리는 그 현장이 지금 엘 비스카이노 구역의 석호들이다. 스캐먼 선장은 이후 해양경찰이 되어 알래스카를 탐험했고, 1874년에는 앤드류스가 보았을 '북미 북서 연안의 해양 포유동물'이라는 고전을 출판했다.

 길모어(R. Gilmore, 1907~1983) 박사는 귀신고래 생태를 연구한 최초의 과학자로서 샌디에고 자연사박물관장을 지냈다. 그는 일본과 한국의 귀신고래에 대해서도 관심을 두고 기록했다. 다만 일본 고래연구소에서 제공해 준 정보라 아쉬움이 있긴 하다. 캘리포니아주립대 샌디에고 캠퍼스(UCSD) 해안에는 스크립스(Scripps) 해양과학연구원이 자리하고 있는데, 박사는 이곳에서 귀신고래 이동을 연구했고, 많은 학자들과 정부 연구원들이 그 뒤를 이었다. 그들이 멕시코 고래보호구역 지정이나 상업포경 금지 등 전환점들을 이끌어냈다. 

 우리나라는 1978년 미국의 강한 요청으로 IWC 가입을 했다. 이어 1982년 상업포경 금지가 합의되었다. 이를 주도한 이가 브라우넬(R. Brownell Jr) 박사이다. 그는 우리나라 고래연구 1세대 전찬일(1915~2010) 박사와 함께 '한국 귀신고래 생존 보고서'를 1977년 영문으로 발표했다. 해방 후 1966년까지 67마리의 귀신고래를 잡았고, 1968년 욕지도 인근에서 마지막으로 목격되었다는 것이 요지이다. 이것이 IWC 미국대표가 된 그가 한국을 끌어들이게 된 방아쇠가 됐을 것이다. 한편 한반도연해포경사를 쓴 수산경제학자 박구병(1930~2006) 교수는 IWC 결정에 강한 유감을 표명했다. 브라우넬 박사는 구소련 붕괴 이후 샌디에고의 젊은 과학자들이 사할린 귀신고래를 조사할 수 있도록 지원했다.

 살펴보건대 근대 미국 동부 뱃사람들이 한일 연해를 들여다보며 포경선을 보냈듯이, 현대 서부 과학자들은 고래를 보호하려고 사할린부터 남중국해까지 고래 이동 상황을 살피고 있다. 하지만 미국 서부 귀신고래 개체수의 안정적인 회복, 일본 상업포경 재개, 사할린과 알래스카 유전 개발, 러우전쟁, 중국 양안관계 악화 등 글로벌 여건 변화에 따라 서태평양 귀신고래에 대한 관심이 계속 이어질지는 미지수이다. 

 봄이 오면 멕시코와 캘리포니아 귀신고래가 대부분 알라스카로 떠난다. 옛날에는 울산 귀신고래도 그랬을 것이다. 하지만 다시 겨울이 되면 귀신고래는 샌디에고로 돌아온다. 그러나 베링해와 사할린의 귀신고래는 더 이상 울산으로 돌아오지 않는다. 미국은 고래는 물론 말고기까지 공식적으로 허용되지 않는다. 귀신고래와 밍크고래를 같이 봐야할 지, 다르게 다뤄야 할 지 아직 논란이 끝나지 않은 것 같다. 김상육 울산시 상수도사업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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