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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골 대평원의 파노라마 설경. 몽골은 어디든 가면 길이 된다. ⓒ이상원
몽골 대평원의 파노라마 설경. 몽골은 어디든 가면 길이 된다. ⓒ이상원
흰색 꽃밭이 펼쳐지는 홉스골호수의 얼음판 결정. ⓒ이상원
흰색 꽃밭이 펼쳐지는 홉스골호수의 얼음판 결정. ⓒ이상원

몽골 최북부에 있는 홉스골호수의 겨울 풍경을 촬영하기 위해 2월말 7박 8일의 일정으로 8명으로 꾸려진 촬영팀에 합류해 몽골로 향했다. 몽골의 수도 울란바토르 칭기즈칸공항에 도착해서 한국어와 한국 사정을 잘 아는 가이드 겸 운전자들이 운전하는 두 대의 승합차에 타고 길을 떠났다.

   380km의 먼 거리를 달려 어둑해진 에르데네트(Erdenet)의 숙소에 도착했다. 에르데네트는 인구 10만 명으로 몽골의 제2의 도시이지만 겨울철이라 호텔들이 대부분 문을 닫아서 우리가 머문 숙소의 시설은 열악했다. 준비해간 삼겹살과 햇반으로 저녁을 해결하고, 보드카로 건배하며 성공적인 여정을 기원했다.

   다음 날 해 뜨기 전 숙소를 나서 약 400km를 달려 무릉에 도착했다. 인구가 4만 명인 무릉은 공항이 있는 교통과 문명의 중심지로, 홉스골호수로 가는 길에 통과하게 되는 도시이다. 

   몽골 현지인이 운영하는 한국음식을 파는 식당 'Maam'에서 한글로 된 메뉴판을 보고 갈비탕과 제육볶음을 주문해서 점심을 먹었다. 현지 물가 대비 꽤 비싼 식당인데도 현지인들이 많이 찾는 것을 보고 놀랐다.  

 

호수가 얼어서 만들어진 얼음 위의 도로

여름철 호수를 누비던 배들이 얼음에 꼼짝없이 갇혀있다. ⓒ이상원
여름철 호수를 누비던 배들이 얼음에 꼼짝없이 갇혀있다. ⓒ이상원

   무릉에서 3대의 사륜구동 SUV에 짐을 나눠 싣고 약 100km를 달려 하트갈 마을을 지나 홉스골호수에 도착했다. 말로만 듣고, 방송에서 보던 놀라운 풍경이 눈 앞에 펼쳐졌다. 호수 수면이 1m 이상 얼어 차량도 안심하고 달릴 수 있었다.

   먼지 나는 비포장도로를 달리는 대신 최고 속도가 시속 30km 정도라도 쾌적하게 달릴 수 있었다. 그야말로 차선이 없는 세상에서 가장 넓은 도로였다.

   가끔 지나가는 차가 보이고, 여름엔 수많은 관광객을 싣고 호수를 누볐을 커다란 배들이 얼음에 꼼짝없이 갇혀 있는 장면도 눈에 띄었다.

홉스골호수의 여명. ⓒ이상원
홉스골호수의 여명. ⓒ이상원

   홉스골호수는 해발 1,600m의 고원에 위치하고, 99개의 강이 흘러 들어와 만들어진 담수호이다. 호수는 다시 에그인골(Egiin gol)이라는 강을 통해 북쪽 러시아 바이칼호로 흘러 들어간다.

   11월부터 얼기 시작하는 호수는 그 이듬해 6월이 되어서야 얼음이 녹는다. 여름에는 사람들이 호수 주변 길을 따라 이동하지만 겨울이 오면 호수는 완전히 얼어 거대한 얼음 대륙으로 변해 그 위를 차나 말이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게 된다.

  호수가 얼게 되는 겨울철에 마을 간 이동도 쉬워 그때 결혼이 이루어지니까 홉스골호수 주변에 사는 사람들은 생일이 9월이나 10월에 많다고 한다.

홉스골호수의 일출. ⓒ이상원
홉스골호수의 일출. ⓒ이상원

   1992년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홉스골호수는 길이 138km, 폭 39km, 둘레가 380km이고, 최고 수심이 262m나 되며 호수 면적의 70% 이상이 수심이 100m 이상으로 동아시아와 중앙아시아를 통틀어 가장 깊다.

   면적은 2,612k㎢로 제주도 면적의 1.4배나 되며, 몽골에서 2번째, 세계에서 14번째로 큰 호수이다. 이 호수에는 12종의 어류, 200종이 넘는 조류와 순록, 산양, 곰, 늑대 등의 야생동물이 주변에 살고 있어 생태계의 보고(寶庫)이다. 몽골인들이 평생 한번쯤 방문해보고 싶어하는 꿈의 장소이기도 하다.

 

호수의 얼음과 눈이 만든 걸작

홉스골호수 얼음판의 다양한 결정. ⓒ이상원
홉스골호수 얼음판의 다양한 결정. ⓒ이상원
홉스골호수의 얼음이 깨지고 다시 얼면서 만들어진 얼음 조각. ⓒ이상원
홉스골호수의 얼음이 깨지고 다시 얼면서 만들어진 얼음 조각. ⓒ이상원

   홉스골호수는 그 자체로 자연의 걸작이지만 겨울철 얼어붙은 호수의 다양한 모습은 한국에서는 볼 수 없는 경이로운 풍경이었다. 일몰 시간과 다음 날 일출 시간에 맞춰 다시 이 호수로 가서 촬영을 했다. 다른 장소로 이동하면서 또 여러 번 이 호수와 만났다.

   드넓게 펼쳐진 호수의 얼음판에 압도당하며, 거기에 서 있는 나 자신이 하나의 점처럼 느껴졌다. 태양의 빛이 얼음 표면과 주변 사얀산맥을 비추며 만들어내는 색채의 변화는 환상적이었다. 얼음이 만든 다양한 조각들과 얼음이 갈라져 만들어진 틈새, 얼음이 깨졌다가 다시 얼어붙은 형상들은 대자연의 신비로움을 그대로 보여주었다.

   수면에서 볼 수 있는 갖가지 모양의 얼음 결정들은 자연이 빚어낸 예술 작품이었다. 얼음이 갈라진 커다란 틈새로 쌓인 눈이 바람에 날리는 모습은 동화 속의 한 장면 같았다. 그야말로 홉스골호수의 겨울 풍경은 천(千)의 얼굴을 하고 있었다. 혹시 크게 금이 간 얼음이 깨져 물에 빠지지는 않을까 겁이 나기도 했지만 기우였다. 드물지만 얼음이 깨져 대형 트럭이 물에 빠져 물 속에 잠기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몽골 홉스골호수 빙판 위에서 엉덩이 미끄럼을 즐기는 모습과 넘어지지 않게 조심조심 움직이며 촬영하는 사진가의 모습. ⓒ이상원
몽골 홉스골호수 빙판 위에서 엉덩이 미끄럼을 즐기는 사람과 넘어지지 않으려고 조심스레 움직이며 촬영하는 사진가의 모습. ⓒ이상원

   우리 일행은 차량 뒤에 긴 밧줄을 매달고 모두 그 밧줄을 잡고 얼음 위에 엉덩이를 깔고 미끄럼을 탔다. 차가 얼음 위에서 큰 원을 그리며 달리고, 우리는 밧줄을 잡은 채로 함께 원을 그리면서 돌았다.

   처음엔 나이든 일행이 망설였지만 나중엔 모두가 신이 나서 좋아했고, 동심으로 돌아가 즐거운 추억을 만들었다. 평소에는 사진 찍기에 몰두해서 자신의 사진을 놓치곤 하지만, 여기서는 경이로운 풍광에 무장해제되어 광활한 빙판에 드러누워 기념촬영도 했다.

석양에 물든 호수 풍경. ⓒ이상원
석양에 물든 호수 풍경. ⓒ이상원

   볼강의 식당에서 만난 체코의 단체 여행객들은 일주일 동안 낮엔 홉스골호수를 매일 20km씩 걷고, 밤에는 호수 위에서 야영을 했다고 했다. 홉스골호수에서만 가능한 새로운 자연과의 교감 방식으로 여겨졌다. 우리나라 사람은 과연 누가 그런 여행을 할까 싶었다.

   몽골 사람들은 홉스골호수를 ‘푸른 진주’, ‘신의 바다’, ‘어머니의 바다’라고 부른다. 바다가 없는 몽골에도 한때 해군이 존재했는데, 이 해군은 바로 이 홉스골호수에 주둔했다고 한다. 함선 한 척과 7명의 인원으로 구성되었고, 해군총사령관의 계급은 대위였다. 7명 중에서 수영을 할 줄 아는 사람은 1명뿐이고, 모두 바다를 본 적도 없었다고 한다.

   1938년 소련에서 육상으로 운반되어 온 함선은 홉스골호수 연안에서 조립되어 '수흐바타르'호로 명명되어, 남북으로 오가며 석유를 운송하는 임무를 주로 맡았고, 홉스골호수에서 고장난 배를 구난하는 예인선 역할도 했다고 한다. 1997년 ‘수흐바타르’호가 민영화 되어 홉스골호수를 방문하는 관광객을 수송하면서 해군은 없어졌다고 한다.

영하 20도의 밤을 따뜻하게 보냈던 몽골의 전통주택 게르. ⓒ이상원
영하 20도의 밤을 따뜻하게 보냈던 몽골의 전통주택 게르. ⓒ이상원

   홉스골호수 주변 캠프장의 게르에서 숙박을 했다. 게르 안은 장작 난로의 열기로 훈훈했다. 몽골 유목민의 전통 가옥 게르는 허술하게 보여도 여름 영상 40도와 겨울 영하 40도에도 견딜 수 있게 만들어져 있다.

   겨울의 추위와 바람을 막기 위해 창이 없고, 출입구는 하나이다. 그 문은 언제나 남쪽으로 나 있다. 이 게르 안에서도 그 나름의 질서가 있다. 자리 배정은 문을 등지고 왼쪽은 남자, 오른쪽은 여자, 정면(북쪽)은 집안의 가장 큰 어른의 자리이다. 여행객은 주인이 앉으라고 하기 전까지 기다리며 주인의 오른쪽에 앉는다.

물이 귀하고 추운 몽골이라 화장실 사정은 여기서도 아주 열악했다. 숙소와 한참 떨어진 숲에 만들어진 화장실에는 간단히 얼굴을 닦고 양치질을 할 수 있을 정도의 더운 물이 온수기에서 데워져 졸졸 나올 뿐 샤워는 아예 꿈도 꿀 수 없었다. 변기는 바닥이 깊게 보이는 재래식이었다.

 

홉스골 얼음 축제

홉스골호수 빙판 위에서 펼쳐지는 얼음 축제 '블루 펄(Blue Pearl) 2024'. ⓒ이상원
홉스골호수 빙판 위에서 펼쳐지는 얼음 축제 '블루 펄(Blue Pearl) 2024'. ⓒ이상원
홉스골호수 빙판 위에서 펼쳐지는 얼음 축제 블루 펄(Blue Pearl) 2024에 전시된 얼음조각 작품. ⓒ이상원
홉스골호수 빙판 위에서 펼쳐지는 얼음 축제 블루 펄(Blue Pearl) 2024에 전시된 얼음조각 작품. ⓒ이상원

   타이거 숲의 여행을 마치고 무릉으로 돌아오기 위해 홉스골호수를 다시 지나올 때 하트갈솜 인근 빙판 위에서 ‘2024 블루 펄(Blue Pearl)’이라는 얼음 축제가 막바지에 이르고 있었다.

   이 축제는 몽골인들에게 ‘푸른 진주’라고도 불리는 홉스골호수를 보호하고 몽골 겨울 관광업을 발전시키기 위해 지난 2000년부터 시작되었다고 한다. 활쏘기, 스케이트, 경마, 썰매타기, 줄다리기 등 다양한 행사가 열린다고 하는데 축제가 끝날 시점이라 우리는 직접 보지는 못했다.

   중앙 무대에는 가수들이 공연을 하고, 곳곳에 만들어진 노점에는 각종 먹거리, 토산품, 공예품, 잡화 등을 파는 풍물 시장이 열리고 있었다. 멋진 얼음조각 작품 전시도 하고 있었다.

   인구밀도가 극히 낮은 이 지역에서 어디서 모였을까 싶을 정도로 사람들이 많이 모였고, 대부분 몽골의 전통 복장인 ‘델’을 입고 있었다. 무릉으로 가는 도로는 축제에 참가했다가 돌아가는 사람들의 차가 한꺼번에 몰려 정체가 한참이나 이어졌다.

   무릉의 호텔에 도착해서 5일만에 따뜻한 물로 샤워를 했다. 그것만으로도 행복했다. 우리가 일상에서 당연하게 여겨졌던 일이 물이 귀하고 추운 몽골에선 아주 특별한 일이었다.  

홉스골호수 위에서 현지 운전기사, 가이드와 함께한 기념 촬영. ⓒ이상원
홉스골호수 위에서 현지 운전기사, 가이드와 함께한 기념 촬영. ⓒ이상원

   이튿날 날이 밝기 전에 호텔을 나서서 780km 떨어진 울란바토르를 향해 떠났다. 가는 도중 볼강에서 점심식사를 하고, 중간에 틈틈이 차를 세우고 휴식을 겸해서 사진을 찍었다.

   12시간이 걸려 울란바토르에 도착하니 밤이 되었다. 그 살인적인 일정을 운전사 겸 가이드인 덩치 크고 정이 많은 몽골인 '베직’은 잘도 소화했다. 몽골인 대부분이 그러하듯 그는 골초였고, 쉴 때마다 담배를 피우면서 졸음을 쫓곤 했다.  

 

대재앙, 조드(Dzud)

눈 속에서 필사적으로 먹이를 찾고 있는 말의 무리. ⓒ이상원 14
눈 속에서 필사적으로 먹이를 찾고 있는 말의 무리. ⓒ이상원 14

   오는 도중에 초원에서 눈 속을 헤집고 필사적으로 먹이를 찾고 있는 가축 떼를 보니 마음이 짠했다. 지난 겨울 몽골 전역을 공포에 떨게 한 영하 40도의 추위와 눈 폭풍 속에서도 용케도 살아남았구나 싶었다.

   지난 겨울 몽골에는 전 국토의 90%가 눈으로 덮였고, 49년만에 가장 많은 눈이 내렸다고 한다. 올해도 몽골 고원에 ‘조드(Dzud)’가 밀어닥쳤다. ‘조드(Dzud)’는 몽골에서 심각한 가축 폐사를 유발하는 겨울 기상이변을 지칭하는 몽골어 단어로, 대재앙급의 피해를 입히는 자연재해이다.

   기후변화로 여름에 극심한 가뭄이 발생하고, 10년에 한 번 꼴로 발생하던 조드가 최근 10년에 6번, 3년 연속 발생해서 가축 폐사가 심각했다.

석양 무렵에도 눈 속에서 먹이를 찾고 있는 양떼들. ⓒ이상원
석양 무렵에도 눈 속에서 먹이를 찾고 있는 양떼들. ⓒ이상원

   현재 몽골의 목축업 종사자는 약 30만 명인데 그 중 75%가 피해를 입었고, 전체 가축 약 6,500만 마리 중 10% 이상이 폐사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유목민에게 있어서 가축은 재산의 전부이자 일생을 함께 하는 가족이다.

   조드로 가축을 모두 잃은 유목민은 상당수가 유목생활을 접고 일자리를 찾아 수도인 울란바토르로 모여들어 도시빈민으로 전락하게 된다. 그들은 대부분 울란바토르 외곽의 거대한 빈민촌인 무허가 게르촌에 정착하게 된다.

   영하 40도의 추위를 견디기 위해 그들은 비싼 전기난방기 대신 건강에 좋지 않은 석탄을 연료로 시용한다. 약 100만 명이 사는 것으로 추정되는 게르촌에는 매년 겨울 60만 톤의 석탄이 소비되어 울란바토르 대기오염물질의 80%가 게르촌에서 발생한다고 한다.

   전기와 온수 공급을 위해 석탄을 연료로 사용하는 화력발전소의 매연도 대기오염에 한몫을 한다. 울란바토르에서 매연 가득한 최악의 공기를 직접 마시며, 이렇게 복잡하게 뒤얽힌 초원의 냉혹한 현실을 알게 되니 잠시 거쳐가는 나그네의 마음도 아팠다.  

   그러나 몽골 전역을 두껍게 뒤덮은 눈 폭풍이 악귀 같은 조드를 몰고 왔지만 또 다른 마녀인 황사와 미세먼지를 막아주는 효자 역할을 단단히 했다. 올 봄 우리나라에서 황사와 미세먼지의 피해가 적었던 것은 몽골의 폭설 덕분이었다.

울란바토르 인근 천진 벌덕(Tdonjin Boldog) 고원에 세워진 징기즈칸의 동상. 높이 40m, 250톤의 강철이 사용된 세계에서 가장 큰 기마상으로 말 갈기 부분이 전망대이고 내부는 박물관으로 사용되고 있다. ⓒ이상원
울란바토르 인근 천진 벌덕(Tdonjin Boldog) 고원에 세워진 징기즈칸의 동상. 높이 40m, 250톤의 강철이 사용된 세계에서 가장 큰 기마상으로 말 갈기 부분이 전망대이고 내부는 박물관으로 사용되고 있다. ⓒ이상원

   울란바토르에서 57km 떨어진 천진벌덕(Tdonjin Boldog) 고원에 2008년 세워진 칭기즈칸 동상도 눈 속에 둘러싸여 있었다. 250톤의 강철이 사용되었고, 높이가 40m로 세계에서 가장 큰 기마상이다. 말 갈기 부분이 전망대이고 내부는 박물관으로 사용되고 있다. 겨울이라 찾는 사람이 거의 없어 개방하지 않고 있았다.

   지금 몽골과 칭기즈칸은 떼어놓을 수 없다. 30여년 전까지 소련의 영향을 받던 몽골인민공화국에서는 ‘칭기즈칸’은 금기어였고, 그 역사조차 삭제했었다.

   그러나 1991년 헌법 개정으로 자본주의 체제가 도입되고, 국호도 몽골국(몽골 올스)으로 바뀐 이후 칭기즈칸은 역사에서 복원되어 지금은 몽골의 자존심이며 극상의 존재로 부활하였다.

   술, 담배, 화폐, 호텔, 도로, 공항까지 칭기즈칸의 이름이 사용되고 있다. 칭기즈칸이란 이름이 붙으면 최상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이다.  

 

몽골의 한국화(韓國化), 몽탄신도시

몽골 고원의 설경. ⓒ이상원
몽골 고원의 설경. ⓒ이상원

   최근 몽골인들 사이에서는 한국이 기회의 땅으로 인식되어 한국어 학습 열풍이 불고 있고, 유학이나 취업을 위해 한국으로 오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현재 한국은 몽골인들이 자국을 제외하고 가장 많이 체류하는 국가로 약 4만 명이 살고 있으며, 취업이나 유학 등 한국에서 장기 체류를 한 경험이 있는 몽골인만 30만 명이 넘는다고 한다.

   실제로 울란바토르 시내에는 한국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한 식당과 카페, 빵집, 특히 편의점을 쉽게 볼 수 있었다. 최근 편의점이 급증하여 CU가 394개소, GS25가 274개소나 되며, 몽골 최초의 대형 쇼핑몰인 이마트(emart)는 4개 매장을 운영하는데 한 달 이용객이 150만 명이라고 한다.

   한류 콘텐츠인 K-Drama, K-Pop 등의 영향과 함께 몽골인들이 한국에서 경험한 생활의 편리함을 몽골에서도 누리려는 수요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2006년 울란바토르의 과밀화 해소를 위해 울란바토르 외곽의 야르막 지역에 300만 평 규모의 신도시 프로젝트를 시작하여 2020년까지 한국형 아파트와 상가를 짓기 시작했다. 그 결과 마치 한국의 수도권 신도시를 보는 듯 하다고 해서 ‘몽탄신도시’라는 말이 생겨났다.

   이번 여행을 하면서 한때 인류 역사상 가장 넓은 영토를 가진 최강의 제국 몽골의 현실을 알게 되어 안타까웠다.

   국토 면적이 한반도의 7배, 한국의 15배인데, 인구 350만 명인 몽골은 광물 자원이 세계 10위국임에도 자본과 기술력이 없어 그 개발권을 해외 다국적기업에 넘기게 되어 국부의 유출이 심각한 상황이다.

   또 몽골 수출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광물의 80% 이상을 중국에 헐값에 수출하고 있어 가난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지정학적으로 바다가 없는 내륙국가여서 모든 교역이 중국과 러시아를 통해서만 가능하고, 그로 인해 경제와 외교를 두 나라에 과다하게 의존할 수밖에 없는 운명적 한계를 갖고 있다.

   몽골이 위대한 나라인 한국과의 다양한 교류와 상생의 협력을 통해서 두 나라가 함께 발전할 수 있는 길을 찾았으면 좋겠다.

테렐지국립공원 입구에 서 있는 몽골식 서낭당 같은 돌무더기, 어워. 사방이 허허벌판인 평원에서 길을 알려주는 길잡이가 되고, 멀리 않은 곳에 마을이 있다는 이정표 역할을 한다. 어워를 만나면 멈춰서 예의를 갖추는 것이 몽골의 전통이다. 보통 시계 방향으로 세 바퀴 돌고, 바쁠 경우에는 차의 경적을 세 번 울린다. ⓒ이상원
테렐지국립공원 입구에 서 있는 몽골식 서낭당 같은 돌무더기, 어워. 사방이 허허벌판인 평원에서 길을 알려주는 길잡이가 되고, 멀리 않은 곳에 마을이 있다는 이정표 역할을 한다. 어워를 만나면 멈춰서 예의를 갖추는 것이 몽골의 전통이다. 보통 시계 방향으로 세 바퀴 돌고, 바쁠 경우에는 차의 경적을 세 번 울린다. ⓒ이상원

   몽골의 대표적인 휴양지인 테렐지국립공원에서는 게르 호텔을 비롯한 대형 리조트가 난립하고 있었다. 거기서 나오는 불빛 때문에 그곳 여행자들이 기대하는 밤하늘의 은하수와 별을 마음껏 볼 수도 없을 것 같아서 또 안타까웠다.  

   지금도 몽골 초원 어딘가에서 조드로 가족과 같은 가축을 잃고도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쥬게르(괜찮아)! 쥬게르(괜찮아)!’ 외치며 불굴의 의지로 고난을 딛고 일어서고 있을 유목민들에게 마음 속으로 힘찬 응원을 보낸다.

이상원 사진가 swl5836@naver.com
이상원 사진가 swl5836@naver.com

   이번 출사 여행은 차량 운행 거리 왕복 2,300km가 넘는 대장정이었다. 몽골 여행에서 흔히 겪는 차량 고장이나 자잘한 사건, 사고 없이 무사히 여행을 마칠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

   여행이란 가기 전 준비과정, 현지에서의 체험, 돌아오고 나서의 여운 등을 모두 포함하게 된다. 이번 여행은 여운이 더 오래 갈 것 같다.

   내 안에 스스로 만든 울타리를 허물고, 가능과 도전의 지평을 넓히는 소중한 여정이었다. 또 더불어 살아가는 지구촌을 좀더 깊이 이해하게 되었다.

  이제 사람을 좀더 따뜻한 눈으로 바라보고, 세상에 대한 불평과 불만도 하나씩 털어낼 수 있을 것 같다. 이상원 사진가 swl583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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