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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금순 울산시인협회 회장·시인
전금순 울산시인협회 회장·시인

 

과거를 볼 수 있는 방법이 하나 있는데 천문 관측이 바로 그것이다. 말하자면, 별을 본다는 것은 과거를 보는 것의 다름 아니란 얘기다. 예컨대 지구에서 제일 가까운 별은 태양인데 대략 1억5,000만 ㎞ 떨어져 있고 지구까지 오는 데는 대략 8분 20초 정도 걸린다. 우리가 보는 태양의 빛과 별은 지금 모습이 아니라 과거 모습이란 말이다. 

 따라서 별자리 관측은 망원경이라는 타임머신을 타고 가는 과거로의 시간여행인 셈이다. 별은 매일 우리 머리 위에서 빛나고 있지만, 일상에서 별을 보는 것이 특별한 일이 되어버린 시대이다. 마음을 내어 밤 산책길에 나선다면, 오늘이라도 당장 평생 잊을 수 없는 별에 대한 추억을 마음속에 쌓을 수 있다. 

 이번에 소개하는 작품의 제목 '물고기 자리'는 황도 12궁의 제 12궁. 12궁으로는 2월 19일 (우수)~3월 20일에 해당된다. 점성술에서 수호성은 목성이다.

 그리스신화에서 미의 여신 아프로디테와 아들인 에로스의 변신으로 전해진다.

 아프로디테와 그녀의 아들 에로스는 바다 몬스터(타이폰)의 공격으로부터 도망치던 중 바닷 속 물고기에 의해 구해졌다. 그들은 물고기의 도움 덕분에 위협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며 감사의 표시로 하늘로 올라가는 별자리가 되도록 결정했다. 이에 따라 물고기 별자리는 구원과 사랑의 이야기로 우리에게 희망과 구원의 상징으로 여겨지고 있다. 

 

물고기 자리 

김만복

몽당연필 스케치풍의

장구애비 헐떡이다 그려놓은 그림 위로

물소리 자박자박 깨금발로 다가온 까치

발꿈치 움켜쥐고 풋웃음 토실한

동심원 속으로 날아오른다

유년의 칸칸마다 서랍을 열면

자잘한 꿈들이 수 천 마리의 나비가 되어

일제히 하늘 가득 날아올랐다

나뭇잎 같은 하늘이불 끌어당기자

달빛가지에 까마중처럼 익은 동심들이

주렁주렁 매달렸고

초록등 켠 반딧불이 파란 귀가

밤새 하늘을 날아다닌다

초저녁 별들이 굴뚝연기 사이로

흰 밥알처럼 익어가고 

밤하늘 은빛 멸치떼를 쫓아가는

아이들 사금파리 맨발이 싱싱하다

태생을 기억하는 연어는

봄의 자오선이 통과하는 목동자리를 지나

마침내 회귀선이 맞닿는 물고기자리까지 갔다

에로스 화살을 맞은 아름다운 여신들이

밤새 사랑을 속삭이다

그만 깜박 잠이 들어

은하의 별자리로 총총히 박혀 있다

 

 어제의 풍경을 기억하지 못할 만큼 세상의 변화가 쏜살같다. 강원도 영월에 가면 망원경 하나면 저하늘의 은하수 별도 볼 수 있지 않은가.

 벼농사가 귀한 시절 눈 앞에 밥 한 덩이를 얻지 못해 근근하던 삶에서, 이제 나무와 잔디, 그 안에 노니는 벌레와 새들을 돌보며 자연을 향유하는 풍경이 자연스러운 모습으로 바뀌었다. 

 가까운 수변공원에 가 보더라도 다양한 물고기 청둥오리, 산책 나 온 이웃들이 먹이 주는 모습도 정겹다.어릴적 기억 속 강원도 양구 고동골 작은동네 어귀 개울가 얕은곳만 골라 순둥이처럼, 엎드린 바윗돌 몇 개 물총새 꼬리방아질에 토끼처럼, 깡총거리면 건너던 아이들. 지금쯤 할아버지 할머니 되어 오일 장날이면 술 한 잔 기울이고 있을까.

 저녁이면 밭일에 힘들어하시는 부모님 등 밟아 주기 싫어 두꺼운 이불 뒤집어쓰고 잠든 척 했었지.

 "별 하나에 추억과 별 하나에 사랑과 별 하나에 쓸쓸함과 별 하나에 동경과 별 하나에 시와 별 하나에 어머니, 어머니"라 읊은 윤동주의 별 헤는 밤이 아니더라도 별빛이 그 길을 환히 밝혀주던 시대는 얼마나 행복했던가.

 3월 밤하늘 별과 함께 은은히 대기를 밝히는 매화,벚꽃,산수유와 같은 꽃등이 행여 바래질 세라 징검다리처럼 밤 산책길을 건너 본다. 

 

※김만복 시인은 2011년 월간문학으로 시 등단을 했으며,  한국문인협회 회원으로 활동 중이며 동해남부시, 미래시 동인, 영대문화상, 시흥문학상, 청림문학상, 환경문학상 수상으로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시집으로는 '그림자 지우기' 등을 발간했다. '그림자 지우기'는 크게 4부로 나뉘어 있으며 이번 '시인의 시선'에 소개한 물고기 자리와 같은 책에 담긴 주옥같은 시편을 통해 독자를 시인의 시 세계로 안내한다.  전금순 울산시인협회 회장·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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