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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녀, 새벽이'
'해녀, 새벽이'

얼마 전, 울산지역에서 성실하게 활동해 온 최봄 작가의 신간 '해녀, 새벽이'가 나왔습니다. 2016년 대곡박물관에서 열린 특별전 '울산 역사 속의 제주민-두모악. 해녀 울산에 오다'를 통해 이 작품을 탄생시켰습니다. 최봄 작가의 대표작이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제주도 해녀박물관도 찾아가고 해녀 박사님이라 불리는 좌혜경 박사님도 만났으며 울산 정자 해녀마을을 찾아 직접 만난 해녀의 이야기가 작품 속에 녹아 있습니다. 그런 열정으로 이루어낸 '해녀, 새벽이'는 인터넷 서점 알라딘에서 역사 동화 26위를 기록하기도 했습니다. 
 
 '해녀, 새벽이'는 일제강점기에 가족과 나라를 위해 목숨 걸고 물질을 했던 해녀들의 이야기를 역사적 사실을 바탕으로 작가의 상상력을 더해 재구성한 역사 동화입니다. 노름꾼을 가장하여 독립운동을 하는 아버지를 대신해 물질로 가족의 생계를 이어가는 어머니, 그리고 그 어머니의 뒤를 잇는 해녀 새벽이의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있을 땐 몰랐지만 빼앗기고 나니 당연하게 있던 내 나라의 소중함이 얼마나 큰지, 해녀들은 "내 나라가 없다는 건 갓난아기에게 엄마가 없는 것과 같다"라며 그 상실감을 표현합니다. 그리고 내 나라의 정당한 권리를 찾기 위해 자신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합니다. 앞에 나서서 독립운동을 하고 또 누군가는 자신의 위치에서 싸우고 인내했기에 오늘의 우리가 있는 게 아닐까요? 일제강점기 광복을 위한 평범한 서민들의 노력, 그중에서도 해녀들의 삶을 그린 이 작품은 우리 근현대사를 입체적으로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입니다. 
 
 해녀의 딸로 태어났지만, 새벽이는 바다가 무서워 열세 살이 되도록 수영을 못하는 소녀였습니다. 큰언니를 물속에서 잃은 후, '너는 절대 물질하지 말아라'라는 어머니의 강한 뜻 때문이기도 했지만, 새벽이는 물을 무척이나 두려워했습니다. 
 하지만 아버지는 어디에 있는지 소식이 없고, 혼자 가족의 생계를 이어 가던 어머니가 빚을 갚기 위해 오랜 기간 출가물질을 가자 새벽이는 물질을 배우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언제까지 이웃의 도움만으로 살 수 없고, 동생들과 할머니를 먹여 살리려면 무엇이든 해야 했는데, 섬에서 할 수 있는 일이 물질 말고 없었으니까요. 

 왕해녀 할머니의 도움으로 물에 대한 두려움을 극복하고 물질을 배우면서, 새벽이는 물질하기 전까진 몰랐던 것들을 많이 알게 됩니다. 모두에게 공평하게 자신의 것을 나누어 주었던 바다였지만, 일본에 나라를 빼앗기면서 물질을 하는 데도 등록비를 내고 허가를 받아야 했고, 내가 잡은 것의 가치도 정당하게 받아낼 수 없었지요. 그 가치를 받아들일 수 없어 잡은 것을 모조리 바다에 쏟아 버리면 그런 행동으로 또 매를 맞기 일쑤였고요. 주권을 잃은 국민은 먹고사는 일도 마음대로 할 수 없었습니다. 부당함에 맞서면 감옥에 갔고, 생계를 책임져야 했던 해녀들은 불만을 모두 표출할 수도 없었습니다. 그야말로 희망이 없는 절망과 어둠의 시기였지요. 
 

아동문학가 김이삭
아동문학가 김이삭

 겨울이 가면 봄이 오고 어둠을 밀어내고 새벽이 오듯, 광복을 되찾을 것이란 믿음을 담은 이름 새벽이. '해녀, 새벽이'는 독립운동의 최전선이나 민중의 저항 운동을 구체적으로 다루는 대신 가장 평범하게 자신의 위치를 지켜나가던 해녀의 모습을 다루었습니다. 아직 작고 나약하지만 스스로 두려움을 극복하고, 독립운동을 하는 아버지와 가족들을 위해 힘차게 물속으로 들어가는 열세 살 새벽이의 모습은 어쩌면 그 시대를 살았던 수많은 우리의 모습이 아니었을까요? 
 
 최봄 작가는 경남 마산에서 태어나 등단하여 동화와 동시를 함께 쓰고 있으며, 샘터상, 천강문학상, 울산문학작품상을 수상했습니다. 펴낸 동화책으로 '도서관으로 간 씨앗' 외 여러 권의 책이 있습니다. 숨어 있는 지역 문화에 관심이 많은 최봄 작가의 신간 '해녀, 새벽이'가 독자들에게 사랑받은 책이 되기를 응원합니다. 귀뚜라미 울음이 정겨운 초가을, 이 책을 만나보세요.  
 김이삭 아동문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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