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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신영 수필가·한국시니어브리지 사회적협동조합 이사장
강신영 수필가·한국시니어브리지 사회적협동조합 이사장

신문에서 어느 유명 여류 소설가가 쓴 글 중에 '친구를 선택하는 기준'이라는 것이 있었다. '즐거운가? 배울 점이 있나? 매력적인가?'라고 했다. 성별도 다르고 세대차이도 있으니 그대로 들어맞지는 않는다. 작가의 성별이나 나이에서는 그대로 맞는 말일 것이다. 

 내 기준은 '편안한가? 배울 점이 있나? 어울릴 공통점이 많은가?' 정도로 압축할 수 있다. 이 나이에는 편안한 사람이 좋다. 까다로워서 피곤한 사람이거나, 주장이 강해서 스트레스를 주는 사람은 피한다. 

 배울 점이 있으면 좋다. 단순히 지식의 차원이 아니다. 인터넷에 다 있기 때문에 단순 지식은 의미가 없다. 나이가 나보다 10년쯤 연상인 사람에게는 나의 10년 후를 예상해보며 배우는 점이 있다. 나보다 당구를 잘 치는 사람에게는 배워서 당구 실력을 향상시킬 수 있기 때문에 유익하다. 

 다 좋은데, 같이 어울릴 공통점이 없으면 둘 다 멋쩍다. 나는 술을 좋아하는데 술을 한 방울도 못 마시는 사람과는 같이 있는 시간이 길지 않은 것이다. 원래 못 마시는 사람도 있고 나이가 들다 보니 건강이 받쳐주지 못해서 술을 끊은 사람도 많다. 

 나는 댄스를 30년이나 했는데 댄스를 잘못된 선입견으로 혐오하거나 매도하는 사람과는 댄스 얘기를 나눌 수 없을 것이다. 그래서 동호회라는 것이 있다. 같은 취미를 가진 사람끼리의 모임이다. 

 예를 들어, 댄스동호회라면 댄스에 대한 오해나 선입견은 넘어선 사람들이라 얘기도 잘 통하고 편하다. 배울 점도 있다. 그런데, 여기서도 취미 우선이어야 하는데 쓸데없이 정치 얘기를 하는 사람이나 성격적으로 강해서 편안하지 않은 사람과는 어울리기 어렵다. 

 나는 나보다 10년 쯤 연하인 사람들이 좋다. 같이 어울릴만한 요소가 많기 때문이다. 술도 잘 마시고 술 마시면서 하는 얘기들도 친구처럼 잘 통한다. 당구를 칠 줄 아는 사람도 많다. 체력도 내 또래들은 등산이나 힘든 일은 기피하는 현상이 뚜렷하지만, 연하인 사람들과는 비슷한 편이다. 

 물론 예외는 있다. 연상인 사람이 지나치게 권위적이거나 가르치려하는 사람, 주장이 지나치게 강하거나 고집이 센 사람, 기분 상하게 반말을 하는 사람은 가까이 하지 않는다. 너무 자기 자랑을 하거나 지식을 뽐내는 사람도 마찬가지다. 음식점에서 종업원에게 반말하는 사람 같은 매너가 안 좋은 사람도 멀리 한다. 버르장머리 없는 연하 사람도 기피한다. 물론 그럼에도 불구하고 장점이 허물을 덮을 정도라면 만나기는 한다. 그러나 불가근 불가원의 거리에 둔다. 

 다 좋은데 이성이라 제약 조건이 많은 경우, 경제력의 차이 때문에 서로 수준이 안 맞는 경우, 너무 멀리 살아서 자주 소통하기 어려운 경우도 있다. 아쉽지만, 어쩔 수 없다. 운명이라고 본다. 

 116세로 생존 중인 스페인의 최고령 마리아 브라냐스 할머니는 장수 비결로, 가족, 친구, 자연과의 융화, 평온함, 정서적 안정, 긍정적 마음을 꼽으면서 가장 중요한 것은 "독이 되는 사람(Toxic People)을 멀리 하라'는 것이다.   

 나는 대체로 브라냐스 할머니가 꼽은 장수비결에 잘 맞춰 살고 있는 것 같다. 그러려고 한 것은 아니지만, 내 방식대로 살다 보니 묘하게 일치되는 공통점을 발견한 것이다.  강신영 수필가·한국시니어브리지사회적협동조합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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