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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신영 수필가·한국시니어브리지 사회적협동조합 이사장
강신영 수필가·한국시니어브리지 사회적협동조합 이사장

 

겨울철에는 춥고 산천초목이 얼어붙어 사람의 기분을 건조하게 만든다. 나가봐야 볼 것도 없고 길은 미끄러우니 그냥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아진다. 그러다 보면 무기력증에 빠지기 쉽다. 아무 것도 하기 싫고 삶의 의욕도 떨어진다. 두발관리도 귀찮아 이발관에도 안 가고 사람들과의 만남도 귀찮아 진다. 먹고 싶은 것도 없고 재미있는 영화나 예쁜 여자를 봐도 감흥이 없다. 도무지 사는 재미가 없어진다. 그래서 우울증으로 발전하기 쉽다. 

 최근 우울증 환자가 급증해서 벌써 100만명이란다. 5,000만명 중 100만명은 작은 숫자 같지만, 환자의 대부분이 노인이라는 게 문제다. 우울증은 몸이 천근만근 가라앉는 느낌이다. 더 나쁘게 진전되면 치매로 발전할 수 있으며, 그렇지 않더라도 근육량이 줄어들고 뼈도 약해진다. 정신적, 신체적으로 약화돼 면역력까지 떨어질 수도 있다. 노인들은 이 겨울을 과연 잘 버텨낼 수 있을까 걱정부터 한다. 

 봄이 되면 활기가 도는 것은 꽃피고 푸른 잎이 돋아나며 새가 우는 등 모든 게 다 좋아 보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가장 중요한 이유가 공기가 부드러워지니까 밖에 나가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생기는 일조량 차이 때문이란다. 겨울철에는 외출도 아무래도 줄이게 된다. 나가더라도 온몸을 두툼한 옷으로 가리고 얼굴마저 모자에 마스크까지 써서 노출된 피부가 없으므로 일조량을 흡수하기 어려워진다.

 미국의 플로리다나, 로스앤젤레스처럼 사철 따뜻한 지역에 사는 사람들은 우울증에 빠지는 경우가 드문 반면, 알래스카처럼 춥고 여름이 짧은 지역에 사는 사람들은 우울증에 빠지는 비율이 현저히 높다고 한다. 행복지수가 높다는 스칸디나비아 국가들도 겨울철에는 마찬가지다. 역시 일조량 때문이라고 한다.

 일조량은 기분 조절을 담당하는 신경전달물질인 세로토닌을 생성시키기 때문이란다. 매일 30분 이상 햇볕을 쬐는 것이 좋다고 한다. 그것도 아침 10시 이전의 햇빛이 효과가 좋다는 것이다. 모자나 마스크로 피부를 되도록 가리지 말아야 한다. 

 햇볕을 쬐면 우리 몸에서 비타민D가 자연적으로 합성되는데 노인이 되면 합성 능력이 떨어진다. 외출 빈도의 감소, 마스크 등으로 피부를 가리는 행위에 더 해서 비타민D 합성 능력까지 떨어지므로 비타민D 결핍 현상이 나타난다는 것이다. 

 필자도 몇 년 전 고지혈증 기미가 있다고 해서 6개월 간 약을 복용한 적이 있다. 그 해에 종합 건강검진을 받았는데 뜻밖에도 비타민D가 부족하다는 수치가 나왔다. 남들보다 열심히 운동도 하고 일조량도 그만하면 충분한데 그럴 리 없다고 했더니 고지혈증 약 때문이라는 결론이 나왔다. 고지혈증 약은 비타민D 합성을 막는 부작용이 있다고 했다. 약을 먹겠느냐, 주사를 맞겠느냐고 해서 간단히 주사 한 방으로 조치는 했다. 그 후 고지혈증 약을 끊으니 비타민D 결핍 현상은 생기지 않았다. 지금도 약국에 갈 때면 붙여 놓은 광고를 유심히 본다. 비타민D에 관한 내용이 눈에 들어온다. 종합비타민을 복용하면 좋겠지만, 우선 급한 것이 비타민D다. 

 겨울이 유난히 긴 우리나라는 겨울대비를 단단히 해야 한다. 10월 말부터 찬 공기가 돌기 시작하다가 꽃 피는 4월까지이니 일년의 거의 절반이다. 독감주사는 해마다 맞아 두고 미리 계획도 의욕적으로 잘 세워두는 것이 좋다. 겨울을 잘 보내면 다음 해 또 다시 활력 있게 잘 보낼 수 있다. 

 겨울을 잘 보내는 방법은 따뜻한 남쪽 나라에 한번 쯤 여행을 다녀오는 방법이다. 길면 좋지만, 짧아도 좋다. 여행을 가게 되면 자연스럽게 구경 다니게 되고 기분도 새로워진다. 갔다 오면 겨울이 금방 가는 느낌이다. 가장 좋은 점은 관광 다니며 일조량을 흠뻑 만끽하고 돌아오게 된다는 것이다. 해변이 있어 반팔 차림이나 수영복 차림의 기회가 있는 곳이라면 효과는 더 클 것이다.  강신영 수필가·한국시니어브리지 사회적협동조합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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