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궁우리들, 대호 할아버지를 찾으러
다음 날, 팜스테이에서 밤을 보낸 궁우리들은 아침 일찍 궁터로 모였다.
"일요일이니까 실컷 연습해야지. 너희는 걱정 없지?"
유주가 궁터로 걸어가며 친구들에게 말했다.
"걱정하지 마, 너도 잘 쏠 수 있을 거야."
경주가 두 팔을 위로 쭉 뻗어 기지개를 켜며 대답했다.
"안녕! 다들 일찍 일어났구나!"
진옥 궁사가 궁터에서 아이들을 반겼다. 마흔 중반인 그녀는 아이들의 활쏘는 자세를 살피며 말했다.
"늘 말하지만, 활은 바른 자세로 쏴야 명중할 수 있다 했지?"
"네!"
아이들은 신나게 대답했다.
진옥 궁사가, 활을 들고 발바닥 그림에 선 아이의 자세를 바로 잡아 주자, 산이가 먼저 활을 당겼다. 다른 아이들도 차례로 활을 쏘았다.
아이들이 한 번씩 쏘고 다시 차례차례 쏠 때였다. 갑자기 땅이 흔들리고 바람이 세게 불었다. 활을 든 유주가 당황하며 외쳤다.
"어, 뭐야? 왜 내가 쏠 때 이런 거야?"
"무서워! 지진이라도 난 거야? 이렇게 강하게 느낀 건 처음이야!"
산이가 활을 움켜쥐며 말했다.
"좀 있으면 괜찮아질 거야. 잠시 쉬었다가 쏘자!"
진옥 궁사가 아이들을 한 곳으로 불러 모아 안심시켰다.
그 때, 호수로 내려가던 대호 교수도 갑자기 땅이 흔들리고 강한 바람이 몰아치는 것을 겪고 있었다. 평소 잔잔하던 호수에 갑자기 일어난 파도가 고래산기슭까지 몰려왔다.
다행히 땅이 곧 잠잠해져 아이들은 조금 불안했으나 조심스럽게 다시 활을 쏘기 시작했다. 계속해서 활을 쏘고, 윤서가 마지막으로 쏜 후, 모두 과녁으로 걸어가 화살을 뽑았다.
"와! 잘 쏜 것 같아."
윤서가 기쁜 표정으로 말했다.
"나도 제대로 맞힌 것 같아."
산이가 만족한 얼굴로 화살을 뽑으며 말했다.
"나도 이번엔 적중했어!"
윤서도 덩달아 웃으며 말했다.
"아, 아쉽다. 조금만 더 집중했어도!"
영서가 화살을 뽑으며 아쉬워했다.
"그래도 너희들은 꽤 잘했잖아. 조금만 더 연습하면 다 명중할 거야. 난 바람만 아니었어도! 휴! 그런데 얘들아, 오늘 할아버지 본 사람 있어?"
유주가 화살을 들고 걸어오며 물었다.
"맞아, 할아버지! 못 봤어!"
아이들은 눈을 동그랗게 떴다.
"아직 안 오신 거 아냐? 땅이 흔들렸는데 어떡해? 찾아봐야 하는 거 아니야?"
산이가 화살을 통에 꽂으며 말했다.
"그래. 할아버지가 우리한테 위험하다고 했으니 할아버지도 위험할 수 있어. 빨리 국장님한테 연락해 보자."
궁우리 아이들은 서로 걱정스러운 눈빛을 주고받았다.
4. 용등산 범굴 속으로!
"전화번호 모르지? 잠깐 기다려 봐!"
유주는 휴대폰 검색 창에 '선사세계 탐사국'을 입력했다. 곧 암각화연구소의 대표 전화번호가 뜨자, 망설임 없이 전화를 걸었다.
"안녕하세요? 저희는 궁우리인데요. 임하우 국장님과 통화할 수 있을까요?"
유주의 전화기에서 직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잠시만요. 국장님실로 연결해 드리겠습니다."
잠시 후, 단호하면서도 또랑또랑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여보세요? 임하우 국장입니다. 누구신가요?"
"안녕하세요, 국장님! 저희는 궁우리예요. 할아버지 때문에 연락드렸어요. 어제 비밀 임무를 맡고 떠나셨다고 들었는데, 오셨는지 궁금해서요."
"궁우리들이구나. 우리도 지금 연락을 기다리는 중이란다."
"네? 아직 연락이 없어요? 할아버지가 가신 곳을 말해 주세요. 저희가 찾아보려고요."
유주의 목소리에는 초조함이 묻어났다.
"음…… 이건 꽤 중요한 임무라서…"
임하우 국장은 잠시 망설였다. 하지만 이내 목소리를 가다듬고 말했다.
"가만, 어쩌면 너희가 선사세계 탐사국 일을 시작할 기회인지 모르겠구나. 한번 도전해 볼래?"
"진짜요? 저희가 뭘 하면 되죠?"
유주뿐만 아니라 친구들도 눈을 반짝이며 고개를 끄덕였다.
"너희가 여기로 와야겠구나. 먼저 테스트를 받아야 하거든. 통행증을 발급받아야만 교수님이 가신 곳으로 갈 수 있어. 일단, 용등산 중턱에 있는 범굴로 와. 연구원이 안내해 줄 거야."
"알겠습니다! 바로 갈게요."
유주는 전화를 끊고 친구들에게 말했다.
"우리 엄마한테 말하고, 바로 범굴로 가자!"
부모에게 허락을 받은 궁우리들은 서둘러 용등산 범굴 입구로 향했다. 그때가 오전 9시 30분경이었다.
5. 선사세계 탐사국
궁우리들이 용등산 범굴 입구에 이르자 한 연구원이 기다리고 있었다. 그들은 재빨리 굴속으로 들어가 무빙워크를 타고 이동하여 다시 유리로 된 엘리베이터를 타고 빠른 속도로 내려가서 바위 문 앞에서 멈추었다. 연구원이 버튼을 누르자 열린 문으로 궁우리 친구들이 나온 그곳이 바로 암각화연구소 기지였다.
연구원은 활 쏘는 사람 그림이 새겨진 바위 문 앞으로 궁우리 친구들을 데려갔다. 문 앞에서 연구원이 목에 걸고 있는 목걸이를 문에 대자 빛나는 작은 화살 문양이 나타났다. 그가 손가락으로 문양을 따라 그리며 작은 소리로 '바위에 새겨진 많은 이야기가 열리리라'라고 말하자 문이 소리 없이 열렸다.
"어서 와! 암각화연구소 선사세계 탐사 방에 온 너희를 환영한다!"
거기 있던 임 국장이 활짝 웃으며 궁우리들을 반겼다.
"국장님, 안녕하세요? 할아버지 연락은요?"
"아직! 이제부터 내가 시키는 대로 테스트를 받도록 하자!"
궁우리들은 국장이 시키는 대로 출입구 기계를 통과하고 오른쪽 엄지손가락 지문과 목소리를 등록했다. 머리카락 한 올씩을 기계에 넣자 분석이 이루어졌고, 이내 컴퓨터에 자료를 입력하자, 곧 3D 프린터에서 신분증 역할을 하는 목걸이가 출력되어 나왔다.
임 국장이 목걸이를 걸어주며 말했다.
"다 통과됐다. 축하한다! 이 목걸이는 너희 신분증이니 절대 잃어버려선 안 돼. 이걸로 모든 방과 선사세계까지 접근할 수 있다. 또 선사세계의 생물체들과 대화할 수 있는 기능도 있으니 특히 조심해라. 드나들어야 할 문은, 문에 목걸이를 대고 나타나는 암각화 문양에 따라 오른손 엄지로 그리고 '바위에 새겨진 많은 이야기가 열리리라'라고 말하면 지문과 목소리로 신분이 확인되어 문이 열린단다. 알겠지?"
"네!"
아이들이 크게 대답했다. 윤서가 목걸이를 보면서 말했다.
"신기한 기능들이 다 있네."
"멋진 목걸이야! 이걸로 할아버지를 찾으러 갈 수 있다니!"
"그래. 너희에겐 신기하겠지."
국장님이 말하고 있을 때 갑자기 방이 크게 흔들렸다. 아이들은 몸을 낮추고 벽을 붙잡았다.
"또 지진이야! 아까 궁터에서 느꼈던 것보다 더 세게 흔들려!"
산이가 놀라 외쳤다. 컴퓨터 모니터에 붉은 경고등이 번쩍이며, 기계에서 경고음이 울렸다.
"웅! 웅우우우우 웅! 웅우우우우……."
"이런! 긴급 상황이 발생했어!"
임 국장이 모니터를 보며 외쳤다.
"할아버지를 찾는 일보다 급한 거예요?"
흔들림이 가라앉자 유주가 다급히 물었다.
"대호 교수님을 찾는 것과 관련 있을 수 있어! 암각화 방으로 같이 가자!"
임 국장이 급히 말하고 밖으로 나갔다. 아이들도 얼른 문을 닫고 그 뒤를 따라 달렸다.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