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 검도를 생활스포츠로 즐기던 지인이 검도대회에 출전했다가 중상을 입었다. 근육에 무리가 생겨 물리치료를 받고 있다고 했다. 마음은 여전히 한창 때 같은데 몸이 못 따라주는 것 같다고 했다. 하루 2만보를 걸으며 근력 자랑을 했던 또 다른 지인은 최근 횡단보도 신호를 보고 뛰다가 돌부리에 걸렸는데 안 넘어지려고 버티다가 종아리 힘줄이 끊어져 깁스 신세를 지고 있는 중이다. 뼈에 힘줄이 붙어 있는데 젊었을 때처럼 탄력성이 버텨주지 못하기 때문에 힘줄이 뼈에서 찢어져 분리되었다고 했다. 근력이 강하면 체력에는 문제가 없을 줄 알았는데
내가 참석하는 여러 모임이 있다. 그 중 하나는 유독 한 여자가 내게는 인사를 안 했다. 다른 사람들은 어제 봤어도 또 반갑게 인사를 하는데 그 여자는 먼 산을 바라보듯 했다. 그러니 나도 인사를 안 하고 찝찝한 기분으로 그날 모임에 참가하는 것이다. 또 다른 모임에서도 다른 사람은 들어가면서부터 인사하고 들어가는데 한 남자는 무표정이거나 역시 모르는 사람 바라보듯 했다. 처음에는 기분이 상했으나 나도 무시하고 나니 복수한 것 같기도 하고 아예 신경 안 쓰니 마음이 편했다. 두 가지 경우 모두, 나는 사람들에게 대우 받기를 원했던
외국에 나가 보면 그 나라 사람들은 마주칠 때마다 인사를 한다. 엘리베이터에서든, 등산길에서 마주쳐 지나가든 인사를 한다. 히말라야를 올라갈 때 마주치면 "나마스떼"라며 서로를 격려했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인사에 인색한 편이다. 공연히 인사를 했다가는 싱거운 사람 취급을 받을 수도 있고, 이성에게 인사했다가는 수작을 부리는 사람 취급을 받을 수도 있다. 당구 모임에 늘 보는 사람들 중에도 입구에 들어서면서 다른 사람들은 모두 반가운 인사를 하는데 혼자 인사를 안 하는 사람이 한 명 있다. 처음 몇 번은 기분이 상했으나 다른 사람들
한 달 전부터 윗층에서 발자국 소리가 심하게 나기 시작했다. 소위 발망치, 발도끼라는 층간소음이다. 초저녁부터 밤늦게 까지 그리고 한 밤중인 새벽 2~3세시 경에는 가장 소리가 크게 들려 잠을 깨기 일쑤였다. 그집 남자가 밤에 일을 하러 나간다고 들었다. 집은 편안히 휴식을 취해야 할 공간인데 이쯤 되면 지옥이었다. 현관문을 열고 들어가면서부터 들리는 발자국 소리에 머리는 얻어맞은 것처럼 충격을 받고 가슴은 벌렁벌렁 뛰었다. 여기저기 알아보니 직접 대면하지 말고 차분히 제3자를 통해 해결하라고 되어 있었다. 층간 소음을 못 참고 뛰
똑똑한 사람들은 많다. 말도 똑소리 나게 잘 하고 논리에도 맞는 것 같다. 그렇다고 정답이라고 할 수는 없다. 맞는 말인데 그것이 상대를 기분 상하게 하고 분위기에 안 좋은 영향을 끼쳤다면 변수가 되기 때문이다. 그게 어렵다. 이번 어떤 정당의 선거 공천에서도 평소 똑소리 나게 쓴소리하며 당을 비판 했던 사람들이 대부분 낙천당했다. 나름 합리적이고 날카롭고 옳은 지적이라며 싫은 소리도 용기내어 한다는 사람들이 대거 탈락한 것이다. 왜 내가 낙천되었느냐고 따져 봐야 결과는 바뀌지 않았다. 그것이 정치다. 칼자루를 쥔 사람은 아무리 똑
'살아가는 힘은 어디에서 나오는가'는 미국의 야생 생물학자 마시코트렐 홀과 노인의학 전문의 엘리자베스 엑스트롬이 함께 쓴 책이다. 이탈리아와 그리스의 100세 이상 노인이 많은 장수촌을 탐사하고 '노화를 대하는 긍정적인 태도가 실제로 기대 수명을 7년까지 연장한다'라고 주장했다. 내용은 우리가 알고 있는 것들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신체능력이 떨어지는 것을 인정하라', '일이나 봉사 활동 등 목적성이 분명한 활동을 하라', '자주 웃고 관대함을 발휘하라', '일주일에 한번은 새로운 것에 도전하라', '젊은 친구를 사귀라' 등이
'버르장머리'란 '버릇'을 속되게 이르는 말이다. 손버릇이 나쁘면 "손 버르장머리가 나쁘다", 말을 싸가지 없이 하면 "말버르장머리가 없다" 처럼 더 이상 그냥 두고 보기에는 지나친 행위에 대해 알아듣기 쉽게 속된 말로 야단치고 응징하는 것이다. 요즘처럼 아래 위 장유유서가 흐릿해지는 시대에 노인들이 가장 하고 싶은 말이기도 하다. 작금의 축구국가대표팀 내분 문제부터 차범근 전 감독도 비슷한 얘기를 했다. 국민의힘 인요한 혁신 위원장이 젊은 당원에 대해 버르장머리 얘기를 했고, 김영삼 전 대통령이 재임 당시 '일본의 버르장머리를 고
겨울철에는 춥고 산천초목이 얼어붙어 사람의 기분을 건조하게 만든다. 나가봐야 볼 것도 없고 길은 미끄러우니 그냥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아진다. 그러다 보면 무기력증에 빠지기 쉽다. 아무 것도 하기 싫고 삶의 의욕도 떨어진다. 두발관리도 귀찮아 이발관에도 안 가고 사람들과의 만남도 귀찮아 진다. 먹고 싶은 것도 없고 재미있는 영화나 예쁜 여자를 봐도 감흥이 없다. 도무지 사는 재미가 없어진다. 그래서 우울증으로 발전하기 쉽다. 최근 우울증 환자가 급증해서 벌써 100만명이란다. 5,000만명 중 100만명은 작은 숫자 같지만, 환자의
초저녁잠이 많은 노인이지만, 아시안 컵 축구대회의 한국 대표팀 출전 경기는 다른 스케줄도 모두 마다하고 다 봤다. 8강 전까지는 그런대로 밤잠 안 자고 본 보람이 있었다. 무거운 눈꺼풀을 치뜨고 밤잠을 안 자가며 응원했고 경기 결과에 우리 온 국민들이 일희일비했다. 그런데 준결승전인 요르단과의 경기는 눈을 의심하게 했다. 완전히 다른 팀처럼 보였다. 공격진은 따로 놀고 수비진은 오합지졸처럼 상대 공격수 한 명에 다섯 명이 붙어도 막지 못했다. 결과는 2:0 완패였다. 알고 보니 전날 밤 우리 대표팀 내부에 큰 소동이 있었다는 보도가
일본의 카레자와 카오루라는 사람이 쓴 책 제목이다. '또라이'는 사전적으로는 생각이 모자라고 행동이 어리석은 사람을 속되게 이르는 말이다. 그러나 실생활에서는 다른 사람들의 생각과 다르게 혼자 엉뚱하게 행동하는 사람을 말하기도 한다. 그래서 때로는 분란을 일으키기도 하고 눈살을 찌푸리게 만드는 경우도 있다. '또라이'는 다른 사람에게 스트레스를 유발한다. 요즘 장수시대에서 얘기하는 '유해인간'이다. 서부영화나 액션 영화에 나오는 험악한 인상의 악인은 아니지만, 은근히 다른 사람을 괴롭히거나 마음 상하게 하는 인간이다. 오래 살기 위
젊은 시절에는 무언가를 이루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해 본다. 그랬기 때문에 성공한다면 환호를 지를 것이고 실패하고 나면 좌절하기도 한다. 그러나 나이 들고 나면 그런다고 되는 것도 아니고 그쪽 방향으로 기를 쓰고 노력하지도 않았는데 저절로 이뤄지는 경우도 있다. 불가 용어에 '시절인연 (時節因緣)'이란 게 있다. 모든 인연에는 오고 가는 시기가 있다는 뜻이다. 굳이 애쓰지 않아도, 만나게 될 인연은 만나게 되어 있고, 기를 쓰고 애를 써도 만나지 못할 인연은 만나지 못한다는 것이다. 사주를 보면 이미 운명적으로 어떻게 인생이 흘러간
정치권에서 노인 무임승차에 대해 폐지 이야기가 거론됐다. 전철의 적자가 누적되고 있고 전철 이용을 할 수 없는 지방 사람들에게는 불공평하다는 취지였다. 결론적으로 말해서, 이 요구는 관철되기 어렵다. 이미 무임승차 혜택을 누리고 있는 사람들에게 그 혜택을 빼앗는 것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무임승차를 폐지한다고 하면 반발이 거셀 것이다. 포퓰리즘이 무서운 것은 그런 이유 때문이다. 한번 정해 놓으면 철회가 거의 불가능하다. 다만, 대한노인회에서도 언급했듯이 무임 승차 대상인 노인의 나이를 현행 65세는 너무 젊은 나이이니 70세 정도
동네 사는 80대 선배는 명문대 법대 출신이지만, 법 없이도 살 사람이다. 심성이 착하다. 회사 일도 직원이 편법으로 세금을 절약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해도, 정도(正道)로 하라고 한다. 세무 감사를 받아도 아무 하자가 없는 사람이다. 그런데 요즘 아랫 직원이 고함치며 대든다며 크게 상심해 했다. 자기는 화 한번 안 내는 성격인데 이게 무슨 봉변이냐며 하소연했다. 영화 '집으로'를 보면 80대 벙어리 외할머니와 6살 손주가 나온다. 할머니는 손주에게 무한 사랑을 베풀지만, 손주는 할머니를 깔보고 골탕 먹이기도 한다. 누가 가르친 것
대한의사협회가 의사 증원에 반대한다는 신문 기사를 읽었다. 의사가 많아지면 의사의 질이 떨어진다는 이유를 들었지만, 납득할 만한 자료도 없다. 국민들 대다수는 의사 증원을 찬성하는 쪽이다. 의사들의 반대 이유가 기득권 유지와 힘자랑을 보이기 위한 것이 아니기를 바란다.현재 우리나라는 지방에서는 의사가 없어서 환자들이 서울까지 원정 오는 일은 기정사실로 알려져 있고 산부인과, 소아청소년과 등은 의사가 없어 매우 열악한 경우가 많다고 한다. 동네 유명 종합병원은 병원은 물론 부속시설까지 초창기만 해도 호텔 같은 분위기였다. 그런데 지금
세계적 미래학자이자 비즈니스 사상가 다니엘 핑크가 쓴 '후회의 재발견'이라는 책이 있다. 그는 전 세계 2만 2,000 명의 후회를 수집하고 분석한 설문 조사를 바탕으로, '후회는 유한한 삶을 사는 인간을 이루는 근간'이며, '후회야말로 우리를 더 인간답게 만드는 능력'이라고 결론 내린다. 그가 내린 결론 네 가지는 '삶의 안정적 인프라를 만들지 못한 것에 대한 기반성 후회' '성장을 위해 위험을 감수하지 않은 대담성 후회' '양심적이지 못한 일에 대한 도덕성 후회' '더 사랑하고 손 내밀지 못한 관계성 후회'다. 이 가운데 첫째인
중산층이란 OECD의 기준에 따르면 한 가구의 소득이 전체 가구를 소득 순으로 나열했을 때 가운데 중간 정도에 해당하는 계층을 말한다. 중위소득의 50∼150%인 가구가 중산층에 해당한다. 이 기준으로 보면 중위소득의 50% 미만은 빈곤층이고, 150% 이상은 상류층이다. 일반적으로 보면, 굶지 않고 적당히 먹고 살만한 정도, 사 먹고 싶은 것, 입고 싶은 것 큰 부담없이 지출할 수 있는 정도, 돈 문제로 타인에게 의존하지 않는 정도로 해석된다. 기본적으로 생활의 여유가 없으면 생활 자체가 고달프다. 사회적으로도 불만이 생기게 마련
코로나 때문에 지난 3년간 웅크리고 살다가 올해 연말은 연일 이어지는 송년모임으로 분주하다. 단체는 단체대로 개인은 개인대로 해 넘어가기 전에 얼굴 한번 보자는 모임을 하자는 것이다. 하지만 송년회에 거부감이 드는 것은 너무 일시에 많은 사람들이 몰려 북적이다 보니 어느 음식점이나 만석이다. 손님대접도 제대로 못 받고 분위기도 정신이 하나도 없다. 2차로 이어질 경우 귀가 전쟁을 겪어 본 사람이라면 절대 연말에 늦은 시각까지 서성이면 안 된다는 교훈을 얻는다. 그래서 일단은 동창회 모임부터 포기했다. 오랜만에 학창시절의 친구들을 보
현금을 장롱에 감춰두던 시절을 지나 이젠 은행에 넣어두면 안전하고 이자까지 주니 신뢰감이 생겼다. 그렇게 은행은 늘 고맙고 믿을만한 존재였다. 그런데 요즘, 목돈을 굴리려는 노인들이 은행 PB(프라이빗뱅킹) 직원 권유에 따라 주가연계증권(ELS : Equity Linked Security)에 가입했다가 낭패를 보게 생겼다는 뉴스로 난리다. 홍콩지수가 반 토막이 나서 역시 여기 가입한 ELS 고객의 돈도 반 토막이 난다는 예상이다. 증권시장이 한창 호황을 누리던 왕년에는 직접 증권투자도 해 봤으나 개인투자자들은 한계가 있기 마련이다.
올해 80세가 된 동네 선배를 1년 만에 만났다. 아직 작은 규모의 회사를 운영하고 있다. 지난해에 비해 외모는 비슷해 보였는데 시력이 급격히 나빠져서 가까이 가야 얼굴을 알아 볼 정도라고 했다. 그 정도면 시각장애인 수준이다. 약시 시각장애인들이 스마트폰 문자를 최대한 키워서 바짝 대고서야 겨우 읽고 노래방에 가면 모니터에 바짝 다가서야 가사를 읽을 정도다. 당연히 운전도 못하고 택시로 출퇴근한다고 했다. 직원들 결재 서류도 구두로 보고하면 사장이라고 되어 있는 칸에 겨우 사인을 한단다. 출근해서 마땅히 할 일도 없지만, 집에 있
출입문에 '당기시오'라는 안내 문구가 붙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강하게 문을 열었다가 지나는 70대 행인을 넘어뜨려 숨지게 한 50대가 항소심에서 벌금형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는 뉴스가 있었다. 작은 일이 크게 확대되어 전과자가 된 것이다. 백화점이나 영화관 복도를 지나가다 보면 이런 일을 방지하기 위해서 중간에 문이 열릴지 모른다며 열리는 문의 공간을 바닥에 그려 놓은 곳이 많다. 문은 불투명하기 때문에 문을 밖으로 열 때 밖이 안 보이는 것이다. 이 사건은 이런 사고를 일으킬 소양이 다분했던 사람이 재수 없게 드디어 사고로 실체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