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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통역사
고양이 통역사

어머니께서 고등어를 사 오시면 꼭 한 마리씩 통째로 물고가고, 처마밑 높은 곳까지 매달아 놓아도 물고 간다. 부엌에서 생선을 구워 밥상을 차리고 있는 중에도 몰래 소리 없이 들어와서 생선구이를 물고가고, 아무리 단속을 하여도 훔쳐 가는 것에 유달리 뛰어났던 옆집 고양이가 얄미워서 눈에 띄기만 하면 혼내준 기억이 생생하다.

 처음부터 옆집 고양이를 미워하고 싫어한 것은 아니다. 아기 고양이 때부터 귀여워하고 안아주고 쓰다듬어주고 먹을 것도 주었고, 그 고양이도 필자를 잘 따랐고 옆집 고양이지만 서로가 참 사이좋았었는데 언제부턴가 훔쳐 가고 혼내주고 하다 보니 고양이도 필자도 서로가 원수가 되어 버렸다.
 고양이니까 동물이니까 그래도 그동안 생선 정도는 큰소리로 혼내는 정도였지만 어느 날인가 귀한 손님 맞을 준비 하신다고 어머니께서 시장 봐오신 장바구니에서 커다란 쇠고기 덩어리를 통째로 물고 담 넘어 사라지는 바람에 그때부터 눈에 불을 켜고 한 발짝이라도 우리 집에 발 들여놓으면 죽여버리겠다고 두 눈을 부라렸다.

 필자도 운동 신경이 발달하여 달리기도 어지간히 했던터라 아무리 재빠른 고양이라 할지라도 어느 정도는 따라잡았다. 손에는 항상 수수 빗자루 몽둥이가 들려있었고, 살금살금 나타나면 어림 따라잡아 한 대는 꼭 때려주었고, 못 따라잡을 때는 빗자루 몽둥이를 잽싸게 던져서라도 맞췄다. 목표물에 대한 적중률 100%, 한 방 먹일 때마다 통쾌했고 속이 후련했다. 어떤 날은 세수하던 비눗물을 뒤집어씌우기도 했고, 한겨울에 찬물도 뒤집어씌웠고, 부엌 앞으로 살금살금 나타나면 설거지한 구정물을 들고 살금살금 가서 확 뒤집어씌우기를 수십 번, 그렇게 학대를 했는데 하루에 열두 번 이상 뻔질나게 담 너머 우리 집을 넘어왔다. 훔쳐 가면 혼내주고를 일상처럼 반복하다 보니 안 좋은 기억만 가득한 그 고양이는 필자만 보면 꼬리를 세우고 송곳니를 드러내며 할퀼 듯이 하악질을 해댔다.

 말 못하는 짐승에게 그러면 못쓴다고 어머니께 여러 번 혼이 났지만, 필자는 여전히 분노의 고집을 꺾지 않았고 그 고양이도 필자보다 더했으면 더했지 덜하지는 않았다.
 학교와 직장생활로 타 지역으로 나가 오랫동안 보지 못하다가 휴일에 가끔 집에 가서 그 고양이와 마주치면 필자는 먼저 꼬리를 내리고 먹이까지 던져주었는데 사과를 받아주지 않던 그 고양이는 필자가 용서가 안 되는지 여전히 분노의 하악질로 송곳니를 드러냈다. 여기까지는 필자의 학창시절 이야기다.

아동문학가 서순옥
아동문학가 서순옥

 얼마 전까지는 길고양이 한 마리와 페르시안 고양이 세 마리 모두 네 마리까지 키우다가 지금은 한 마리만 키우면서 충실한 집사가 되어 도도한 고양이를 받들어 모시지만 말 못 하는 고양이와 교감을 나눈다는 것은 참 어려운 일이다. 밥 주고, 화장실 치워주고, 놀아주고 그것만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동물 나오는 TV 방송에서 많이 배운다. 나름대로 고양이 통역사가 되었다고나할까!
 김이삭 작가의 '고양이 통역사'라는 동시집 제목이 너무 정겹다. 고양이를 사랑하지 않으면, 고양이를 잘 알지 못하면 절대 사용할 수 없는 단어로 고양이에 대한 사랑이 확 느껴지는 노련한 고양이 집사만이 사용할 수 있는 단어이다.
 동물을 사랑하는 사람치고 따뜻하지 않은 사람 없다. 그런 사람이 이웃 나라가 아닌, 이웃 도시도 아닌, 같은 도시에서 같은 문학 공간에 발 담그고 있다는 것에 고마움과 감사를 느낀다.
 김이삭 아동문학가는 울산아동문학 회장을 역임했고, 각종 여러 문학상과 여러 권의 동시집을 낸 참 부지런한 작가다. 김이삭 작가로부터 그동안 선물 받은 저서가 책꽂이에서 옹기종기 합창하는 듯하다. 
  아동문학가 서순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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