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최근 2년간 팀원들에게 '코드에 맥락을 최대한 적게 담아라'라는 말을 가장 많이 한 것 같다. 다들 처음에는 무슨 소리를 하는거냐? 같은 표정을 짓는다. 프로그램 코드란 대부분 어떤 상황이 일어났을 때 그에 맞는 동작과 결과를 출력하도록 기계에게 지시하는 것이다. 여기서 어떤 상황이 일어날 때 그 상황을 구성하는 각종 배경 정보를 맥락이라고 한다. 여전히 잘 알아듣지 못하는 팀원들이 많아 다시 자세한 설명을 해 줬다. 가정을 최대한 적게 깔라는 뜻이라 풀어주자 그제야 하나둘씩 알아듣는 눈치다. 이런 표현을 이해하기 어려워하는
라면은 많은 이들에게 친숙하다. 내가 아주 좋아하는 것도 라면이다. 간편하게 한 끼 식사를 해결하기에 충분한 까닭이다. 쫄깃쫄깃 탱글탱글한 면발을 생각하면 저절로 군침이 고인다. 콩나물을 넣으면 아삭한 식감도 즐길 수 있고, 대패삼겹살 두어 조각과 계란과 파를 곁들이면 영양면에서도 부족하지 않다. '계란떡만두햄치즈김치라면'(장이랑/폭스코너)이라니 싫어할 수 없는 재료들을 다 넣은 맛은 어떨까, 라면 한 개가 커다란 냄비를 다 채울 것 같다. 양적으로도 넉넉할 것 같다는 생각과 함께 노란 표지의 책을 보면서도 군침이 흐른다. 이 책에
우리 주변에는 곳곳에 유휴공간들이 있다. 의외로 근접한 곳에 거주하는 주민들이나 시민들은 그런 공간의 존재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렇게 사람의 손길을 기다리고 관심을 기다리는 공간들은 시민들의 의지로 놀라운 용도로 살아나기도 한다. 2024년 1월 19일 개관한 울산 동구 방어진 '슬도아트(구, 소리체험관)'와 방어진활어센터 건물에 위치한 '문화공장방어진'이 그 대표적 예가 되겠다. 그간 동구는 이렇다 할 공공 전시시설이 없어 주민들의 문화욕구를 충족시켜주기에 역부족인 상황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탄생한 '슬도아트'는
초저녁잠이 많은 노인이지만, 아시안 컵 축구대회의 한국 대표팀 출전 경기는 다른 스케줄도 모두 마다하고 다 봤다. 8강 전까지는 그런대로 밤잠 안 자고 본 보람이 있었다. 무거운 눈꺼풀을 치뜨고 밤잠을 안 자가며 응원했고 경기 결과에 우리 온 국민들이 일희일비했다. 그런데 준결승전인 요르단과의 경기는 눈을 의심하게 했다. 완전히 다른 팀처럼 보였다. 공격진은 따로 놀고 수비진은 오합지졸처럼 상대 공격수 한 명에 다섯 명이 붙어도 막지 못했다. 결과는 2:0 완패였다. 알고 보니 전날 밤 우리 대표팀 내부에 큰 소동이 있었다는 보도가
붉은 해와 짙게 푸른 밤하늘이 만나는 시간대엔 저 멀리서 다가오는 실루엣이 '나를 공격하려고 걸어오는 늑대인지, 내가 기르는 개인지' 분간이 어렵기 때문에 황혼을 표현한 말이다. 밝은 빛이 사라지며 짙고 어두운 밤이 찾아오면서 그림자가 질 때 상대방이 '나의 적인지 동지인지?' 구분하기 어렵다는 뜻이다. 드라마에 나올 정도로 다양한 의미로 사용되는 문장이다. "오늘 누군가가 그늘에 앉아 쉴 수 있는 것은 오래전에 누군가가 나무를 심었기 때문이다." 우리가 현재 편안하게 쉴 수 있는 환경이나 혜택이 이전 세대의 노력과 희생에 기인한다
우리는 어린 시절부터 책을 많이 읽으라는 말을 수없이 들어왔다. 그러나 그 누구도 '어떻게'읽어야 하는지는 알려주지 않는다. 단지 '얼마나' 읽었는지, 독서량에 집중할 뿐이다. 우리는 왜 이렇게 '책 읽는 양'에 집착하는 걸까? '서울대 도서 목록 100권'부터 ' 초등학생 필독 도서'에 이르기까지 빨리 읽는 것에만 집중해 정작 책을 어떻게 읽어야 하는지는 무신경하다. 필자 역시 그랬다. 결론적으로 많은 책을 어떻게 읽음으로써 우리가 얻는 것은 단순하게 많은 책을 빠르게 읽었다는 행위뿐이다. 책을 읽는 건 즐거움 자체가 목적이어야
고교학점제가 2025학년부터 전면 시행될 예정이다. 울산 지역에는 이미 연구 및 선도 학교로 이미 실시하고 있는 고등학교도 상당수다. 현재 중학교에 재학 중인 학생들은 100% 고교학점제 체제하에서 고등학교를 다니게 된다. 고교학점제는 기존의 학년제와는 달리, 학생 스스로의 선택과 흥미에 따라 학점을 취득하여 졸업 자격을 갖추는 새로운 교육 시스템이다. 이 변화는 학생들에게 더 많은 자유와 선택권을 제공하지만, 동시에 준비와 계획성을 요구하기도 한다. 고교학점제 체제의 특징은 무엇일까? 크게 다음과 같이 세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십오야 밝은 둥근 달이/ 둥실둥실둥실 떠오면 설레는 마음 // 아가씨 마음 울렁울렁 울렁거리네/ 하모니카 소리 저 소리 삼돌이가 부르는 // 사랑의 노래 떡방아 찧는 소리 저 소리/ 두근두근 이쁜이 마음' 들고양이 그룹 임종임이 불러 히트한 '십오야'라는 노래는 부를수록 신바람이 난다. 흥이 많은 우리 민족의 정서에 딱 들어맞는 노래가 아닐까 싶다. 대중가요에 달이 등장하는 노래는 무수히 많다. 대표적인 노래가 김부자의 '달 타령'이다. '달아 달아 밝은 달아/ 이태백이 놀던 달아/ 정월에 뜨는 저 달은/ 새 희망을 주는 달(중략
살아가면서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마음인 것 같다. 일상생활을 하는 우리에게 마음이란 무엇입니까? 마음이란 어디에 있습니까? 하고 물으면 딱 꼬집어 마음에 대한 설명을 머뭇거린다. 마음은 명사로서 사전적 의미로는 사람이 사물에 대해 어떤 감정이나 의지, 생각 등을 느끼거나 일으키는 작용이나 그 상태를 의미한다. 불교에서는 마음 하나 즉 깨달음을 얻기 위해 출가를 한다. 마음 하나를 알기 위해 종교의 길을 걷는다. 그만큼 마음 하나에 행복의 열쇠가 담겨있다는 사실일지도 모른다. 우리는 태어나 교육을 받는다. 도덕과 인성교육, 마음
지난 설 명절을 전후로 고물가에 대한 우려 섞인 걱정들이 터져 나왔다. 특히 과일이 올라도 너무 올랐다. 제수용 사과 하나에 만 원이 넘었다는 믿기 어려운 일이 일어났다. 돌이켜보면 물가는 야금야금 오르고 있었지만 근래에 들어서는 상상을 초월한다. 우리 집은 설 열흘 전에 시부모님 제사가 있어 제사 준비와 설 준비를 같이 한다. 서너 번의 장을 보면서 무섭게 올라 버린 물가에 한숨이 절로 났다. 고물가에 장바구니는 전에 없이 가벼워졌다. 넉넉하게 살 수가 없기 때문이다. 쪽파 한 봉지는 눈으로 헤아릴 수 있을 정도이며 부추는 한 줌
글쓰기를 좋아하는 분들을 만나면 반갑다. 처음 글쓰기를 접한 분들이 펜으로 꾹꾹 하얀 여백을 채워가는 모습을 보면 예전에 나도 저렇게 신중했었나 하는 마음이 든다. 일주일에 한 번 글쓰기를 배우고자 하는 분들과 알찬 시간을 보낸다. 새해 새로운 도전이다. 글은 나를 서게 하는 힘도 있지만 타인에게 울림을 줄 수 있는 기능도 가진다. 그 부분을 이해하게 되면 글 쓰는 일이 그저 즐겁다. 내가 처음 글을 쓰게 된 때는 지인의 생일 축하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이었다. 특별한 이벤트가 없나 고민하다가 라디오 사연으로 마음을 전했는데 그 이벤
요즈음 뉴스를 보기가 겁이 난다. 일주일이 멀다 하고 가슴 아픈 사건들이 일어나고 있다. 극히 일부 청소년에 대한 뉴스이지만 '선 넘어선 10대 청소년 범죄' '미성년자 차량 절도' '학교에도 스며든 마약' '청소년 온라인 도박 확산' 등의 뉴스가 잇따르고 있어서 참으로 안타깝다. 어쩌다가 이런 지경까지 왔을까? 도덕적 해이가 참으로 걱정스럽다. 대한민국의 '가치관 교육이 흔들리고 있지 않은가?' 하는 생각이 든다. 미국의 여론조사기관인 퓨리서치센터는 '삶을 의미 있게 하는 것은 무엇인가?'라는 제목으로 선진국이라 불리는 미국, 캐
오늘날 어떤 지방자치단체든 자기 지역의 이미지를 높이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딱히 언제부터라고 꼬집어 말할 수는 없겠지만 21세기를 열면서 '문화의 세기'가 유행처럼 번지게 되면서부터가 아닐까 생각한다. 지방자치단들은 과거에서 현재까지 자신이 속한 지역이 다른 지역과는 확연히 달라 차별화할 수 있다고 생각한 아이템들을 찾아 이미지를 구축하고자 하는 전략을 펴 왔다. 성공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을 것이고 분명 바람직한 접근 방법 가운데 하나임에 틀림없다. 자신이 속한 지역 주민의 욕구를 충족하면서도 다른 지역에서는 찾아볼
붉은 표지와 제목, '사랑인 줄 알았는데 부정맥(실버 센류 모음집)'을 처음 접하고 의학 도서인 줄 알았다. 작고 얇은 책 속에 나이 듦에 대한 노인의 일상과 유머가 재치 있는 그림과 시로 함께 들어있다. 실버(silver) 센류(川柳)라는 용어가 다소 낯선 시집이다. 일본의 정형시 중 하나인 센류는 5-7-5의 총 17개의 음으로 된 짧은 시로 풍자나 익살이 특색이다. 여기에 일본식 영어 실버가 더해졌다. 머리가 백발이 되는 것에서 따온 단어로, 일본 철도의 노약자석인 '실버 시트'가 그 어원이다. 2001년부터 매해 열리는 센류
회사 생활은 만만하지 않다. 월급은 '욕값'이라는 말이 있듯이 수도 없이 자존심이 구겨지는 상황을 경험한다. '직급이 깡패다'라는 말도 있다. 상사로부터 부당한 일을 당하고도 항변하기도 어렵다. 업무는 업무대로 스트레스를 준다. 그렇다고 월급은 많지도 않고 먹고 살기 딱 맞을 정도만 받는다. 아니 적자 인생을 사는 회사원도 많다. 그것보다 더 심각한 것은 언제 잘릴지 모른다는 걱정이다. IMF 때보다 더 심각한 경제 상황에서 해마다 구조조정이 일어나고, 회사가 문을 닫을지 모른다는 불안감에서 하루하루 초조하게 살아간다. 회사원이라면
우리 집 둘째 아이가 초등학교 졸업식을 했다. 2년 전 큰아이 졸업식은 비대면으로 이루어졌기 때문에 유난히 추웠던 졸업식 날, 학교 운동장에서 졸업식이 끝나기를 기다렸다가 포토존에서 사진을 찍고 집으로 돌아왔었다. 그런데 이번 둘째 아이 졸업식은 정식 초대를 받았다. 둘째는 한 달 전부터 들떠 있었고 자기 분임에서 만든 영상을 졸업식 순서에 넣고 싶다고 전하기도 했다. 기어코 담임선생님에게 요청도 했으나 모든 순서가 짜여져 아쉽게도 넣을 수 없다는 얘기를 전달받았다고 한다. 졸업식 전날, 리허설을 하며 친구들이 많이 울었다고도 전해
타임머신을 타고 아득한 시대로 갈 수 있는 곳이 박물관이다. 역사적 유물이나 예술품, 학술적 의의가 깊은 자료를 보존하고 진열되어 있는 이곳은 과거와 미래를 연결시켜 준다. 모처럼 울산광역시의 대표 박물관인 울산박물관을 찾았다. 울산박물관은 2011년 6월에 개관했다. 외벽의 무늬는 울산의 대표적인 선사시대 유적지인 울주 대곡리 반구대 암각화 부조물로 되어 있고, 바닥의 투명 연못은 태화강을 상징한다. 일반적인 역사적 유물 외에도 공업의 도시답게 자동차, 조선, 석유화학 등 산업사에 관한 전시 비중이 높은 게 특징이다. 전시관 안으
영화 '왕의 딸(King's Daughter)'을 보면 수녀원에 있던 마리라는 여자가 마르세유 분수대의 물에 빠지는 장면이 나온다. 때마침 왕이 지나가다가 물에 젖은 마리에게 망토를 걸쳐준다. 신부님이 얼떨떨해하는 마리에게 왕 앞에서 미소를 지으라고 하자 어색하게 양 입술만 옆으로 당긴다. 왕은 “진정한 미소는 마음으로부터 나온다"고 말하며 떠난다. 미소라고 해서 흉내만 내는 것과 진정한 미소는 다르다. 백화점의 점원들은 웃는 표정을 강요당하는 감정노동자들이다. 음식점이나 거리의 가게 점원들도 그래야 하는데 그게 쉽지 않다. 미소는
"배를 만들고 싶다면… 사람들을 모아 목재를 수집하고, 일을 분배하고, 명령을 내려서는 안 됩니다. 그들이 광활하고 끝없는 바다를 동경하도록 만들어야 해요." 위의 표현은 어린왕자로 유명한 생텍쥐페리가 한 말로 나의 SNS 프로필 사진에 있는 문구이기도 하다. 우리는 학생들의 학업능력을 높이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한다. 나 또한 쉬지 않고 아이들을 지도하며 이것을 교육이라고 생각했고, 아이들에게도 교육과 사랑이라는 명목하에 많은 잔소리를 해왔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그들에게 꿈을 꿀 수 있도록 돕는 일이다. 광활하고 끝없는 바다
삼성패션연구소를 비롯한 전 세계 브랜드들은 올해의 컬러로 '블루'를 선정했다. 자크뮈스(프랑스 패션브랜드)에서도 이번 해 트렌드로 꼽히는 '데님'을 중심으로, 블루컬러 아이템을 줄지어 선보였다. 그리고 조니워커(스코틀랜드 스카치위스키브랜드) 역시, '블루용띠 에디션'을 출시했는데, 푸른 용의 모습을 역동적으로 디자인했다. 이 모든 블루들의 향연은 2024년이 갑진년 청룡(靑龍·푸른 용)의 해이기 때문이다. '갑진'은 육십간지(六十干支)의 41번째로, 푸를 갑(甲) 용의 진(辰)으로 이뤄졌다. 하늘로 승천하는 힘찬 용(龍) 전체에 깊