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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세 달 은우'
'열세 달 은우'

주인공 은우는 여덟 살 남자아이예요. 초등학교 1학년인데 동생을 잘 챙기지만 가끔 심술을 부릴 때도 있어요. 유리창에 부딪혀 기절한 참새를 가엾게 여겨 치료해주지만, 아빠와 엄마가 무서워하는 바퀴벌레를 손바닥으로 잡기도 해요.
 비 오는 날 동네 한 바퀴를 돌면 고래를 만날 수 있다며 조르기도 하고, 반도로 잡은 물고기는 "병졸 물고기가 없으면 용궁이 텅 빌 거예요"라면서 놓아주자고 해요. 
 은우가 보는 세상은 어른들이 보는 세상과 참 달라요. 동화작가인 할머니는 은우를 위한 동화를 선물하고 싶어서 은우의 열두 달 에피소드를 썼어요. 그런데 제목은 '열세 달 은우'라고 정했지요. 세상의 모든 은우, 모든 은우 또래는 계속 자란다는 의미래요. 열세 달은 다음 해에나 맞을 수 있으니까요. 은우가 어른이 되어서 이 책을 읽으면 할머니의 내리사랑에 가슴이 벅차겠지요.
 할머니는 손자 은우가 할머니라고 불러주었던 순간을 잊을 수 없었나 봐요. 환희에 찼던 순간을 이렇게 고백하지요.
 
 "은우가 태어나 입을 떼고 '할머니'란 이름을 불렀을 때 그 이름에서 반짝임을 느꼈어요. 딱새 부리처럼 작은 입에서 나오는 그 이름이 반가웠어요"
 
 은우네 집은 2층이래요. 1층에는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살고, 은우네는 2층에 산대요. 엄마와 아빠가 맞벌이해서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은우와 은한이를 돌보기 때문에 빛나는 순간을 놓치지 않을 수 있었나 봐요. 할머니는 은우와 은한이 돌보는 걸 '할매놀이'라며 즐거워하지요.
 
 '13월 자라는 달 이야기'에는 은우를 걱정하는 할머니 모습이 담겨 있어요. 
 "은우 아무래도 착한 어린이 병 아니니? 우리가 자꾸 착하다고 하니까 더 착해 보이려고 너무 참는 거 같아"
 합기도를 같이 배우러 다니는 이종사촌 윤슬이가 때려도 참기만 하는 은우가 애처로웠나 봐요. 엄마는 이모에게 전화를 걸어 윤슬이가 왜 그랬는지 알아보았어요. 그리고 은우에게 깜박 속았다는 것을 이야기해 주었죠.
 "윤슬이는 감기 기운이 있어서 오늘 합기도 오지 않았대요. 요 녀석이 학습지 하기 싫어서 꾀부린 거네요. 어머님이 자꾸 착하다, 착하다 그러시니까 그 말 자꾸 듣고 싶기도 했나 봐요."
 할머니는 은우의 거짓말에 어이가 없다는 듯 웃고 말았지요.
 "그래? 내가 깜빡 속았구나. 세상에, 애들 말만 들으면 바보 된다더니. 녀석이 아무리 게임이 하고 싶어도 그렇지, 그런 거짓말을……."  
 잠 깨면 따끔하게 혼내야겠다고 엄마가 말하지만, 아빠와 할아버지는 "이번에는 잘 타이르고 또 그러면 크게 혼내면 되지"라며 말렸어요.

아동문학가 엄성미
아동문학가 엄성미

금방 들킬 거짓말을 한 은우가 깜찍하지요?
 작가는 할머니라는 이름이 얼마나 빛나고 아름다운 이름인지, 엄마란 이름이 숭고함이라면 할머니란 이름은 너그러움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대요.
 읽는 내내 빙그레 웃는 순간이 많았던 동화책이었어요. 그리고 '열세 달 은한'이 2탄도 은근히 기대하게 되었어요. "형만 사랑하고 나는 사랑하지 않죠?"라고 투덜거릴 은한이 모습이 눈에 선하거든요. 
 아동문학가 엄성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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