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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 애희, 세상에 맞서다'
'소녀 애희, 세상에 맞서다'

울산 미포는 울산의 해금강으로 하얀 모래밭이 이어져 사람들 마음을 사로잡았던 곳입니다. 북동쪽 해안 모래 해변을 따라 안미포와 바깥미포 청정 해안이 펼쳐져 있어, 마을 사람들은 바다를 놀이터 삼아 일터 삼아 살았다고 합니다. 
 안미포 홍상도 바다 밑은 해초 숲이라 어류자원이 풍족했고, 바깥미포의 우뚝 솟은 바위들은 방파제 역할을 하며 넓은 가슴으로 미포 사람들을 안아주었습니다. 이곳이 바로 '소녀 애희, 세상에 맞서다' 새로운 이야기가 다시 태어난 곳입니다. 
 장세련 작가는 울산이 늘 공업도시로만 기억되는 것이 안타까웠다고 합니다. 작가는 2012년 발간한 '대왕암 솔바람길'을 집필하면서, '낙화암'과 '홍상도'의 이야기를 채집하며 '애희'라는 새로운 캐릭터를 창조해냈습니다.
 
 "낙화암은 전국 여러 곳에 있다. 이름에서 느껴지는 감정은 여러 가지다. 누구도 알아주지 않으나 홀로 충절을 지킨 여인의 쓸쓸함 또는 풍전등화 같은 나라의 안위에 대한 안타까움이다. 생을 제대로 꽃피우지도 못한 채 져버린 데 대한 가엾음이기도 하다……강한 의지를 가진 바위임에도 낙화암은 어딘지 애처로운 느낌을 풍기는 이름이 되었다. (장세련, <대왕암 솔바람길>, 갈모산방, 18페이지)"
 
 작가의 안타까움이 더해져 이 책의 주인공은 '애희'란 이름을 가진 영특한 아이로 태어났습니다. 애희는 어린 시절 아버지를 따라 시문 짓는 선비들 모임에 따라다니면서 시문 배우기를 좋아했습니다. 하지만 애희의 행복은 오래 가지 않았습니다. 왜군이 울산에 쳐들어온 것입니다. 울산 방어진은 염포항과 가까운 곳이라 왜군의 침략이 많았던 곳입니다. 무관이었던 아버지는 힘껏 맞섰지만, 전쟁에 목숨을 잃었습니다.
 애희는 전쟁으로 사랑하는 가족을 모두 잃고 고난을 겪다가 기생이 됩니다. 기생이 된 애희는 아버지가 지킨 나라와 자신의 집은 폐허가 되었는데, 관리들은 전쟁에 지친 백성들의 삶을 돌아보기는커녕 유흥에 빠져 있는 걸 보고 분을 삭이기 힘들었습니다. 나라를 위해 싸우다 죽은 아버지의 거룩한 죽음이 무의미하게 느껴질 때면 서운하기도 했습니다.

 애희는 썩은 세상에 적응해서 쉽게 살아가는 대신 그들과 맞서는 삶을 선택하고 낙화암에서 뛰어내렸습니다. 애희의 비통한 죽음은 은밀하게 퍼져나갔고, 기생들은 애희의 죽음을 애도하는 꽃을 바다에 던졌습니다. 며칠 후, 바위섬에서 애희가 입었던 붉은 치마가 발견되자, 사람들은 죽은 애희를 기려 그곳을 홍상도(紅裳島)라 불렀습니다. 

엄성미 아동문학가
엄성미 아동문학가

 작가가 미포 이야기를 채집하며 '애희'를 탄생시킨 것은 우연이 아닐 것입니다. 전국 여러 곳에 있는 '낙화암' 전설이 내려오는 곳은 여성들의 충절이 담긴 곳이 많습니다. 부여 백마강 낙화암은 삼천 궁녀 전설이, 진주 남강 낙화암은 논개 전설이 내려온 대표적인 곳입니다. 작가는 울산 미포 낙화암에서 떨어진 기생 이야기도 단순 실족사로 흘려버리기엔 그 바위 이름이 범상치 않다고 생각했을 것입니다.

 이 책을 읽다 보면 어느덧 독자는 수많은 외세의 침략에도 굳건하고 용감하게 맞서 싸웠던 이들을 생각하며 같이 안타까워하고 응원하게 될 것입니다. 마침, 8월 16일~17일은 독립운동가 홍범도 장군 유해가 고국으로 돌아와 추모하는 기간입니다. 나라를 위해 목숨을 기꺼이 바친 분들을 잊지 말아야겠습니다.  엄성미 아동문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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