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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신영 수필가·한국시니어브리지 사회적협동조합 이사장
강신영 수필가·한국시니어브리지 사회적협동조합 이사장

 

'버르장머리'란 '버릇'을 속되게 이르는 말이다. 손버릇이 나쁘면 "손 버르장머리가 나쁘다", 말을 싸가지 없이 하면 "말버르장머리가 없다" 처럼 더 이상 그냥 두고 보기에는 지나친 행위에 대해 알아듣기 쉽게 속된 말로 야단치고 응징하는 것이다. 

 요즘처럼 아래 위 장유유서가 흐릿해지는 시대에 노인들이 가장 하고 싶은 말이기도 하다. 작금의 축구국가대표팀 내분 문제부터 차범근 전 감독도 비슷한 얘기를 했다. 국민의힘 인요한 혁신 위원장이 젊은 당원에 대해 버르장머리 얘기를 했고, 김영삼 전 대통령이 재임 당시 '일본의 버르장머리를 고쳐 놓겠다'는 발언을 했었다.  

 우리나라는 유교 문화권으로, 말 하지 않아도 장유유서의 전통과 규율 속에서 잘 돌아가는 나라다. 차범근 전 감독은 "어린 세대들은 동양에서 강조하고 있는 겸손, 희생이 촌스럽고 쓸모없다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런 인간관계는 한국인들이 물려받은 무기이자 자산이다"라고 강조했다.

 기원전 1,700년 경 수메르 점토판에 '요즘 젊은이들은 너무 버릇이 없다'라는 내용이 나온다. "도대체 왜 학교를 안 가고 빈둥거리고 있느냐? 제발 철 좀 들어라. 왜 그렇게 버릇이 없느냐? 너의 선생님에게 존경심을 표하고 항상 인사를 드려라"라는 대사가 적혀 있다. 

 기원전 425년경 소크라테스도 "요즘 아이들은 버릇이 없다. 부모에게 대들고, 음식을 게걸스럽게 먹고, 스승에게도 대든다"라고 했다. 

 우리나라는 그나마 가정교육이 잘 되어 온 나라다. 그런데 급격한 산업 발전을 겪으며 유교 사상도 옅어졌다. 지금 노인이 된 우리세대만 해도 돈을 벌기 위해 밥상머리 교육을 할 틉이 없었던 것이다. 그래도 맞벌이가 많지 않던 시대라 아내는 아이들 교욱을 담당했다. 

 요즘은 맞벌이 시대라 아이들 교육에 할애할 시간은 점차 줄어들었다. 아이들도 입시 경쟁에 시달려 식구들과 같이 밥상을 마주할 수도 없었다. 더구나 외아들, 외 딸 시대라 함부로 야단칠 수도 없었다. 한참 동안 떨어져 있던 부모들이 잔소리를 하려 하면 꼰대로 몰아 부치며 반항했다. 이런 갈등이 세대간 갈등으로 비화하거나 확대 되기도 한다.  

 젊은 사람들이 주로 가는 술집에 나이든 사람들이 가는 것을 기피하는 이유도 젊은 사람들이 마치 전세라도 낸 양 너무도 시끄럽고 야단스럽게 술자리를 하기 때문이다. 멀쩡한 정신에도 나이든 사람들 눈치를 안 보는데 술까지 들어가면 어떤 봉변을 당할지 모르는 것이다. 자기 부모에게도 효도하는 법을 제대로 교육을 못 받았는데 남의 어르신들에게 예의를 지키고 대우해주기를 기대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 되고 말았다. 

 젊은 사람들을 고용해야 하는 자영업자들도 요즘 젊은 사람들은 너무 다루기 힘들어 차라리 혼자 고생하는 편이 낫다고 한다. 여차하면 법적으로 따지고 덤벼들고 책임감도 없어 같은 직장에서 일하는 직원이라는 개념이 없다고 한다. 세대 간의 문화적 차이도 있다. 

 앞으로는 제사는 물론 기일이나 한식날처럼 산소를 찾는 미풍도 옅어져 기대도 안 한다는 노인들이 많다. 그래서 손이 많이 가는 산소보다는 화장해서 유골을 가까운 납골당에 두도록 하는 편이다. 어차피 자주 오지도 않을 거라는 예상 때문이다. 

 차범근 감독은 본인이 회초리를 맞겠다고 했지만, 우리 사회 전체가 장유유서 전통과 관습, 규율을 우리 사회의 기본으로 유지 발전시켜 나아가야할 때이다. 

 질서를 어지럽히는 행위도 버르장머리에 속한다. 해마다 계속되는 파업을 벌이는 행위도 그렇다. 국민 정서를 어지럽히고 산업 현장을 볼모로 파업으로 힘자랑을 한다. 그간 매번 정부가 양보하고 최종적으로 파업 측에 손을 들어줬다지만, 법대로 하고 절대 물러서면 안된다. 어떠한 희생이 있더라도 명분없는 파업 같은 무질서를 용서하면 안 된다. 파업이라는 수단으로 국책을 방해하고 국민을 고통 받게 해서는 안 된다는 선례를 확실히 남겨야 된다. 강신영 수필가·한국시니어브리지 사회적협동조합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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