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 모임이 대부분 5~6시인 경우가 많다. 아직 현역인 사람들은 5시 모임이 부담스럽고 식구들 저녁 식사 준비해주는 주부들에게도 5시는 부담스럽다는 것이다. 그런데 6시 모임으로 해 놓으면 한 시간 전부터 움직여야 하는데 전철이 5시에 퇴근하는 사람들 시간과 겹쳐 복잡하다. 버스도 퇴근 차량 증가로 지체되기 쉽다. 직장인들 출퇴근 시간은 피해 주는 것이 전철 경로 우대를 받는 시니어들에게는 일종의 매너다. 본인들도 밀집된 전철을 타는 것 자체가 괴로운 일이다. 혹자는 5시에 모여 식사를 하게 되면 너무 이르다는 사람도 있다. 보통
그날, 마을버스를 타고 집으로 가는 길. 산다는 일의 허망함이 가슴을 비집고 들어와 똬리를 틀었다. 오전에는 평소 존경하던 박방희 선생님의 부고 소식을, 오후에는 노옥희 울산교육감의 부고 소식을 들었기 때문이다. "우짜노!" 안타까운 마음으로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곤 고인의 명복을 빌며 기도를 바치는 것뿐이다. 삶과 죽음이 사람을 갈라놓는 일은 어쩔 수 없지만, 우리나라는 이데올로기 때문에 남한과 북한으로 갈라져 지낸 지 어느새 70여년이 되었다. 우리의 소원은 통일이라는 노래를 입으로 부르기는 해도 실제로 통일을 염원하는 사람이
황정은 재해가 난 해에 이재민들의 대용식량으로 사용했으므로 미포(米脯)라고 불렸다. 옛날에 하천을 끼고 있는 한 마을 부잣집에 하녀가 있었는데, 주인의 학대에 못 이겨 깊은 산으로 도망쳤다. 몇 년 후 그 하녀가 아직 살아 있다는 것을 알았다. 지금까지 어떻게 살았는지 물었더니 어떤 풀의 뿌리를 먹고 살았는데, 그 풀은 부드러운 잎이 나 있고, 굵은 뿌리는 황백색이라고 했다. 이것이 바로 황정이었다. 도가에서는 근경을 먹으면 땅의 정수를 섭취할 수 있다고 보고 황정이라 하였다. 두보의 시에 '봄날 황정 윤기 있게 돋아났네,
한여름 푸르름 속에 묻혀있던 감나무 한 그루가 어느새 가을 햇살을 머금고 노란 속살을 내민다. 그다지 화려하지도 않던 감꽃은 수줍은 얼굴을 숨기고 언제 피었다 지는지도 모른 채 탐스러운 가을의 본색을 드러내고 있다. 과일 중에 감이란 이름은 어쩐지 촌스럽고 순박한 시골 처녀의 수줍음처럼 늘 가까이해도 부담이 없어 좋다. 어느 나무의 단풍 색채가 아름답다 해도 가지마다 주렁주렁 달린 노란 감들을 보노라면 우리의 마음은 한층 풍요로워진다. 내 어릴 적 감에 대한 추억이 생각이 난다.어머니가 보관해둔 지폐 한 장을 우연히 발견하고 동네
'졌잘싸'라는 인터넷상 유행어가 있다. '졌지만 잘 싸웠다'라는 뜻이라는데, 2022년 월드컵에 참가한 우리 선수들에게 딱 들어맞는 말이 아닐 수 없다. 우리가 속한 H조에는 가나, 우루과이, 포르투갈이 올라왔다. 지난달 24일에는 만만치 않은 우루과이를 상대로 무승부를 기록했다. 그래서 나온 말이 '가나는 이겨야 한다.'이다. H조에서 약한 팀으로 가나를 지목하고 우리나라든 우루과이든 포르투갈이든, 심지어 가나 자신이 주어가 되어 '가나는 이겨야 한다.'가 하나의 밈이 되었
책을 내는 것은 영어, 수학 공부보다 쉽다. 책 쓰기는 공인중개사 공부보다 시간이 적게 걸린다. 하지만 책을 출간하는 것은 인생의 전환점이 될 만큼 가치가 있다. 사람들은 흔히 이런 이야기를 한다. 내 인생 책으로 쓰면 10권도 더 쓸 수 있다. 하지만 정작 책으로 내지 못한다. 그 이유가 무엇인가? 그것은 글쓰기가 어렵고 무엇을 어떻게 써야 하는지 모르고 출간하는 방법을 모르기 때문이다. 글을 잘 쓴다는 것은 타고난 재주가 아니다. 연습을 통해서 잘하게 된다. 연습이라는 것을 글을 쓸 시간을 만드는 것에서 출발한다. 글쓰기 실력은
처음으로 강원도 영월 땅을 찾았다. 설레는 길에 남편과 둘째가 동행했다. 문학기행을 갈 기회가 있었는데 사정이 여의찮아 참여하지 못해 꼭 가고 싶었던 곳이다. 고속도로에서 내비게이션이 알려주는 것을 제때 못 봐 다른 길로 가는 바람에, 20분 정도의 거리를 둘러서 갔다. 여행에서 예상치 못한 일이 전혀 없다면 오히려 밋밋하겠지. 우여곡절 끝에 청령포 주차장에 도착했다. 차에서 내리자 콧속으로 스며드는 공기에서 청량감이 느껴졌다. 입장권을 끊고 배를 타기 위해 이동했다. 배는 정해진 시간에 운영하는 것이 아니고, 사람이 모이는 대로
가끔 지인들이 제게 글을 어찌 그리 편하게 쓰냐며 애매한 칭찬과 함께 글을 잘 쓰는 방법에 대해 질문을 합니다. 사실 거기에 응수하며 편하게 글을 쓴다고 말할 수 있는 실력도 글 쓰는 방법에 대해 말할 깜냥도 못 됩니다. 다만 덧붙일 수 있는 것은 어릴 적부터 매일 써왔던 일기가 큰 도움이 되었다고 말은 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글쓰기가 습관이 되어버린 이유로 연필을 잡는 것이 어렵거나 두렵지 않습니다. 하지만 일기가 바탕이 되다 보니 제 글의 상당수가 자기성찰과 이해,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과 탐구로 가득합니다. 어찌보면 좀 무거운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변화라는 단어는 미래를 의미하는 것일 수도 있다. 과거를 그리워하고 현재에 안주하려는 마음은 어쩌면 조금은 편함을 추구하기 위함이겠지만 그 편안함에 숨어있는 모순과 불편한 진실을 보려 하는 누군가에 의해 변화를 끌어내고 그 변화는 새로운 세대들을 위해 날개를 펴개한다. 미래를 위한 변화, 우리는 그 변화라는 것이 어느 한 부분, 특히 교육이라는 타이틀 앞에서는 더 많은 긴장과 걱정과 우려에서 시작을 한다. 기자인 나 또한 중학교 3학년 딸을 둔 학부모이다. 2025년부터 도입되는 고교학점제 전면 시행 앞에서
행복의 척도는 사람마다 다르다. 많이 가져야 행복하다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가진 것이 많을수록 불행하다는 사람도 있다. 물질이 많고 적음에 따라 다르기도 하지만 정신적인 충족감 여부를 행복의 척도로 여기는 이도 있다. 속인과 수도자의 경우 행복을 재는 기준은 특히 다르다. 무소유와 소유에서 오는 자유와 구속감으로 행불행을 가늠하기도 한다. '불확실성을 두려움 없이 맞이할 수 있을 때 사람은 가장 큰 자유를 느낄 수 있습니다.'라고 말하는 이, 자신을 낮추고 상대를 인정하는 것, 내가 틀릴 수도 있다는 겸손한 생각이
화장지의 눈김시민콧물이 나고 코가 막혀서코를 풀고 화장지를 마구 버렸더니방바닥에 하얀 눈처럼 쌓였어.동생이 보면 겨울 왕국 안나가 되어눈사람 만들자! 하겠지.생각만 해도 즐거운 겨울 왕국에서깔깔거리며 놀다 보니화장지 한 통을 다 뽑아 눈처럼 뿌렸어.엄마 아빠가 보면 화이트 크리스마스다! 하겠지눈꽃 세상 속에서뛰고 구르고 뒹굴다가눈을 이불처럼 덮고 눈 천사를 만드는데문이 벌컥 열리더니,-아니, 이게 무슨 꼴이래!엄마 아빠의 눈이 동그랬졌어. △김시민 1994년 부산MBC 아동문학 대상. 2012서덕출 문학상 수상. 2020아르코창작기
서훈 전 국가안보실장이 3일 검찰에 구속됐다. 서해공무원 이 씨의 피격사실을 은폐하기로 하고 관계부처에 관련 자료를 삭제하도록 지시한 혐의다.법원에 의해 발부된 구속영장과 감사원의 감사결과 등을 종합하면 이렇다. 2020년 9월 23일 새벽 1시. 청와대에서 비서실장과 국가안보실장, 국정원장, 국방부장관 등을 비롯한 관계장관회의가 소집됐다. 서해공무원 이 씨가 북한군에 의해 막 사살되어 불태워진 뒤였다. 대통령과 정부가 아무런 구조지시를 내리지 않았고 북한에 신변보호 요청도 하지 않은 상태에서 '소각처리 됐다'는 충격
지난 3년을 돌아볼 때 코로나19 대유행에 우리 국민들은 정부의 방침에 잘 따랐다. 마스크를 쓰라면 썼고 백신을 맞으라면 맞았다. 그 덕분에 K방역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 그런데 최근 뉴스에 의하면 2차 이상 접종 완료자 중 동절기 오미크론 변이 대응 2가 백신(개량백신) 추가 접종하지 않겠다는 응답이 무려 65%에 달했다.백신접종을 거부하는 이유로는 '백신을 맞아도 감염된 경우' '접종 이상 반응 우려' '잦은 백신 접종 부담' '2가 백신 이상반응이 더 클까 봐' '
어릴 적 산골에서는해가 저물면 들일을 마친 아버지께서 시쿰한땀 냄새를 온몸으로 풍기며 집으로 돌아오셨어요. (중략) 어릴 적 산골에서우리는 냇물을 거슬러 있는 동네 우물에서 물을 길었어요.우물 옆은 빨래터였는데, 넓적한 돌에 올린 빨래를 아버지가 만들어 준 방망이로 팡팡 있는 힘을 다해 두들겼어요. 물을 채우고 옷 때를 씻겨내는 우물과 빨래터가 있었어요. 어릴 적 산골에서는해 질 녘까지 동네 앞 빈 논에서 아이들 소리가 들려왔어요.빈 논에 아예 괭이로 패어내다시피 그어놓은 오징어 육균 놀이는 산기슭까지 내려온 어둠이 더는 못 기다리
우리나라는 부존자원이 없는 나라다. 그래서 오직 기술 개발만이 살길임을 인식하고 꾸준히 노력한 결과 오늘날의 선진국 대열에 오르게 됐다. 축구도 우리나라 선수들은 신체적으로 유럽과 남미 선수들과 비교해 볼 때 불리한 조건이라 할 수 있다. 그래서 어떻게 하면 이런 신체적인 핸디캡을 극복하고 당당하게 세계 선수들과 경쟁할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을 할 수밖에 없다. 그것은 오직 기술 개발만이 극복할 수 있는 유일한 대안임을 한 번 적시해 보고자 한다. 순수하게 아마추어적인 입장에서 얘기하는 점을 먼저 이해해 주길 바란다.지금까지 우리나라
모과는 다른 과일에 비해 우선 크기가 듬직하다. 참외만한 것도 얼마든지 딸 수 있다. 푸짐한 모과 열매는 보는 것만으로 입에 침이 고인다. 우리의 머리가 그 지독한 신맛을 기억하고 있기 때문이다. 맛이 신 모과이지만 향기는 강하다. 한두 개 방안에 두는 것만으로 상큼한 향이 실내를 가득 채운다. 그래서 가을이면 자동차 뒷좌석에 두어 천연방향제로 이용한다. 가을에 잘 익은 모과를 거두면 상한 것을 골라내고 무 구덩이 같은 곳에 저장한다. 마당 한 구석에 땅을 파고 바닥에 짚을 깐다. 구덩이에 모과를 수북하게 쌓아 놓고 그 위에 나뭇가
이번 기고문은 3년 전 별세하신 故 김형배 어르신의 가슴 절절한 사랑을 얘기해보고자 한다. 어르신은 필자가 호계동에서 살 때 우리 집 근처에 사시던 주민이었다. 치매로 인해 요양병원에 계시던 아버지와 연세가 같아 어르신에게 더 관심을 가지기도 했다. 어르신은 9년 전 할머니와 사별한 후 혼자 집 근처에 소일삼아 텃밭을 가꾸면서 사셨다. 필자는 그런 어르신을 보며 효에 대한 생각과 성찰을 하기도 하였다. 간혹, 어르신과 대화에서 부모에 대해 효를 행하라는 말씀을 어르신에게 숱하게 들었지만 먹고 산다는 핑계로 울산에서 40여 년 가까이
골짜기마다 수수가 붉게 익는 가을날, 산길 따라가는 영월 여행의 맛은 향기롭고 달았다. 변덕스런 이상 기후에도 맺힌 데 없이 자연은 곱게 물들어가고, 비탈밭은 어느 암자에서 본 이불 모서리처럼 둥글고 푸근해 끝없이 말을 걸어 본다. 이처럼 강원도의 고졸한 기운은 범상치 않아 기대감으로 마음이 설레었다. 영월은 소나무가 참 좋은 고장이다. 키가 크고 청정한 나무가 뿜어내는 기운은 대체할 수 있는 게 없을 듯했다. 여행자가 현장에 섰을 때만이 경험할 수 있는 고유한 느낌이다. 그 기운은 마치 밝고 환한 이상 세계로 초대를 받은 듯한 착
지인과 나란히 앉았다. 태화강 물결이 은빛으로 반짝인다. 본색(本色)에 대하여 이야기를 나누었다. 나무든, 풀이든 본연의 태깔이 있다. 그러나 어느 게 진짜인지는 알 수 없다며 웃었다. 시간과 계절에 따라 변하는 것이 진리이듯, 사람도 다를 바 없다. 순수했고 진실했던 과거의 모습이 본색이었을까. 아니면 욕심에 가득 찬 지금이 그 사람 본연의 모습일까. 믿는다는 건 참으로 자신을 내려놓는 일인가 싶어 갸우뚱한다. 우정이 사라진 시대라고 한다. 모든 것이 사랑으로만 통용되어 진정한 벗의 의미가 퇴색되어 버리고 말았다. 노란 은행잎이나
4계절이 존재하는 우리나라 단풍철에는 가을 정취를 즐기는 등산객이 연중 가장 많다. 안전사고도 가을에 가장 많이 발생한다. 높고 청명한 하늘, 가을이 오면 전국 방방곡곡의 아름다운 명소를 찾아갈 계획을 세운다. 하지만 사고 없는 안전한 가을 나들이를 보내려면, 밖에서 자주 발생할 수 있는 응급 상황에 대해 적절한 처치법으로 재빨리 대처하는 것이 필요하다. 가을 등산 중에 갑자기 심정지로 쓰러진 사람을 목격했을 때, '심폐소생술'을 바로 시행해 보자. 심혈관질환은 2019년 WHO가 발표한 전 세계 사망원인 1위, 한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