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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가락만 까딱하면
손가락만 까딱하면

어린이들 마음에 와닿는 동화와 동요 노랫말을 쓰며 어린이들을 만나는 황미숙 작가의 단편동화집입니다. 여섯 편의 작품은 주제는 다르지만 어린이들이 일상에서 접하는 다양한 일을 재치있게 이야기로 풀어갑니다.
 오늘은 여섯 작품 중에서 '흰 고양이 109'를 소개하려고 합니다. 
 소민이는 알레르기가 심해서 팔뚝에 진물이 나고, 콧물이 흐르고, 연이어 재채기가 나서 마음고생을 하는 아이입니다. 소민이는 급식실에서 재채기를 해 은서 옷에 밥알과 떡갈비 조각을 묻히는 바람에 은서와 멀어집니다. 은서가 "으, 더러워. 네 손이나 씻어~"라며 매몰차게 한 말은 소민이 가슴에 생채기를 냈습니다. 방학하기 전에 은서가 몇 번이나 다가와도 못 본 척하는 소민이는 108계단을 오르다가 흰 고양이를 만납니다.
 
 "106, 107, 108, 109! 어? 왜 하나가 많지? 내가 잘못 셌나?"
 고개를 갸웃하며 돌아보았다.
 "잘못 센 거 아니야~옹."
 ……
 "사람들은 계단 하나 더 생겨도 잘 모르는데 넌 다르네. 계단 세는 건 좋은 일이야. 계단 이름 하나하나 불러주는 거니까."
 흰 고양이가 또 한 번 웃었다.
 "109라고 불러줘서 고마워. 109! 이거 내 이름해도 돼?"
 흰 고양이가 물었다.
 "그래, 109!"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109라고 부르니까 흰 고양이가 더 특별해 보였다. 
 
 소민이와 흰 고양이는 어린 왕자가 만난 사막여우처럼 특별한 사이가 됩니다. 흰 고양이 109가 소민이에게 밥을 달라고 하자, 소민이는 꽃무늬 접시에 북어포와 멸치, 109가 먹고 싶다던 오이를 담아냅니다. 맛있게 밥을 얻어먹은 109는 보답으로 소민이 손바닥에 흰 수염 하나를 놓아줍니다. 
 "보름달이 뜨면 손에 쥐고 소원을 빌어 봐. 야~옹!"
 소민이는 '알레르기 낫게 해달라고 빌어야지!'라고 생각하며 흰 수염을 색종이에 싸서 책상 서랍에 넣어둡니다. 
 고양이와 헤어져 혼자가 된 소민이는 앞집 치매 할머니에게 동화책을 읽어주며 할머니와 친해집니다. 할머니는 소민이가 책을 읽다가 재채기를 해도 가만히 손에 휴지를 쥐여줍니다.

엄성미 아동문학가
엄성미 아동문학가

  보름날 밤, 소민이는 소원을 빕니다.
 "앞집 할머니가 심심하지 않게 해주세요."
 소민이는 자신도 모르게 신비한 소원을 앞집 할머니를 위해 써버립니다. 그러고선 "어? 어떡해!"하며 발을 동동 구릅니다.
 이 동화를 읽으면서 어린 왕자가 만난 여우가 생각났습니다. 
 여우는 "너에게 난 수많은 다른 여우와 똑같은 한 마리 여우에 지나지 않지. 그러나 네가 나를 길들인다면 우리는 서로가 필요해지는 거야. 너는 이 세상에 하나뿐인 사람이 되는 거고 나도 너에게 이 세상 하나뿐인 여우가 되는 거지."
 소민이에게 흰 고양이 109, 앞집 할머니는 서로에게 위로를 건네주는 하나뿐인 존재가 된 것입니다. 쌀쌀한 가을, 서로에게 위안이 되어줄 존재를 찾아 손을 내밀어 보는 건 어떨까요?  아동문학가 엄성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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