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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양화가 주한경씨는 시간과 공간의 단절과 흐름을 화석이라는 모티브로 증폭시키는 작업에 천착해왔다. 특히 점토, 연필, 흑연가루 등 주변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재료를 오브제 삼아 무채색으로 시간과 공간에 대한 개념을 표현해왔다.
 24일부터 남구 갤러리 보우에서 열리는 근작전 '화화석(花化石)을 드러내다'는 주씨가 그동한 작업해온 분위기와 사뭇 다르다.
 97년부터 화석 작업을 꾸준히 해온 완숙한 솜씨를 이번에는 '실'을 이용해 유선형의 형태를 우연의 효과로 얻어내고 있다. 이 작업은 섬세하고 정교한 손길을 필요로 했다고.
물질을 단순하면서 섬세하게 잘 다룬다는 것은 내면의 근원적인 접근으로서 매우 정신적이며 철학적인 것의 표현이다.
 화석같기도 하고 꽃, 태아 혹은 유기체인 듯 한 형태의 물결은 유기적인 선과 면의 흐름으로 연결되어 이어진다.
 황토빛 혹은 붉은 색으로 표현된 도드라진 입체적 형태는 알 수 없는 모호한 시공간을 만들어낸다.
 이 작업은 시간이 멈춰진 순간 혹은 공간의 흐름, 즉 존재와 사물을 함께 붙잡아 놓거나 변화해가는 시간과 공간을 그려낸 것이다.
 이것은 데자뷰 같이 이전에도 봐왔던 그 무엇이며 누구나 가끔씩은 경험했을 법한 것이 존재하는 세계일 것이다.
 이 순간을 작가는 놓치지 않고 작업으로 표현하고 우리는 그의 작업을 통해 그 순간의 감흥을 경험하게 된다.
 주 씨는 이것을 화석이란 매개체를 통해 존재론적 인과관계로 포착하고 또한 표현된 대상들이 초월된 시공간에 존재하고 있음을 이야기한다.
 이로써 작가가 세상을 바로 현재, 과거, 미래가 함축된 개념으로 바라보는 것임을 알 수 있다.
 "언젠가 생태박물관에 전시된 오래된 화석을 보면서 어디서 본듯한 낯설지 않은 무언가를 떠올렸던 때가 있습니다. 그 이후 화석이라는 형상을 매개로 시공간을 넘나드는 우리네 아득한 기억을 조형적으로 풀어내고자 하고 있습니다" 이번 전시에서도 그의 작업정신은 유효하다. 전시는 12월 5일까지. 김미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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