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영 시인이자 평론가가 두 번째 평론집 '흘러가고 사라지는 것을 사랑한다네'를 발표했다. 푸른고래 출간으로 울산 최초 체계적인 울산 시문학사를 담아낸 시읽기 중심의 시평론집이다.
저자는 비평을 위한 비평이 아닌, 시 읽기의 즐거움과 유용함을 위한 비평을 시도했다. 본문에서 인용한 앞의 문장처럼 시 읽기는 무엇이고 무엇이어야 하는가에 대한 물음과 답을 찾는 작업이다.
시와 문학 작품을 통해 세상을 바라보는 저자의 시각이 오롯하다.
1부 '아, 입이 있어도 말 못 하는 것들'에는 여러 시편에 대한 짧은 시평을 실었다. 정지용, 백석, 박목월, 김종삼, 김춘수, 이성복 등과 지역 시인의 시와 외국 시 등이 다양하게 등장한다.
"달이 가네. 봄날이 가네. 흐르는 것은 흐르고, 사라지는 것은 사라지네. 떨어지는 꽃들, 무심히 가는 사월, 쓸쓸히 죽어간 사람을 문상하는 것도 우리네 삶이네. 아, 흘러가고 사라지는 것들에 대한 헌사여. 달도 꽃도 시도 흘러가고 사라지는 것을 사랑한다네"('달'(박목월) 시평에서 발췌)
2부 '허락하는 시간, 꽃지는 시간'은 문학론이 담긴 비평 칼럼, 시론, 심사평, 산문 등이 실렸다.
3부는 시인론으로 이영필과 박종해 시인과 시, 노연숙 시에 대한 해명과 해설을 했다.
4부는 '울산 시문학'은 저자가 30여 년에 걸쳐 이룩한 울산 최초의 체계적인 울산문학사이자, 지역 시문학사이다.
'울산문학 개요'는 총론이고 '울산 시문학의 흐름'은 각론으로 해방 후부터 1990년대까지로 시대별로 시인들을 정리, 서술했다. 110명의 시인과 150여 편의 시를 인용했다.
말미에는 미주, 출저, 찾아보기를 달아 독자들의 이해를 돕고 있다. 특히 제대로 정리되고 평가받지 못하고 있는 지역 시인과 문학에 대한 저자의 관심과 애정이 담겼다.
이 책에서 저자는 에즈라 파운드의 시 비평처럼 잘 알려지지 않은 시인이나 작품들은 적극적으로 드러내 말하고자 했다고 전했다.
문영 시인은 "시는 권력 지향적이지 않기에 타인을 억압하지 않고, 삶을 부패하지 않게 한다. 실패와 절망과 고통 속에서도 시는 희망과 흘러가고 사라지는 것에 대한 사랑을 노래한다"라고 시를 옹호하고 해명한다.
문영 시인은 거제 출생으로 1978년 통영에서 '물푸레' 동인 활동했으며 현재 '변방' 시동인이다. 1988년 '심상' 신인문학상을 수상했고 시집 '그리운 화도' '달집' '소금의 날' '바다, 모른다고 한다'와 첫 평론집 '변방의 수사학'과 산문집 '발로 읽는 열하일기'을 펴냈고 울산문학상·창릉문학상 수상했다. 현 오영수문학관 문예창작(시) 지도교수이다. 김미영기자 lalala409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