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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방학 막바지 마을도서관은 옹기종기 모여 독서삼매경에 빠진 아이들의 열기로 후끈하다.

 

   여름방학 막바지 울산에서 작은도서관으로 유명한 북구 중산동 '기적의 도서관'과 남구 삼산동 '소풍'을 찾았다.  책 읽는 아이들의 표정이 밝았다. 혼자인 아이도, 친구들과 함께한 학생도, 엄마 손을 붙잡은 막둥이도 모두 책이 주는 선물을 받고 행복한 표정이다. 도서관을 내 집 앞 놀이터로 생각하는 아이들, 그들이 비추는 표정은 당연한 것이었다.

 

장서 3만3,700여권 보유 가족단위 이용객 최다

 #북구 기적의 도서관


 지난 18일 북구 중산동 기적의 도서관을 찾았다. 기적의 도서관은 울산 최북단에 위치하고 있지만 어린이 전용 도서관이란 이름만큼 책 읽는 아이들이 가장 많이 모이는 곳 중 하나다.


 부지면적 891㎡에 연면적 728.5㎡, 지상 1층, 지하 1층의 규모에 150석의 열람석을 갖추고 있는 기적의 도서관은 규모는 작지만 어린이들이 원하기만 하면 누구나 쉽게 책을 접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곳이다.
 뿐만 아니라 영·유아들을 위한 '얼라들 방'과 책 읽어주고 이야기 들려주는 '이야기 방'을 운영하면서 학부모와 학생들이 함께 찾는 도서관이 되고 있다.
 때문에 기적의 도서관은 유독 가족 단위의 이용객들이 많다. 마치 가족끼리 피서지를 찾은 모습이다.
 이날 도서관에서 만난 초등학교 1학년인 김지윤 어린이는 "엄마와 함께 도서관에 왔어요. 내가 도서관에서 마음껏 돌아다니고 아무 책이나 골라 봐도 엄마가 항상 옆에 있으니까 너무 좋아요"라고 말했다.


 지윤이 어머니 김모(35)씨는 "아이가 한창 궁금한 것이 많은데 이 곳에 오면 궁금증을 해소하는 것 같더라"며 "아이가 좋아하니까 꾸준히 오게 된다"고 귀띔했다.
 기적의 도서관은 모두 3만3,700여권의 장서를 보유하면서 성인들을 위한 도서도 5천권 이상 확보하고 있어 학부모들도 책 읽기에 전혀 불편함이 없도록 배려하고 있었다.
 또 다른 한켠에서 만난 인성(호계초 1)이도 누나와 엄마, 그리고 이모와 함께 도서관을 찾았다.
 인성이는 "집에서는 책만 보면 잠이 오는데 이상하게 여기에서는 잠도 오지 않고 책을 많이 볼 수 있어 좋다"고 했다. 그리고는 엄마와 이모가 있는 곳을 가르키며 손을 흔들었다.


 인성이 누나 정나경(호계초 3) 어린이도 "기적의 도서관은 다른 곳과 비교하면 다소 좁지만 너무 깨끗해서 좋다. 마치 집에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도서관에는 친구들끼리도 옹기종기 모여 있었다.
 막바지 방학숙제를 하기 위해 도서관을 찾았다는 손지혜(농소중 1), 김유민(호계중 1) 학생. 버스를 타고 다섯 정거장을 왔다는 두 학생은 마주보며 앉아 방학숙제를 하고 있었다.
 개관 5년을 맞는 기적의 도서관. 사서 박미경씨는 "꾸준히 도서관을 찾는 아이들이 늘다보니 도서관 이용 수칙이 자연스럽게 형성되더라"며 "도서관은 단지 책 읽는 공간을 넘어 더불어 사는 사회를 배우고 익힐 수 있는 곳이 되고 있다"고 밝혔다.

 

   30평 소담한 공간 '소풍'온 듯 즐거운 곳

 #남구 삼산동 작은도서관 '소풍'


 남구 삼산동 강변세양청구 아파트 주변에 아이들이 매일 소풍을 떠나는 곳이 있다. 30평 남짓, 아기자기한 공간에 아이들이 들어가면 소풍을 떠난 것처럼 즐거운 곳, 작은 도서관 '소풍'이다. 도서관이 문을 연지는 이번 여름방학을 맞아 첫돌을 지냈다.
 '소풍'이 생기자 이 지역 아이들의 생활이 바뀌었다. 어른들의 마음도 움직이고 마을의 공기가 달라졌다. '소풍'은 조남애 남구의회 의원이 삼산동 작은도서관추진위원회와 함께 펼친 '작은 도서관 만들기 운동' 차원에서 지역 마을에 책과 문화의 향기를 불어넣자는 프로젝트의 첫번째 결과물이다.
 18일 오후 찾은 도서관에는 아이들 10여명과 어른 3명이 책을 읽거나 옹기종기 모여 얘기를 소곤소곤 나누고 있었다.
 이 곳에서도 친구와 함께 방학숙제를 하고 있는 초등학생 둘을 만났다. 삼산초 6학년인 김시연, 김지연 학생. 이름도 비슷한데 도서관까지 같이 다니니 마치 쌍둥이 같았다.


 "남부도서관과 학교도서관, 이동도서관 등에 가봤지만 우리 동네 도서관이 최고예요"라고 밝힌 지연이는 "집에서 가장 가까이 있고, 도서관이 아이들 위주로 꾸며졌다"고 이유를 밝혔다.
 집에서는 텔레비전을 보느라 책 보는 일을 자꾸 미룬다는 시연이는 "소풍에 와서는 만화책을 많이 보고, 대출할 때는 소설을 많이 빌려가요"라며 "학원에 가기 전이나 학원 사이사이에 이 곳에서 시간을 보낸다"고 말했다.
 '소풍'에서 자원봉사활동을 하고 있는 김선옥씨는 "공공도서관은 집에서 너무 멀고, 그렇다고 원하는만큼 책을 다 사 줄 수도 없어 안타까웠는데 동네에 작은도서관이 생겼다"며 "아이들도 좋아하고 책 읽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고 있으니 흐뭇하다"고 말했다.


 작은 도서관 소풍은 주부·어린이의 접근이 쉽지 않은 공공도서관의 문턱을 낮춰 누구나 '소풍 가듯' 즐거운 마음으로 책을 읽으며 놀 수 있는 '생활 도서관'을 지향한다.
 조남애 관장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많은 주민들이 도서관을 찾고 있다"면서 "그만큼 도서관에 대한 지역민의 수요가 크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조 관장은 "기업과 지방 정부가 관심을 갖고 주민들이 동참하면 작은 도서관은 마을의 사랑방이 된다"며 "정보를 공유하고 소통하는 나눔의 장소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글= 박송근기자 song@·사진= 유은경기자 uste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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