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속 풍경] 1만여 실향민 응어리 달래줄 '고향의 외침'
[내 마음속 풍경] 1만여 실향민 응어리 달래줄 '고향의 외침'
  • 하주화
  • 승인 2010.08.12 20:12
  • 기사입력 2010.08.12 20: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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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산이주민 '망향비'

 

   
▲ 온산공단이 조성되면서 마을을 떠나야했던 1만3,000여 실향민의 한을 달래주기 위해 마을 뒷동산에 세워진 온산이주민 망향비.

높이 8.5m 폭 2.5m 마을사진·19개 유래비 주변 호위
건립추진위 구성 지난 6월 공사완료…31일 제막식


울주군 온산읍 화산근리공원 한쪽에는 사연 많은 비석 하나가 우뚝 섰다. 꼿꼿하지만 처연하고 구슬프다. 뜻하지 않게 고향땅을 잃게된 실향민의 아픔이 숨어있는 탓이다. 온산공단이 조성되면서 삶의 터전을 잃은 온산이주민의 한을 달래주고 있는 망향비다.


 망향비는 바다가 내려다 보이는 공원 한켠에 높이 8.5m, 폭 2.5m, 좌대높이 1.5m의 규모로 자리하고 있다. 주위에는 당월, 우봉, 원봉, 산남, 이진 등 마을 사진과 유래를 담은 19개의 비석이 이를 호위하듯 둘러쌌다. 지난 1974년 이곳인 온산 산업기지개발지역으로 발표된 후 1976년부터 이주를 시작했던 10개 법정리 19개 행정마을의 구구절절한 흔적이 담긴 유래비다. 1987년 2차 이주까지 포함하면 모두 2,804세대, 1만3,018명이 고향을 잃고 인근 덕신 지역 등으로 뿔뿔이 흩어져야했다.


 당시 이 곳은 산업도시 울산을 만드는 심장부이자 국가산업 발전의 원동력이 됐지만 대신 대대손손 수백년을 살아온 토착민들은 조상의 땅을 떠나야했다.
 그들의 고향인 온산은 오래 전부터 온화한 기후 여건을 갖춰 '따뜻한 산[溫山]'이라 불렸으며, 기름진 토양 그리고 난류가 자주 흘러 해산물이 풍부했던 살만한 고장이었다. 서편을 끼고 흐르는 회야강은 용방소와 같은 기경을 만들며 삼평·강양리 등지에 풍요로운 곡창 지대를 형성했다.


 왜침을 저지시킨 거남산과 봉화산 등은 자랑스런 구국 역사의 장이였고, 달포와 우봉 마을은 전국 복어 어획고의 50% 가까이를 올리는 어장이었다. 마을이 동해 바다에 접해 있어 바다어장이 풍부했고 당월·목도·달포 등 해안 마을은 양질의 자연산 횟감이 쏟아졌다. 주민들은 이웃을 서로 사랑하고 도왔다.
 그 다지 넓지 않은 이 지역에 선사시대의 문화유적이 30여 곳에 걸쳐 산재해 있는 것은, 이처럼 예로부터 인간이 살아가기에 매우 좋은 여건을 갖추었던 곳이라는 증거다.

 

 

   
▲ 망향비를 둘러싸고 있는 19개 유래비에는 마을의 흔적이 담겨 있다.

 그러나 공단 조성이 시작되면서 삶의 터전을 잃고 소일거리조차 제대로 갖지 못했던 이주민들은 새로운 적응하지 못하고 척박한 이주생활을 견뎌야했다. 인근에는 타지에서 유입된 공단근로자들과 그 가족들이 전체 인구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면서 불협화음도 잦았다.

 


 인고의 34년을 보내면서 이곳을 찾아 고향땅을 내려다 보던 실향민들은 고향을 그리워하는 선대들을 위로하기 위한 '온산이주민 망향비' 건립을 추진하기 시작했다. 이들은 지난해 3월 '온산이주민 망향비 건립추진위원회'(위원장 임영옥)를 발족하고 울주군에 협조를 요청해 지난 6월30일 공사를 완료했다.
 추진위 황홍근 사무국장은 "대대손손 15대가 400여년을 지켜온 땅이었다"고 회상 한 뒤 "늦었지만 망향비가 세워져 조상의 얼을 되새기고 한을 달랠 수 있게 돼 다행이다"며 가슴속 응어리를 쓸어내렸다.


 오는 31일 준공식과 제막식이 거행되면 온산주민들의 가슴에 남은 외침은 이제 고향 마을 뒷동산에 세워진 망향비로 되살아나게 됐다.


 임영옥 위원장은 "비록 고향마을은 사라졌지만 우리가 살았던 터전이 울산발전의 밑거름이 되고 국가발전의 근간을 이루는 중추지로 변모했으니 그나마 위안이 된다"며 "먼 훗날 후손들에게 선조들이 살았던 곳이 지금은 공단 속에 묻혔지만 그래도 어디쯤이었고 어떻게 살았었다는 얘기를 대신해 줄 수 있는 망향비가 남았으니 실향민들에게는 큰 위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글=하주화기자 usjh@ 사진=유은경기자 usyek@ulsanpres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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