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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끼가 배꼽이 빠질라
우끼가 배꼽이 빠질라

'우끼가 배꼽이 빠질라'는 2021년 울산문화재단 창작지원금에 선정되어 출간한 책입니다.
 2019년에 낸 '하늘만침 땅만침'에 이은 울산사투리 제2탄입니다. 작가 박해경은 울산에서 태어나 울산에서 살고 있는 울산 토종이며 진정한 울산 사람입니다. 그러니까 이 작품집의 탄생은 우연한 결과물이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작가는 2014년에 아동문예 동시 부문 신인문학상을 받으며 아동문학을 시작했으나, 여러 방면에서 급성장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그는 시를 잘 만들 줄 아는 작가입니다. 어떻게 써야 되는지를 알고 동시를 씁니다. 시를 읽고 필사하고 생각하는 열정과 노력이 밑거름이 되고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는 시를 잘 만들 줄 아는 능력만큼이나 제목을 선정하는 일에도 빼어납니다. 이번 네 번째 작품집도 확, 들어오는 이름표를 달았군요. 아, 다행히 제 배꼽은 제자리에 그대로 붙어있습니다.
 함께 읽어볼까요?
 
# 듬비
 
봄비 내린 뒤
구름과 하늘을 담고 있던
작은 듬비에
내 발이 빠졌다.
 
구름도 하늘도
깜짝 놀라
내 발밑에서 출렁거린다.
 
※듬비: 웅덩이
 
지극히 개인적인 취향입니다만, 저는 기본적으로 기획작품집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어떤 목적이나 목표를 가지고 매뉴얼대로 접근하다 보니 설명적인 작품 그 이상을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기획동시집이 시적으로 성공하기는 정말 쉽지 않습니다. 박해경 작가의 이번 작품집에서 '듬비'는 그러한 우려를 뛰어넘은 작품입니다. 사실적인 정황만 서술하고 있으나 내면의 시적인 부분이 선명하고 담백하게 표출된 작품입니다. 그 어떤 장식도 없으며 너무 애쓰지 않아도 이렇게 감동적으로 다가오는 작품, 참 좋습니다. 
 
# 이바구
 
우리 할머니/ 옛날 이바구에는/ 언제나 똥오줌 잘 싸는/ 도깨비가 주인공.//
 우리 엄마/ 이바구에는 언제나/ 공부 잘하고 말 잘 듣는/ 엄마 친구 아들이 주인공.//
 
※이바구: 이야기
 
# 질
 
주인 떠난 빈집에/ 고양이가 새끼를 낳았다./ 야옹야옹 울음소리 가득하다./새끼 낳았는데/
 밥은 줘야지/ 옆집 할매가 들여다보고/ 새끼 낳았는데/ 이불은 깔아 줘야지/ 
 혼자 사는 영달이 아재도/ 들여다보고/ 동네 사람들 들락날락/ 무성했던 풀들 사이로/
 반질반질한 질 하나 생겼다.

아동문학가 성환희
아동문학가 성환희

작품 '이바구'의 시적인 정황에 피식 웃음이 나옵니다. 그 맛이 너무나 담백합니다. 작품 '질'은, 박해경 작가의 따뜻함이 가장 잘 담겨있는 작품인 것 같습니다. 보이는 그대로 있는 그대로 아무런 꾸밈이나 장식 없이 자연스럽게 빚은 작품은, 애쓰지 않아도 그 내적인 세계의 아름다움이 은은하게 밖으로 드러나는 것입니다. 
 마침표 없는 편지 같은, 10월의 오독을 마칩니다. 
 아동문학가 성환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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