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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2일 오후 6시 찾은 울산 남구 무거동 삼호초등학교의 도서관에는 환하게 불이 켜져 있었다. 아이들의 독서 열기가 넘친다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하지만 아이들이 책을 볼 때의 맑은 눈망울 만큼 책을 살피고 있는 어른들의 눈동자에는 밤 10시를 넘겼지만 여전히 진지함이 묻어난다. 매주 금요일 저녁마다 펼쳐지는 열정이다.


 20대 청년부터 60대까지 다양한 연령대 18명의 어른들이 모여 울산의 초등학생들에게 들려 줄 울산이야기를 만들고 있다. 오는 2010년부터 사용될 4학년 1학기 사회과탐구 지역 교과서인 '울산의 생활' 편찬위원들이다.


 지역사회교과서편찬위원회(위원장 양명학·67·울산대 명예교수)는 '울산의 생활'에 대해 한마디로 "보다 긍지 있게 울산을 볼 수 있는 눈을 키워주는 교과서"라고 말한다.


 울산지역사회 교과서 '울산의 생활'은 현재의 울산 모습을 그대로 담아내고 있다.


 지금까지의 교과서에는 울산의 모습이 산업도시 중심이었다. 하지만 이번에 새로 태어날 교과서는 친환경 생태하천으로 거듭난 태화강과 지역의 메세나 운동을 결합해 에코폴리스를 지향하는 환경문화도시의 이미지를 부각하고 있다.


 특히 '울산의 생활'은 지금까지 초등교사 위주로 구성된 집필팀에서 탈피, 지역의 전문가들이 함께 만들어가는 교과서다. 울산의 향토사 연구에 최고의 권위를 자랑하는 울산대 양명학 명예교수가 편찬위원장으로 참여하고 있으며, 이상도·송수환 향토사학자와 정상태 반구대암각화전시관장, 김 원 울산시의회 사무관 등이 위원으로 동참하고 있다는 것은 주목할 만한 일이다.


 뿐만 아니라 울산 최고의 중등교사 2명과 초등교사 11명이 참여하는 이번 편찬위는 이 교과서에 대한 김상만 교육감의 의지가 잘 나타나 있다.


 김 교육감은 "울산의 최고 향토사 연구가들이 참여하고 있다"며 "전국 16개 시도중 지역사회교과서 편찬위원에 지역 전문가가 참여하는 곳은 울산밖에 없다"고 자랑한다.


 양 교수는 "울산의 전문가들이 참여한 것은 체험학습 등 현장을 잘 알 수 있도록 만들어 산업경제는 물론이고 환경, 역사, 문화 등 울산의 곳곳이 우수하다는 개념을 심어주려 한다"며 "새로 만든 교과서로 울산의 아이들이 울산에 긍지와 자부심을 갖고 자라길 기원한다"고 밝혔다.


 '울산의 생활'은 또 그 지역만의 편협적인 지역화에서 탈피해 울산의 인근 도시는 물론이고 자매결연 해외도시 등 다른 도시와의 상호의존적인 관계를 충분히 이해하고 글로벌 도시를 대비한 지역화교과서로 만어들지고 있다.


 집필팀장인 장영일(41·수암초) 교사는 "지난 2000년부터 사용돼왔던 기존 교과서에는 울산의 산업에 집중돼 있어 공장의 매연 사진까지 있었다"며 "이번 교과서는 한층 세련된 울산의 자료를 가지고 사회공부를 더욱 재밌게 할 수 있도록 했다"고 말했다.


 장 교사는 "아이들이 사회과목을 좀 어려워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 교과서를 통해 사회과목을 즐겁고 신나는 과목으로 생각할 수 있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삽화를 담당하고 있는 진은정(34·삼호초) 교사는 "교과서에 들어갈 삽화를 그리면서 그림으로도 내용을 설명하고 이야기를 담을 수 있도록 노력했다"며 "아이들의 무의식적 정서에 미치는 영향을 생각해 고민을 하면서 그림을 그리고 있다"고 말해 참여 교사들의 새 교과서에 대한 의지를 보여줬다.


 이 교과서는 내년 3월이면 지역의 한 초등학교에서 실험 교과서로 채택된다. 한 해 먼저 교과서를 만나게 될 아이들의 설레는 눈망울이 선하다.  글·사진=박송근기자 s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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