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을 키우는 학부모이기도 한 동료 선생님들의 대화를 듣고 있노라면 두 가지 생각이 든다. 첫째, 조금이라도 일찍 태어나서 다행이다. 둘째, 나는 아이를 못 키우겠다. 영어유치원, 교구 놀이 수학, 초등학교 때 중학교 수학 선행학습, 중3까지 고등학교 수학 선행학습. 그것도 모자라 이제는 명상, 자존감 사교육까지 받는다는데, 실패하더라도 절대 좌절하지 않는 강철 멘탈을 가져야 하기 때문이란다. 이렇게까지 안 해도 예로부터 늘 훌륭한 사람들은 있어 왔는데, 이제는 좋은 사람으로 자라는 일이 더 어려워지는 걸까. 게다가 학교에서 이런
울산교육청에서는 생태교육의 일환으로 각 학교마다 '학교 숲 활용 교육'을 권장하며 그에 대한 예산을 배부한다. 학교에 심긴 나무와 꽃들을 알아보고 관찰하는 활동을 통해서 생태감수성을 기르는 것이 목적이다. 지난해, 나는 환경교육 담당자로서 외부 강사를 모시고 학교 곳곳에 있는 다양한 식물들을 알아보고 생태 놀이를 하려는 계획을 세워두었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인해 학교는 오랫동안 문을 열지 못했다. 문을 연 이후에도 등교 일정은 들쭉날쭉했고, 외부 강사의 출입은 제한되는 등 상황이 나아지지 않았다. 하릴없이 빈 교정의
새로운 시작은 늘 짜릿하다. 낯섦과 설렘의 그 어느 중간이다. 첫 출근, 첫 등교, 첫 프로젝트의 기획, 새 학기의 시작 등 시작의 이름을 달고 있는 모든 활동은 기대와 흥분, 묘한 긴장감에 가슴이 들뜨기 마련이다. 이 신선한 들뜸을 안고 시작한 2021년이 어느새 두 달여의 시간이 흘렀다. 그동안 작심삼일의 뜻을 펼친 목표도 있었고, 지레짐작으로 작심삼일이 될 것으로 여겨 아예 뜻을 세우지 않은 목표도 있었다. 그래도 연초에 세운 계획 중 작은 계획 일부는 작심 두 달을 채우고 있어 마음 한구석 위로로 삼는 중이다. 새로운 시작의
사상 초유의 12월 수능시험이 치러졌다. 사회인이 된 후 주변에 수험생이 없고, 초등교사다보니 입시와는 다소 거리가 있어서 그동안 수능시험일이란 그저 한 시간 늦게 출근하는 날이었다. 하지만 올해는 왠지 수능 소식이 들려올 때마다 눈여겨보곤 했다. 발령 2년차에 영어를 가르쳤던 5학년 아이들이 올해 고3이었기 때문이다. 흔히 '제자를 만든다'며 한 번씩 맡는 6학년을 해보지는 않았지만, 내게도 스승의 날이나 생일이 다가오면 장문의 메시지를 보내며 안부를 물어오는 제자가 한 명 있다. 연주를 처음 만났을 때 보았던 무표
2019년의 민정아, 안녕? 이즈음의 너는 개떡같이 말해도 찰떡같이 알아듣는 반 아이들과 함께 즐거운 추억을 많이 만들고 있을 거야. 학급 회의를 통해 기후위기 대응행동이라는 의미 있는 행사도 하고, 생일파티도 하고, 간식 만들기도 하면서 말이야. 그리고 내년에도 5학년을 맡아서 비슷한 활동들을 해보고 싶다고 기대하고 있을 거야. 결론부터 말하자면 다가오는 2020년에는 그런 활동들을 하기가 힘들 거야. 아이들을 만나는 일 자체가 쉽지 않거든. 코로나19라는 감염병이 일 년 내내 극성을 부려서 아이들은 격주로 학교에 나오거나, 심할
달마다 식단표가 나오면 내가 좋아하는 음식에 형광펜으로 밑줄을 그어두고 교실 게시판에 붙여둔다. 식단표가 종이 안내장으로 나오던 시절에는 월 말마다 아이들과 각자 식단표를 보며 다음 달의 낙을 찾던 일종의 의식이었는데, 요즘에는 식단표가 학교 홈페이지에 게시되고 교직원에게는 파일이 따로 전달되어서 나만의 월례 행사가 됐다. 게다가 요즘은 아이들이 학교에 오는 날이 많지 않다 보니, 한 달의 절반은 식단표를 보는 사람이 나뿐이다. 그렇다고 이 종이가 무용하지만은 않다. 등교 주간이면 식단표가 붙어있는 교실 앞쪽 게시판은 쉬는 시간마다
끝나지 않을 것만 같던 무더운 여름이 지나가고 어느새 코끝이 매콤해진 가을이 왔다. 학교의 일 년 중 상반기가 이미 끝나고 하반기에 접어들었다. 치열했던 봄, 여름을 보낸 학교는 2학기를 시작하며 잠시 숨을 고르고 있다. 학교의 일 년은 단순하다. 봄에는 신입생들의 어색한 발걸음이 학교로 향할 때 교사는 학생의 일 년을 위해 준비한 내용이 잘 안착되도록 지도하고 행정실에서는 일 년 동안 꾸려나갈 살림을 챙기고 아이들이 직접 사용하는 시설물 현황을 살핀다. 학부모회 구성, 학교운영위원회 선출 등 학생을 위한 교육공동체가 꾸려지는 시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