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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 걸렸어'
'딱 걸렸어'

청개구리에서 출간한 '딱 걸렸어' 동시집은 며칠 전 발표되었던 2021년 한국 안데르센상 동시부문에서 '버들나무 우듬지'로 최우수상을 수상한 박해경 작가의 첫 동시집입니다. 박해경 작가는 2014년 아동 문예 신인문학상을 받으면서 작품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수상소감을 잠깐 읽어 보면 박해경 작가는 읽으면 모두 행복해지는 동시를 쓰고 싶다. 행복한 동시를 찾아 부지런히 노력해야겠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벌써 네 번째 동시집 '우끼가 배꼽 빠질라'를 준비하고 있다고 합니다. 정말 박해경 작가의 부지런함이 느껴집니다.
 
어느 장화처럼/박해경
 
캄캄한 신발장에 앉아 잠을 자거나 다른 신발들과 수다를 떨고 있는 나는 장화예요. 내 친구 우산이 비 오는 날 밖으로 나가 빗물에 젖고 상처가 생겨 들어오면 나도 밖으로 불려 나가지 않을까 겁이 났어요.
 하지만, 그냥 할 일 없이 캄캄한 곳에 앉아 바깥세상을 남에게 듣는 것보다 온몸으로 부딪혀 보고 싶다는 호기심도 생겼어요.
 장대비가 쏟아지던 날 드디어 우산이랑 바깥세상으로 나왔어요.
 첨벙첨벙 빗속을 걷고 부딪치며 상처가 생겨도 그때 알았어요. 나는 신발장에서 곱게 앉아 있으려고 태어난 것이 아니라 빗속을 걷는 것이라고요.
 비가 오면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어야 하는 나는 장화라는 비로소 알았어요.
 
 

아동문학가 서순옥
아동문학가 서순옥

 모두에게 꼭 쓰임이 되는 사람 그리고 마음을 치유할 수 있는 행복한 맞춤 동시를 쓰고 싶다고 합니다. 숨어 있지 말고 자신이 어딘가에 쓰임을 다하려고 따뜻한 위로가 되는 장화 같은 사람이 많았으면 좋겠습니다.
 세상에는 아직도 그늘진 곳이 많습니다. 사회라는 것이 나만이 잘 사는 게 아니라 서로 도우며 사는 곳입니다.
 동시는 소통하고 대신 위로하기 위해서 존재하는 것이 아닐까요?
 무엇이든 쓰임에 따라 많은 용기와 희망을 주는 거 같아요.
 장화처럼 현실에 닥친 어려움을 자꾸 회피하고 도망가려고만 하지 말고 정면으로 부딪혀 이겨내는 것이 가장 쓰임 있는 가치 있는 존재감이 아닐까 합니다.
 힘들고 어려우면 소통이 어려워지고 쓰임도 갈 길을 잃어버리는 거 같아요. 내가 아니어도 다른 사람이 대신하겠다는 생각은 버리고 각자의 쓰임에 따라 최선을 다하는 것이 책임감 아닐까요. 박해경 동시집 '딱 걸렸어'를 읽고 나면 쓰임을 다 할 때 기쁜 것처럼 자신의 동시들도 아이들과 순수를 좋아하는 어른에게 읽혔으면 좋겠다고 합니다.
 코로나19가 떠나지 않은 어려운 시기에 서로에게 따뜻한 말 한마디 건네주는 사람들이 많았으면 좋겠습니다.  아동문학가 서순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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