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유화업계, 코로나19 장기화 '직격탄'
울산 유화업계, 코로나19 장기화 '직격탄'
  • 최성환 기자
  • 2020.02.24 21:42
  •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2월 국제유가 배럴당 50달러대 ↓
정제마진 급감 적자경영 감내 위기
中 수출 감소에 내수 위축 '이중고'
SK·S-OIL 등 1분기 영업익 먹구름


글로벌 수요 감소와 국제유가 약세에 따른 정제마진 하락으로 지난해 실적 악화를 겪은 울산의 최대 주력업종인 정유·화학업계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직격탄을 맞았다. 그렇지 않아도 정제마진이 배럴당 4달러 아래로 추락하며 이미 적자상태에서 공장을 돌리고 있는데, 코로나19 충격으로 최대 시장인 중국의 수요 감소 등 악재가 겹치면서 올해도 실적 개선이 어렵지 않느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24일 한국석유공사와 지역 정유업계에 따르면, 국제유가는 코로나19 사태가 본격화된 지난달 말 배럴당 60달러 중초반대에서 이달 들어서는 50달러 중반대로 배럴당 10달러 가까이 떨어졌다. 21일 기준 4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WTI) 원유는 배럴당 53.38달러를 기록했고, 국내에 가장 많이 들여오는 중동산 두바이유는 56.41달러를 기록했다. 이를 전월 평균가와 비교하면 서부 텍사스산은 배럴당 6.22달러 하락했고, 두바이유는 9.42달러나 떨어졌다.

지난해 12월 미국의 이란 공습에 따른 중동 불안으로 국제 원유가는 한때 60달러대로 치솟기도 했으나 최근 코로나19 사태 영향으로 하락을 거듭하고 있다. 정유사들의 실적을 좌우하는 정제마진은 유가와 직결돼 있어 원유가격이 떨어지면 기름을 만들어 팔고 남는 수익은 줄어들 수밖에 없는 구조다.

배럴당 60달러 중초반을 기록한 지난해에도 유가 약세에 따른 정제마진 감소가 실적 악화로 이어지며 SK에너지와 S-OIL 등 울산의 정유사들은 경영에 어려움을 겪었다.

이런 정유사들에게 코로나19 사태는 실적 악화를 넘어 적자 경영을 감내해야 하는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다. 정유사들은 통상적으로 정제마진 배럴당 4달러를 손익분기점으로 보는데, 국제유가가 배럴당 60달러대를 유지해야 이 손익분기점을 넘길 수 있다. 하지만 2월 들어 국제 원유가가 배럴당 50달러선으로 추락하면서 정제마진은 4달러도 기대할 수 없을 정도로 악화된 상황이다.

문제는 이번 사태가 6개월 이상 장기화로 이어질 경우 중국의 석유 소비가 줄면서 국내 정유사들의 수출 물량이 급감할 수 있다는 점이다. 국내 정유사들은 내수보다 수출 비중이 높고, 특히 중국 수출 비중은 전체 생산량의 20%에 달한다. 게다가 코로나19 여파로 국내 항공사는 물론 전 세계 여객기 운항이 줄면서 항공유 수요까지 줄어 이중·삼중고를 겪고 있다.

무엇보다 국내 코로나19 확진자가 지난 주말을 전후해 폭발적으로 늘어나면서 내수 감소까지 겹치는 최악의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다. 이 때문에 1분기 주요 기업 영업이익 전망치가 전년 대비 감소세로 돌아섰고, 특히 정유·화학업체들에 대해 부정적 전망이 커지고 있다.

금융정보업체 인포맥스에 따르면 증권사 3곳 이상의 실적 추정치가 있는 국내 상장기업 63곳 중 43곳의 영업이익 전망치가 줄어들었고, 이 가운데 실적 타격이 가장 클 것으로 예상된 기업은 SK이노베이션과 S-OIL이었다.

SK이노베이션의 올 1분기 영업이익 전망치는 전월보다 71.12%, S-OIL은82.38% 각각 하향 조정됐다. 또 롯데케미칼(-39.14%), LG화학(-38.85%) 등 울산에 주력 공장을 둔 화학기업도 마찬가지 상황이다.

특히 견디다못한 S-OIL이 창사 최초로 인력 구조조정에 나섰고, 다른 회사들로 고강도의 자구책을 마련 중이다. S-OIL의 이번 구조조정은 대졸자이면서 50대 이상 관리직 등을 대상으로 하고 있으며, 희망자에 국한하기 때문에 구체적인 감축 규모는 정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SK이노베이션도 어렵기는 마찬가지지만, S-OIL과 달리 과거 위기 때마다 구조조정을 해왔기 때문에 이번 사태로 인력을 줄일 계획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울산의 정유업계 관계자는 "국제유가 약세로 가뜩이나 힘든 상황에서 코로나19 사태로 중국과 동남아의 수요까지 급감하면서 정유사들의 분위기가 말이 아니다"면서 "이번 사태가 단기간에 그치지 않고 6개월 이상 장기화될 땐 경영적자를 내면서도 공장을 돌려야 하는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한편, 글로벌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최근 SK이노베이션과 SK종합화학의 신용등급을 '실적 부진과 코로나19에 따른 중국 경기 하강'을 이유로 기존 'Baa1'에서 'Baa2'로 내렸고, LG화학은 'A3'에서 'Baa1'로 한 단계 내렸다. 최성환기자 csh9959@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