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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거리를 중심으로 복잡하게 상권이 형성돼 처음 오면 어딜 갈지 몰라 멍하게 있는 모습이 바보 같다고 해 붙여졌다는 울산대학교 앞 '바보사거리'.
 울산대학교 학생들에게 왜 '바보사거리'가 됐냐고 물어보면 '선배들이 그렇게 불러 따라 부르게 됐다'는 답변이 태반이다. 80학번이라는 졸업생에게 물어봐도 같은 대답이 돌아온다. 왜 그렇게 불리기 시작했는지 확실치 않지만 울산대학교가 들어서던 그 시절부터 이미 이곳은 '바보사거리'였다.
 20~30년 넘게 이곳에 터 잡아 살아온 이성도(66)씨의 말을 빌자면 밥집과 술집이 밀집되어 있지 않고 띄엄띄엄 분산돼 있던 시기에 사거리에 도착한 학생들이 '더 갈까, 동쪽으로 갈까, 서쪽으로 갈까' 고민하며 하늘을 보는 모습을 옆에서 보던 친구가 보고 '바보 같다'고 표현한 것이 그 시초라고 한다.
 울산대학교 설립과 역사를 같이하는 울산 대학 상권의 중심 '바보사거리'는 젊음이 넘치는 곳이다. 이곳의 옛 이야기부터 지금의 이야기, 앞으로의 이야기를 담아봤다.
 
# 70년대 논·밭뿐…90년대 상권형성
지난 1970년 울산공과대학이 들어서던 당시만 해도 이곳 '바보사거리'는 논·밭, 가정집이 주로 있었다. 대학이 들어선 지 1~2년이 채 되지 않아 대학생들의 수요에 따라 하숙집이 하나 둘 들어서고, 밥집, 대폿집 등이 띄엄띄엄 들어섰다. 그러나 지난 1980년 대학원이 들어서고, 1985년에 종합대학으로 승격되면서 학생 수가 점점 늘어나자 이에 맞춰 대학생을 상대로 장사를 하는 가게도 늘어나기 시작했다. 80년대 중·후반만 해도 4층 이상의 건물이 없던 이곳도 88년을 전후로 높은 건물이 속속 들어섰다. 식당과 고깃집, 당구장, 술집이 주를 이루던 울산대학 앞 상권도 90년대 초반 이 일대 구획정리가 되기 시작하면서 지금 상권의 모습을 점차 갖춰졌다.
 97년 IMF가 터지기 전에는 밤낮을 모르는 젊은 대학생과 같이 불야성을 이뤘고, 젊은 치기를 이기지 못한 학생들의 싸움이 일어나기도 했다. 97년 즈음엔 바보사거리를 끼고 마주 보고 위치한 커피숍 '댄디'와 '제커'에서 소개팅을 해보지 않은 울산대학교 학생이 없을 정도였다.
 현재 바보사거리가 새겨져 있는 표지석이 있는 GS25 편의점 앞에 있는 간이 테이블과 의자는 술 취한 학생들이 자주 파손하자 없어졌다 최근 디자인거리 사업 후 다시 나타났다.
 
# 당구장-노래방-컴퓨터학원…인기업종 수시로 바껴
대학가는 주로 학생들을 상대로 하는 이들을 타깃으로 한 소규모 의류 매장, 주점, 프랜차이즈 음식점 업종이 집중적으로 분포돼 있고, 상권특성상 구역별, 시기별로 180도 상반된 유통구조를 갖고 있다.
 울산대학교 앞 상권도 젊은 층을 상대로 한 업종들은 한 집 건너 하나 꼴로 형성돼 경쟁적으로 장사를 벌이고 있다.
 한 때는 지금의 GS25 편의점이 들어선 자리 지하에 있던 '허수아비 돈가스'가 인기를 끌며 울산대학교 학생 중 이 돈가스를 먹어보지 않은 학생이 없을 정도였고, 한 때는 온돌당구장이, 또 한 때는 노래방이 인기를 끌며 3~4집이 이 일대 내에 생겼다 사라졌다.
 지금은 늘어난 커피수요와 문화에 맞춰 테이크아웃이 가능한 커피전문점이 많이 들어서 있다.
 이러한 커피전문점도 어느 날 점점 사라지기 시작해 새로운 업종이 들어설 지도 모를 일이다.
 대학생들의 수요에 철저히 맞춰진 상권인 만큼 소비문화 외에도 취업 경향에 따른 변화도 이곳에서는 확인할 수 있다. 한 때 컴퓨터 전문학원이 늘어나다 없어지더니 최근 다시 생기기 시작했다. 취업에 있어 '스펙'이 중요해지자 하나라도 자격증을 더 따놓으려는 학생들 덕에 자격증을 딸 수 있는 전문학원이 속속 생겨 성업 중이다.
 
# 주차공간 부족·문화 활성화 풀어야할 숙제
울산대학의 상징이라고도 할 수 있는 '바보사거리'는 이제 디자인의 옷을 입었다. 지난해 7월 남구청이 시행한 도시디자인 시범거리 조성 사업을 통해 걷고 싶은 보행자 중심의 거리로 만들어졌다.
 흔히 '대학가'하면 떠올리는 '불황도 피해가는 상권'이라는 공식에서 울산대학교 앞 상권도 꽤 오랫동안 벗어나지 않았다. 하지만 최근 들어 대학생과 함께 주 고객의 축을 이루던 중·고등학생들이 중구 성남동으로 빠져나갔다.
 상인들은 대학생들 역시 영화관 등이 있는 중구 성남동과 남구 삼산동으로 빠져나가고 있는 데다 경기마저 신통치 않아 예전만 못하다고 말한다. 또 일방통행에 주차금지 구간이 됐지만 주차공간은 확보되지 않아 오던 손님도 발길을 돌리고 있는 등 잘 정비된 거리의 효과를 100% 보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는 것이 상인들의 생각이다.
 울산대학교에는 주차면수 40면의 섬돌공영주차장 외에는 주차공간이 없어 도로가에 어지럽게 자동차들이 불법 주·정차를 일삼고 있다.
 주차공간이 확보되고 음악, 연극 등의 문화공연이 펼쳐질 공간이 마련된다면 서울의 '홍대'보다도 더 멋진 대학가 '바보사거리'를 볼 날도 머지 않을 것이다.

 

   
 

"주민 삶에 기여하고 고객엔 질좋은 서비스 제공할 것"

디자인 거리와 함께 번영회 생겨
상권 업종제한 탄력적 운영 필요
주차공간 확보 등 후속조치 기대

 

   
▲ 박인호 울산대학교상가번영회장 인터뷰

"주민과 소비자들의 삶에 기여할 수 있는 상가번영회가 되고 싶습니다"
 울산대학교 앞 상인들은 젊은 층의 소비 트렌드에 맞춰 빠르게 바뀌다보니 그동안 상인회나 번영회 등을 꾸려 운영하기 어려웠다.
 대신 무거동에서 오랜 시간 동안 터 잡고 살아온 마을 청년회 등이 빈 자리를 대신하며 울산대학교 앞 발전을 위해 힘써 왔었다.

 이런 울산대학교 앞 상권에도 지난해 남구청의 디자인거리 시범사업 추진과 함께 번영회가 생겼다.
 울산대학교주변상가번영회 박인호(61·사진) 회장은 그동안 공식적인 상인회가 없다가 생긴 만큼 상인들에 한정되지 않고 주민들의 삶에도 기여할 수 있는 번영회를 꾸려 나갈 꿈에 부풀어 있다.
 "상인들은 이익 창출이 목적이지요. 하지만 이익을 창출하기 위해서는 '질 좋은 서비스 제공'이 필요합니다. 그동안 중구난방으로 흩어져 있던 상인들을 한 데 모아 강사도 초빙해 서비스 교육을 하는 등 사람들이 기분 좋게 다닐 수 있는 곳으로 만들고 싶습니다"

 박 회장은 무거동에 아파트 단지가 들어서며 인근에 초등학교도 2곳 생겼는데 이로 인해 대학 앞 상권 업종에 제한을 받고 있다고 말한다.
 "대학 상권에는 어느 정도의 유흥업종도 필요합니다. 그런데 이미 상권이 형성된 뒤에 초등학교가 들어섰는데 이들 초등학교를 위해 업종을 제한하다 보니 대학교 앞에도 PC방 등이 사라지고 있습니다. 무조건 안된다고 하기 보다는 주민들의 의견도 반영하는 등 탄력적 운영이 필요한 부분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그는 울산대학교 앞 상권에 있어 가장 큰 문제가 주차공간 확보라고 주장한다.
 "디자인거리 사업 후 바보사거리 내부 거리는 일방통행으로 바뀐 데다 그 동안 해오던 도로가 주차도 하지 못하게 됐습니다. 또 작은 규모의 공영주차장 외에는 주차할 곳이 없다보니 불편함을 느낀 손님들이 발길을 돌리는 실정입니다. 주차공간이 확보된 뒤 디자인 사업을 벌였어야 하는 게 아닌가 하는 아쉬움이 남네요"
 하지만 그는 남구청의 협조와 번영회가 나서 스스로 달라진다면 예전과 같은 명성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한다.

 "디자인거리에 대한 후속적인 조치로 남구청이 나서 주차공간 확보에 힘을 써줬으면 합니다. 나머지 서비스 질 같은 부분은 우리 상인들이 나서 스스로 달라져야 할 부분이지요. 이 두 가지가 합쳐진다면 울산 유일의 '대학가'의 명성을 되찾을 수 있지 않을까요." 
  글=이보람기자 usybr@ulsanpress.net
 사진= 유은경기자 usyek@ulsanpres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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