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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정 울산강북교육지원청
​이민정 울산강북교육지원청

새로운 시작은 늘 짜릿하다. 낯섦과 설렘의 그 어느 중간이다. 첫 출근, 첫 등교, 첫 프로젝트의 기획, 새 학기의 시작 등 시작의 이름을 달고 있는 모든 활동은 기대와 흥분, 묘한 긴장감에 가슴이 들뜨기 마련이다. 
 
이 신선한 들뜸을 안고 시작한 2021년이 어느새 두 달여의 시간이 흘렀다. 그동안 작심삼일의 뜻을 펼친 목표도 있었고, 지레짐작으로 작심삼일이 될 것으로 여겨 아예 뜻을 세우지 않은 목표도 있었다. 그래도 연초에 세운 계획 중 작은 계획 일부는 작심 두 달을 채우고 있어 마음 한구석 위로로 삼는 중이다. 
 
새로운 시작의 설렘을 가지고 세운 목표가 이처럼 처음에는 거창하게 시작하나, 대부분 작심삼일로 끝나거나, 시간이 지날수록 흐지부지되는 경우가 많은 건 무슨 이유일까?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부족한 걸까? 목표 달성의 열매보다 한순간 몸과 마음의 편함이 더 달콤했던 것일까? 누군가는 작심삼일을 열 번 하면 한 달이 지나간다고 한다. 삼일마다 다시 목표를 세운다는 것이다. 이렇게 해서라도 목표를 달성한다면 그것대로 좋은 일일 것이다. 성취감을 느낀다는 것만으로도 다음번 계획을 수행할 힘이 생기는 그것으로 생각한다.
 
어떤 목표이든 누가 시키지 않고 나 스스로 하겠다 결심한 것은 어떻게든 해내려고 노력하게 된다. 목표를 세우고 흐지부지되지 않게 하기 위해서는, 그 목표를 친한 사람들과 공유하는 것도 한 방법이라 한다. 내 새해 계획을 아는 지인들을 만날 때마다 “너 그거 실천하고 있어?" 뜨끔한 질문을 받게 되고, 심지어 종이에 적어서 책상 앞에 붙여두면 그 계획서와 눈이 마주칠 때마다 나를 째려보는 것 같아 아무래도 실행하지 않을 수가 없다. 
 
최근 '100일 새벽 달리기' 라는 내가 생각하기엔 매우 지키기 어려운 목표를 세웠던 지인이 있었다. 
 
주변인에게 그 목표를 세웠음을 표명해 나 또한 지인과 연락할 때마다 물어보면, 새벽바람을 맞으며 달리고 있다고 대답했었던 그 지인은 어느새 '100일 새벽 달리기' 목표를 달성했다는 기쁜 소식을 들려줬다. 처음 며칠간 달릴 때는 너무 힘이 들어 걷다시피 했는데, 어느 순간 가볍게 달릴 수 있었단다. 그러다가 하루가 열흘이 되고, 삼십일이 되고, 칠십일이 되니, 그동안 해왔던 것이 몹시 아까워져서 몸이 게을러지려고 해도 그만두질 못하겠더란다. 나의 자랑스러운 지인은 성공하기 힘든 어려운 목표를 성취한 대단한 사람이다.
 
최근 읽은 임경선의 '태도에 관하여' 라는 책의 내용 중 '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시작되지 않는다' 라는 말이 가슴에 와닿았다. 
 

이 책에서는 누가 시키지 않아도 내가 알아서 일을 만들어서 하는 자발성과 창의성, 규칙적으로 일을 하고 그에 대한 책임을 질 수 있는 성실함과 여러 사람의 의견에 귀를 기울일 줄 아는 신중함과 고집보다는 여러 사람과의 협업을 통해 더 좋은 결과를 얻어내는 유연성 등은 일의 성격이 달라져도 일관적으로 뒷받침돼 주고 응용돼 쓰이는 소중한 자질이라고 한다. 
 
새로운 목표를 스스로 세우는 것 자체가 대단한 용기를 가진 것이다. 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시작되지 않는다질 않는가. 나의 자랑스러운 지인은 시작했고, 성취했고, 또 다른 계획을 실현할 수 있는 자신감과 성취감을 맛봤다. 
 
이전 학교에서 붓글씨를 잘 쓰는 선생님께서 주신 글이 있다. '만사여의(萬事如意)' 한자 사전의 해석으로는 '모든 일이 뜻하는 대로 잘 됨'이다. 
 
세상 모든 일이 뜻대로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우리가 바라는 것은 나의 뜻대로 모든 일이 이루어지는 것일 테다. 이 글을 받고 어찌나 기분이 좋았는지 모른다. 식탁 앞에 붙여놓고 밥을 먹을 때마다 바라봤다. 글의 모양도, 뜻도 좋았지만, 선생님께서 나에게 이런 마음을 써 주신 것에 정말 감사했다. 
 
연초 세웠던 여러 가지 목표 중 작은 것 하나라도 차곡차곡 이루어 가고 있다면, 그것이 바로 나의 뜻대로 이루어지는 일이 아닐까 한다. 
 
그에 따른 성취감과 만족감은 그 누구도 아닌 자신에게서 나오는 순수한 힘일 것이다. 새해가 시작되면서 세웠던 각자의 모든 일이 뜻대로 다 잘 되기를 기대해본다. 
 
새 학기가 시작됐다. 봄이 다가온다. 
 
2021년 모두 萬事如意 하시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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