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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그림들은 이중적인 콘텍스트가 흐르고 있다. 일상적인 이야기거리를 통한 재미를 띠는 일면이 있지만, 좌절이나 비극적인 실존주의적 분위기가 감돌고도 있다. 작품배경을 등지고 있는 형상들이 대체로 인간에 대한 관찰을 멀리서 하고 있다면, 배경은 오히려 나의 보다 깊은 내면을 열어 보이는 심상의 반영이자 표현인 것이다. 즉 실존주의적 배경에 풍자적 형상의 대비가 내 그림에 있어서의 재미가 단순한 재미는 아니라는 점인 것이다. 화면에서의 낙서를 연상시키는 것 같은 모습도 음미할만한 대목이다. 형태들이 명료하고 견고한 것이라기 보다는 선묘 고유의 가상성을 노골화 시키고 있어 가벼워 보이기도 한다. 그 선드로잉이 가지는 속도감과 자연스런 생동감이 더 두드러져 보이게 하고 싶다. 칼라스틱이나 갈필의 붓질에 의한 마티에르가 거친 터치의 선묘로 몇 층의 배경을 뚫고 나옴으로써 유기적 활력을 펼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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