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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4일 운문산을 등반하는 가지산 산악회 대원들.

 

 기축년 올해는 지난 2월 남암산 시산제 참석이후 오랜만에 휴일산행에 댓글을 달았다. 세월이 유수와 같다더니 벌써 6월의 중반이 훌쩍 지나고 있으니 말이다.

 

   고향 산 첫 등반에 가슴설레


 운문산은 나의 고향가까이 있지만 50년 만에 처음으로 가보는 산이기에 마음이 분주하다. 경남 밀양시 산내면 삼양리에 위치한 산이며, 동으로 백운산(해발 885m), 남으로 천황산(해발 1,189m), 북으로 운문산(해발 1,188m)이 병풍처럼 둘러 쌓인 가운데 분지와 같은 고요하고 아름다운 나의 고향 마을이다. 백운산과 천황산은 자주 산행을 하였으나 운문산은 처음이다.
 지난 14일 오전 9시에 남구 무거동 문수고 정문 앞에서 회원 5명과 합류해 반갑게 인사를 나누고 출발했다. 우리는 잠시 언양 시장에 들러 정상주를 위한 문어안주를 준비한 후 우리나라 터널 중 국도 터널로는 가장 길고 고속도로 터널(중앙고속도로 죽령터널 4.6km)로는 두번째로 긴 가지산 터널(4.5km)을 지나 밀양시 산내면 원서리 석골사로 향했다.

 

   억산 맞닿은 계곡에 자리한 석골사


 내 고향 밀양 얼음골을 지나 부모님이 계신 집 앞을 지나려니 마음은 편치가 않았다. 오랜만의 우리 회원과의 동행에 잠시 부모님은 잊기로 하고 석골사로 향했다.
 석골사는 원서리 입구에서 마을길을 지나 운문산과 억산(해발 944m)이 맞닿은 계곡에 자리 잡고 있는 작은 사찰이다.
 대한불교 조계종 제15교구 본사인 통도사의 말사이며, 신라 진흥왕 12년(560년) 비허선사가 창건했다고도 하고, 혜공왕 9년(773년)에 법조가 창건했다고도 한다.
 지금은 가뭄으로 물줄기가 약하지만 계곡에 물이 많을 때에는 웅장한 자태를 드러내며 기세 좋게 물살을 내리던 석골폭포와 마주한다.
 석골사를 지나 등산로로 들어서자 쭉쭉 뻗은 울창한 숲과 웅장한 암봉, 기암괴석이 자연그대로의 심산유곡을 이루고 있다. 짙은 녹음에서 나오는 신선한 공기와 이름모를 새들의 울음소리는 울산의 공해속 오장육부를 완전히 정화시켜준다.
 2.4km를 오르니 사거리 딱밭재에 도착했다. 회원이신 산신령님이 준비한 매실주로 새들의 아름다운 라이브 음악과 녹음을 안주 삼으니 전날의 과음도 잊은 채, 힘든 산행과 비 맞은 듯한 땀과 험한 고행 길도 매실주 한잔에 깨끗하게 녹아내린다.
 운문산 정상석을 보는 순간 탁 트인 사방이 내려다보인다. 경남북의 경계선과 동쪽의 백운산, 남쪽의 천황산. 남쪽 산아래 펼쳐지는 아름다운 내 고향 남명마을 전체가 한눈에 내려다 보인다.

 

   陰山 기운에 수도승 십년공부 도루묵


 북쪽으로는 경북 청도군 운문면으로 양능선이 길게 뻗어 내린 사이로 이 산의 이름을 따서 지어진 비구니 승이 수련을 하는 운문사가 자리하고 있다. 예로부터 이곳은 산자수명(山紫水明)한 곳으로 유명하다. 그래서 이곳은 특히 고승들이 많이 찾아 들었으나 풍수지리설에 의하면 가지산과 운문산은 음산(陰山) 즉 여성적인 산이어서 수도승이 이곳에서 맹렬하게 수도를 하여 대오각성 할만하면 꼭 여자가 나타나 십년공부가 하루아침에 허물어지게 되었다고 한다.
 우리는 정상을 배경으로 가지! 가지! 가지! 파이팅 삼창을 하고 기념사진을 찍었다. 언양시장에서 1시간 지체로 허기진 배를 달래며 정상에서 늦은 점심을 먹었다. 맑은 공기와 시원한 전망에 미나공님이 정성스레 준비해주신 점심 특선 메뉴와 삼위일체가 되니 임금 수라상이 별거더냐. 매실주와 문어안주로 정상주로 축배를 들었다.

 

   정상올라 매실주-문어안주로 축배


 정상에서 1.0km 아래 석골사의 부속 암자인 상운암이 있다. 잊혀져가던 동족상잔의 6.25가 새삼스럽게 머리를 스쳐지나간다. 빨치산 토벌작전때 소실되어 1960년대에 재건립한 미니 암자로 첩첩산중의 외로운 나홀로 외딴 오두막집이다. 슬레트 지붕에 자그마한 불상하나에 등산객들이 유일한 불자인 것 같다. 스님 한명이 수도하고 있으며, 태양열로 전기를 사용한다.
 부처님이 우리를 보호 하신 걸까. 상운암에 도착하니 한줄기의 단비가 내린다. 등산객들이 처마밑에 옹기종기 모여 비를 피한다. 1시간여 지나 비가 그치고 우리는 다시 하산한다.
 하산길가에 큰 바위가 하나 있다. 바로 정구지바위다. 정구지 바위는 바위 위에 부추 모양의 난이 자생하고 있다하여 붙여진 이름이며 한 덩어리로 뭉쳐진 매우 큰 바위이다. 산행길 옆에 외롭게 자리를 지키고 있다.
 산행때 땀을 흘리던 고행의 길을 뒤로하고 기암괴석과 심산유곡을 따라 자연경관이 울창한 숲속과 함께 석골사로 원점회귀하여 시원한 계곡에 발을 담그면서 잠시나마 자신과의 극기 훈련에서 승리했다는 마음이 자아의 경지에 도달하는 느낌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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