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목탁구멍...'은 1990년 초연 당시 삼성문예상, 서울연극제 희곡상·남자연기상·특별상, 백상예술대상 연출상·희곡상·인기배우상 등을 석권하고, 최초로 해외공연 지원금을 받은 명성 높은 작품. 현재 서울에서 비구니버전으로 재구성되어 공연 중이다.
 이 작품은 제목에서 보여지듯 구도의 고행 속에서 피어나는 깨우침의 미학을 보여주고 있다. 즉, 진실된 삶과 자아를 찾는 작품으로 스님들의 일상적 생활에서부터 마지막 법을 구할 때까지의 과정을 작품에서 표현하고 있다.
 특히 불교적 소재를 다루면서도 예술 세계와 인간 본성이라는 보편적 주제를 함축하고 있다. 예술 세계를 추구하며 세속의 번뇌에서 벗어나려는 주인공의 심리, 자신이 온 세상을 다 가졌으면서도 목탁구멍 속의 작은 어둠밖에 보지 못하는 우매함을 드러내고 있다.
 작품의 주인공은 도법스님. 도법은 말이 없고 조용해 득도한 사람 마냥 겉보기엔 점잖아 보이나 속으로는 속세의 번뇌로 가득 차있다. 그의 아내는 도법이 보는 앞에서 동네 건달들 7명에게 윤간을 당한 것. 그래서 그는 견딜 수 없어 산 속의 절로 도망쳐 온 것이다. 
 작품의 후반부에서 주제의식을 드러내기 위해 '망령'이 등장한다. 망령은 곧 마음속 또다른 자아일 수 도 있는 것. 도법은 망령에게 이렇게 절규한다.
 〔도법〕 물론 내 처는 아무 잘못도 없어. 하지만 난 그 일을 지울 수 없어. 어떤 놈이든 붙잡고 물어봐. 지 마누라가 강간 당하는 걸 보고, 저건 색(色)이요 저건 공(空)이니 집착하지 말고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여겨 버리라면 어떤 미친놈이 그대로 따르겠냐고. 그런 놈은 세상에 없어.
 도법은 말령에게 달려든다. 망령의 눈을 찌른다는 것이 결국 자신의 두 눈을 찌르고 만다. 속세의 기억을 떨치지 못하고 있는 도법에게 망령은 이렇게 호통한다.
 [망령] 자넨 나를 죽이려 했지만 결국 자네의 두눈을 찌르고 말았어. 일체유심조라. 난 바로 자네일세. 아름답고 깨끗한 것만 찾아 헤맨 자네의 동태눈알이 자네 두 눈을 찌른 거야. 아름답고 추함이란 한낱 꿈속의 허깨비에 불과한 것. 본디 이 세상 모든 것은 미추란 없는 것이야.
 작품의 마지막에서 도법은 결국 깨달음에 도달한다. 그리고 담담하게 입을 연다.
 [도법] 그래! 모든 것이 목탁구멍속의 작은 어둠이지.
 일상의 우리는 바로 내 눈앞에 보이는 것만 찾고 집착하는 경우가 많다. 그 것이 허상이라는 것도 모른 체 말이다. 허상이 아닌 참 모습을 보는 혜안을 가진다면 우리 인간세상이 참으로 밝아진 것인데,,, 그런 날이 올까?

김영삼 연극배우

저작권자 © 울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