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근한 자연속에서 청량한 삶을 일구는 공동체
푸근한 자연속에서 청량한 삶을 일구는 공동체
  • 김미영
  • 승인 2011.04.28 21:29
  • 기사입력 2011.04.28 21: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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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의 재발견] 상북 소호마을

   
▲ 소호마을의 시작인 1,033m 고헌산 중턱에 자리한 '소야골 숲속학교'는 다양한 풀꽃과 나무가 어우러져 생태, 문화, 교육, 놀이가 어우러진 숲을 선사한다.

 영남알프스 자락의 첩첩산중 마을인 울주군 상북면 소호리에 가면 세가지가 다르다.
 첫째, 소호분교는 전교생 14명인 작고 작은 시골분교지만, 운동장에 우뚝 선 느티나무 존재로 더 이상 부러울게 없는 학교다.
 둘째, 소호령은 옛날 소금장수 넘나들던 고갯길로 더 이상 말이 필요없다. 걷는 것 자체가 감동이다.
 세번째는 소호마을 사람들. 이들은 지역아동센터와 산촌유학프로그램을 통해 폐교 위기의 소호분교를 살리고 나아가 활기 넘치는 마을로 만든 주인공들이었다.

#첫번째 보물-소호분교

마을 이름에도 알 수 있듯이 소호는 물이 마르지 않는 수원지로 유명하며 굽이굽이 흐르는 계곡과 울창한 숲은 사람들의 발길을 붙잡기에 충분하다.
 먼저 소호마을 소호분교, 정확히 궁근정초등학교 소호분교에는 1학년 2명, 2학년 2명, 3학년 2명, 4학년 3명, 5학년 4명, 6학년 1명 해서 전교생이 모두 14명이다.
 이 학교 운동장에는 여기서 350년을 넘게 살아온 아름드리 느티나무가 마을을 지키고 있다.

 까마득한 높이로 우람하게  운동장 한가운데 선 느티나무는 키는 36m, 둘레는 7m나 되는 나무다. 펼쳐진 가지는 그보다 더 크다. 
 한 마을 주민은 "어릴 적 그 나무 모습 그대로"라고 했다. 지난 세월동안 자라지 않았을 리가 없지만, 그에게는 나무에서 말타기도 하고 술래잡기도 하면서 놀던 추억 속 느티나무와 똑같은 크기와 모습인 것이다.   

 그렇게 아이들과 함께 꿈을 꿨을 이 나무는 늘 나무가지와 잎으로 사람들을 발밑으로 불러 모은다. 
 한 그루의 느티나무 만으로 학교 아이들과 동네 사람들을 모두 모을 만한 그늘을 만들어 낸다.
 그 아래 서보니 활엽수림에서 뿜어나오는 기운이 몸을 적신다.
 또 속도와 편리의 세상에서는 느끼지 못했던 풍요로움이 가슴에 들어찬다. 주위 것들에 눈길 머무는 시간이 늘어난다. 흙길에서의 발걸음은 더 느려진다.

   
▲ 굽이굽이 흐르는 계곡과 울창한 숲, 영남 알프스의 한 자락인 고헌산과 백운산으로 둘러쌓인 산골마을인 '소호마을' 전경.

#두번째 보물-소호령

소호령은 상북면 소호리와 두서면 인보리, 차리의 경계지에 있는 잘록한 재를 말한다.
 과거 울산 장날이면 경북 경산과 인근 주민들이 울산 소금을 구하기 위해 산채와 숯 등 임산물을 가득지고 경주 산내를 거쳐 언양으로 가던 유일한 지름길이기도 하다.
 고개에는 샛길이 없다. 재에는 지름길도 없다. 그게 잿길이다. 굽이굽이 휘돌아 나가는 길, 느리게 아주 느리게 곱씹으면서 가야하는 길, 그 길이 고갯길이다. 소호령 고갯길 또한 그렇다.

 마을을 출발해 다음 마을에 닿을 때까지 민가 하나 보이지 않는 길. 순식간에 내달리는 신작로 길이 아니라, 천천히 삶을 사색하는 길이다.
 '옛 소금 장수가 넘나들던 소호령 고갯길'이라는 이름을 내걸고 옛길 조성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소호마을 임영식 이장은 "마을 옛길을 주민 스스로 찾아 가꾸는 작업을 하고 있다"며 "주민들은 잃어버린 마을의 정체성과 존재감을 되찾고 외지인들은 쫓기던 삶에서 잠시나마 놓여날 수 있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옛 소금장수들이 넘나들던 소호령 고갯길이 현재 임도로 사용돼 예전보다 폭이 넓어지고 옛길의 정취를 온전하게 느낄 순 없지만, 여전히 인적이 드물고 호젓하다.
 고갯길을 걷노라면 왼쪽에서는 훈기가 느껴지는 공기가, 오른쪽에서는 서늘한 공기가 감지된다. 확연히 양쪽 공기의 온도가 다르다. 누구는 북서쪽으로 난 길의 방향 때문이라 했다.
 그러고 보니 지나쳐온 꽃들이 모두 봄 야생화다. 또 봄나물들이 곳곳에 솟아나고 있고 나무가지에도 새순이 돋아 신록으로 가득하다.
 그렇게 한참을 걸었다. 아무 생각 없이 내 앞의 봄을 즐기며 걸었다. 분주한 봄날 휴식같은 한나절이 지나고 있었다. 

   
▲ 궁근정초등학교 소호분교 전경.

#세번째 보물-사람들

전교생 4명에 그쳐 한때 폐교 위기에 처했던 소호분교에 학생들이 14명으로 늘어나고, 마을 공동체 활동 잦아진 데는 소호마을 사람들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소호마을 사람들은 2007년부터 소호산촌유학을 시작으로 소호지역 아동센터 운영, 사회적일자리사업단 구성, 녹색농촌 체험마을사업 추진 등으로 마을에 새로운 활력소를 불어 넣었다.

 덕분에 어느새 100여세대 400여명이 사는 마을로 활기를 띄게 됐다. 특히 도심 어린이들이 자연을 배우며 생태적 감수성을 일깨우게 한 산촌 유학프로그램이 주목받았다. 산촌유학이란 성장기 어린아이들이 일정기간 시골에 머물면서 그 지역 학교를 다니며 생활하는 교육형태를 말한다.
 김수환씨를 비롯 뜻있는 소호마을 주민들이 입시와 학원에 내몰린 아이들의 피난처가 되어 주고 이농현상의 시골마을을 활시 넘치는 곳으로 만들자는데 뜻을 함께 했다. 사라져가는 시골의 작은 학교도 살리고 또 다른 대안교육으로 호응을 얻었다.

 이들이 또 한번 일을 저지른다. 문화관광부의 생활문화공동체 시범 사업 마을로 지정된 것이다. 주민들은 문화예술창작집단 울림(대표 박제광)과 함께 생활속 문화활동으로 소통하는 공동체 만들기에 주력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단편 영화 소호댁 일기, 문학창작 교실, 소호마을 음악회, 어르신 한마당, 마을 옛길 걷기 등을 계획했다. 소호마을 사람들이 전하는 '느린 삶의 행복함'이 벌써부터 기대된다. 글=김미영기자 myidaho@ 사진=유은경기자 usye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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