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사히 12월을 지나고 있는 우리 모두에게 축하의 말을 올립니다. 2021년 12월 19일 일요일 새벽이 지나고 있는데도, 올 한해를 어떻게 갈무리해야 할지 감이 오지 않았고 한없이 깜깜하기만 했습니다. '동심의 숲 산책'을 하면서 이렇게 막막한 때는 없었습니다. 내내 기다리는데도 기다리는 이는 기척도 없었습니다. 아침밥을 준비해서 먹고 차 한 잔 뜨겁게 홀짝이면서도 기다림은 멈추지 않았습니다. 오지 않는 이를 가만히 앉아서 기다리다가 하루를 보낼 수는 없는 일이라 '어쩌다 도시농부' 숙희쌤께 톡을 보냈
11월을 좋아합니다. 그 나무를 좋아합니다. 몸뚱이가 꽝 마른 그 호숫가의 시커먼 한 그루 나무를 좋아합니다. 11월엔 첫사랑을 만나고 싶었고, 첫 책을 내고 싶었고, 해마다 홀로 여행을 떠나고 싶다는 꿈을 꿉니다. 어느 날 사랑이 왔고, 오랫동안 사랑했고, 지금도 사랑하고 있지만, 그 나무의 이름을 모릅니다. 그는, 그냥 시커멓고 꽝 마른 그 호숫가의 아름다운 한 그루 나무일 뿐입니다. 굳이 이름을 몰라도 괜찮습니다. 사랑을 하는 데 그것은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언젠가는 기다리는 이가 올 것입니다. 끝내 아니 올 수도 있
'우끼가 배꼽이 빠질라'는 2021년 울산문화재단 창작지원금에 선정되어 출간한 책입니다. 2019년에 낸 '하늘만침 땅만침'에 이은 울산사투리 제2탄입니다. 작가 박해경은 울산에서 태어나 울산에서 살고 있는 울산 토종이며 진정한 울산 사람입니다. 그러니까 이 작품집의 탄생은 우연한 결과물이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작가는 2014년에 아동문예 동시 부문 신인문학상을 받으며 아동문학을 시작했으나, 여러 방면에서 급성장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그는 시를 잘 만들 줄 아는 작가입니다. 어떻게 써야 되는지
'까만 색종이도 필요해'는 2021년 9월 10일 브로콜리숲에서 발간한 전자윤 작가의 첫 동시집입니다. 이미 동화책 '그림자 어둠 사용법' '비밀은 아이스크림 맛이야'를 낸 작가는 2018년 '부산아동문학' 동시 부문 신인상 등단했으며, 2020년 동화부문 샘터상과 한국안데르센상 동시 부문 우수상을 받았습니다. 이 동시집은 2021년 부산광역시, 부산문화재단 '부산문화예술 지원사업'에 선정되어 출간했습니다. # 할머니 공책 한글 배우기 시작한 할머니/ 네모 칸칸
박선미 작가의 동시집 '먹구름도 환하게'(2020·아이들판)는 부산광역시 부산문화재단 지역문화 예술특성화지원 부산문화예술지원사업으로 지원을 받아서 낸 작품집입니다. 54편의 군더더기 없고 단정한 언어의 그릇에 담긴 다양한 일상을 형상화한 동심이 모범 답안지처럼 느껴집니다. 님들과 함께 읽고 싶은 작품 중 세 편을 소개해 봅니다.반성문 향유고래의 뱃속에서 나온 밧줄그물페트병비닐봉지플라스틱 컵100kg 우리가 써야 할반성문의 무게마음이 뜨끔합니다. 환경문제와 기후위기는 현대를 살고 있는 우리들이 가장 우선적으로 깊이 반성
오늘은 저의 여덟 번째 책이며 다섯 번째 동시집인 '행복은 라면입니다'를 읽어보기로 합니다. 발소리도 내지 않고 어느새 시가 찾아오곤 하므로 어쩔 수 없이 운명처럼 저는 시를 씁니다. 시가 불러주는 받아쓰기 숙제 정답이 아니어도 괜찮다 생각하며 불쑥불쑥 좀 틀리게 받아쓰고 싶은 일탈을 꿈꾸기도 합니다. 살아가는 일이 늘 정답처럼 분명한 건 아니니까요. 산다는 건 정답을 찾아가는 과정일지도 모르니까요. "행복하니?"라고 아이에게 물었어요."아뇨."아이가 대답했죠."어떡하면 행복하겠니?" 다시 물었어요."라면요! 라면 먹
내 인생의 첫 책을 묻는다면, 나는 망설임 없이 '꽃들에게 희망을'(트리나 포올러스 지음·박용철 옮김·1991·소담출판사)을 뽑을 것이다. 다소 조숙한 감성과 철학적 사고에 젖어 있던 12살 무렵에 만났던 이 짧은 동화 한편은 나를 아름다운 충격에 빠뜨렸다. '옛날 옛적에 작은 줄무늬 애벌레 한 마리가 오랫동안 그의 둥지였던 알에서 깨어났습니다. 햇빛이 밝은 세상은 무척 찬란했습니다.' 이렇게, 이 동화는 시작된다. 모든 것이 경이롭고 놀라운 세상이었던 줄무늬 애벌레에게 하나의 궁금증이 찾아온다.
계간 '동시발전소'의 첫 동시선집 '확률 상 삐딱해짐'에는 전국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시인들의 동시 62편이 실렸습니다. 한결같이 즐거움과 감동을 주는 좋은 동시들이라 무척 반가웠습니다. 오월은 어린이날에 이어 어버이날, 스승의 날이 있어 잊었던 감사함을 소환하게 되는 특별한 달입니다. 우리 어린이들과 동심을 가진 어른들께 동시집 한 권 선물해보면 어떨까요? # 신발 강정규 고물더미에/ 신발들이 쌓여있다//평생 섬겨왔는데/ 그 발들 어디 가고/ 헌 신발만 쌓여있나//새 신발 생기자마자/ 헌신짝 버리
어떤 맛인가 하면, 부드럽고 밍밍하다. 어떠한 조미료도 첨가하지 않은 순수하고 담백한 맛이다. 어떤 이는 상상만으로, 어떤 이는 비약과 낯설게 하기만으로… 이렇게 다양한 방식으로 자기만의 글을 쓴다. 나는 글에 그림이 보이는 선명함을 좋아한다. 너무 낯선 것보다 너무 상상으로만 된 것보다 자연스럽고 쉽지만, 깊은 뭔가를 담고 있는 것이 좋다.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니라 취향의 문제이다. 서점에서 이 동시집을 읽었다. 어렵지 않고 밖에서도 안이 훤히 다 보이고 즐거움과 행복감을 주었다. 작가가 울산의 초등학교에서 일하는 선생님이다.
"먹은 밥 때문에/ 체했는지/ 식은 땀이 줄줄/ 온 몸이 오들오들// 거실에/ 누웠는데/ 별이 반짝반짝// 엄마는/ 나보다 더 아픈가 보다/ 나를 쳐다보는데/ 얼굴이 샛노랗다." 제13회 동시의 날 기념 제1회 전국 어린이 시 쓰기 대회에서 최우수상을 받은 박채준 어린이(여수 쌍봉초 4학년)의 시 '더 아프다' 전문을 옮겨본다. 총 3연으로 구성된 이 시를 빛나게 하는 부분은 3연이다. 1연과 2연은 어린이 화자가 겪은 사실적인 정황이고, 3연의 1행과 2행에서 느낀 점을 썼다. 3연의 3행과 4연은 이 시를 시적이게
시 한 편은 동화 한 편만큼의 이야기가 압축된 파일과 같다. 이 압축 파일을 클릭하는 일은 언제나 무한한 설렘을 준다. 설렘과 치유를 한꺼번에 체험하게 하는 책 '달팽이 학교'는 제목에서부터 궁금증을 유발한다. '달팽이'와의 인연은 매우 깊다. 2000년 10월 한 월간 문예지를 통하여 시인이란 이름표를 달게 한 등단시의 제목이 '달팽이'였다. 이런 인연 때문일까? '달팽이 학교'는 내 마음을 자극했고 이 책을 찾기 위해 서점으로 길을 나서게 했다. 처음 읽어도 재미있고 두
동심의 숲을 산책하는 일은 이제 일상이 되었다. 밥을 먹거나 잠을 자는 일처럼 자연스럽고 당연한 일이다. 오늘은 이상교 작가님의 동시집 '찰방찰방 밤을 건너'를 다시 걸었다. 이곳은 참으로 평화롭고 고요하다. 따뜻한 인정과 포근한 품이 느껴진다. 그러나 어쩔 수 없이 짙은 외로움이 고여 있다. 다행스러운 것은, 화자가 그 외로움에 묶여있지 않고 매우 자유롭다는 것이다.바다가 하루 종일철썩철썩헹구고 헹군다.바닷가 모래를쌀 일 듯고르고 고른다.바다에는 먹일 식구들이하도 많아밤낮 가리지 않고조리질한다. '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