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암각화 바위에 닥친 위험
"무슨 일이에요?"
유주가 임 국장을 따라 달리며 다급히 물었다.
"이럴 수가… 대호 교수님과 관련 없었으면 좋겠는데."
임 국장이 목걸이를 문 센서 부분에 갖다 댔다. 소리 없이 문이 열려 아이들이 그의 뒤를 따랐다. 문 안쪽은 벽면에 암각화 이미지들이 실시간으로 보였다. 방 중앙에는 반구천의 두 암각화 모형이 앞뒤로 전시되어 있었다.
"우와…!"
"진짜 암각화 같아요!"
아이들이 눈을 휘둥그레 뜨고 감탄하던 그때, 웅! 웅! 웅! 둔탁한 경고음이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천장에 붉은 경고등도 깜빡였다.
"다들 움직이지 마!"
임 국장이 낮고 단호한 목소리로 말하고 컴퓨터 앞으로 달려가 키보드를 두드리자 모니터에 수치들이 빠르게 바뀌며 다양한 그래프들이 나타났다. 아이들은 모니터를 바라보고 다들 놀랐다.
"무슨 일이에요? 위험한 거예요?"
유주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괜찮아. 자동 센서가 일시적으로 반응할 때도 있어. 방 내부에서 에너지가 급격히 변했을 때, 가끔 이런 경고가 울리기도 하거든…"
임 국장은 말은 그렇게 했지만, 화면을 바라보는 눈빛은 점점 더 어두워졌다. 잠시 후, 경고음이 멎고 붉은 불빛도 꺼지자, 아이들은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곧 암각화 속 붉은 빛도 사라졌다.
"아 다행이에요."
영서가 말했다. 임 국장이 한 숨 돌리고서 아이들을 바라보았다.
"여긴 이 연구소에서 가장 비밀스러운 방이야. 이 안에서 보는 것, 듣는 건 절대 밖에 말해선 안 돼. 지켜줄 수 있겠지?"
아이들은 입을 꾹 다문 채 고개를 끄덕였다.
"여긴 전 세계 암각화를 실시간으로 볼 수 있는 특별한 공간이란다. 암각화는 단순한 그림이 아니란다. 소원을 말하며 새긴 그림이지. 선사시대 사람들의 염원과 영혼이 담긴 기록이야. 현재 우리가 잃어서는 안 될 정서와 마음이 담겨 있어. 그림 한 점, 획 하나 하나 과학으로는 해석할 수 없는 것들이어서 우리가 귀하게 연구하고 있는 거란다."
유주가 바위 모형 앞에 서서 관심 있게 보았다.
"국장님, 이 그림은 뭘 의미하는 거예요? 사람들이 활을 들고 있는데……."
임 국장이 다가가 설명했다.
"그건 고래사냥 전 의식을 보여주는 거란다. 선사시대 사람들은 자연과 깊이 교감했어. 고래사냥이나 모든 사냥은 의식을 한 후 시행했지. 생명에 대한 존중과 감사의 마음을 담아 허락을 구한 후에 사냥을 했단다."
"와, 그때 사람들은 정말 자연을 소중히 여겼나 봐요,"
경주가 감탄했다.
"선사시대는 사람도 자연의 일부라 생각하고 자연을 의지했었지."
임 국장이 말을 한 후 중앙에 세워진 암각화에 다가가 유리처럼 생긴 패널을 터치했다. 암각화 위로 빛이 퍼지며 3D 홀로그램이 나타났다. 마치 눈앞에 실제 암각화를 가져다 놓은 것처럼 선 하나하나가 살아 있는 듯 빛을 내뿜었다.
"이건 최첨단 양자 주파수 시스템이야. 전 세계에 단 세 곳만 있는 기술이지. 선사세계의 에너지 파동을 감지해 실시간으로 보여주는 거란다."
임 국장이 홀로그램을 손가락으로 확대하자, 홀로그램 암각화가 확대되어 세부 문양이 떠올랐다.
"지금 이 홀로그램은 매 초마다 선사세계의 변화를 감지하고 있어. 보통은 아주 미세한 변화만 있지만, 오늘은 심상치 않은 일이 일어나고 있어. 여기, 방금 위험 경고가 울렸던 곳이 반구대암각화야!"
임 국장의 말에 산이가 몸을 떨며 떠듬대는 소리로 물었다.
"어디, 어디에요?"
"저기 반구대암각화에 생긴 틈 보이지?"
궁우리가 우르르 모여 바위를 보았다.
"이 틈이 왜 생겼죠?"
궁우리 친구들이 놀라 물었다. 임 국장이 모니터 화면을 보며 키보드에 여러 버튼을 눌러 입력했다. 화면에 다양한 그래프와 수치들이 나타났다.
"이 수치들을 봐. 너희가 느꼈던 지진 이후, 파동이 급격히 요동치고 있어. 이 바위 모형은 실제 선사세계에서 일어나는 현상을 보여주는 장치인데, 눈으로 그곳에서 일어나는 현상을 볼 수 있게 주파수로 연결돼 있단다. 이 틈은 지금 거북 나라에 위험한 일이 생겼던 거야."
"국장님, 거북 나라라면 반구대암각화가 있는 옛날 마을 이름이지요? 바위도 지금 있는 바위랑 똑 같은걸요."
유주가 뭔가를 알았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맞아. 현재 이 지역은 선사세계와 다르지 않아. 그 옛날 설화와 전설이 고스란히 전해져 오고 유적과 유물은 고대 사람들 삶을 알 수 있게 하지."
임 국장이 다시 키보드를 두드리자, 모니터에 원서 연구원 사진이 나타났다.
"사라진 원서 연구원은 바위 소리를 연구하고 있었는데, 혹시 이 틈이 원서 연구원의 실종과 연관이 있는 걸까?"
윤서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네? 바위에서 소리가 나요?"
"모든 물체는 고유한 주파수를 가지고 있어. 특히 수천 년 동안 같은 자리에 있는 이 바위는 수많은 소리와 에너지를 담고 있지. 원서 연구원은 바위 소리를 연구해 선사시대 사람들이 남긴 메시지를 캐고 있었던 거야."
임 국장은 서랍에서 작은 기계를 꺼냈다. 귀에 꽂는 이어폰 장치였다.
"이건 고주파 청음기야. 암각화 안에서 감지된 소리를 들어봐야겠구나."
"저도 들어봐요!"
호기심 많은 유주가 그것 하나를 귀에 꽂았다. 곧 유주의 눈이 커지더니 놀란 표정을 지었다.
"쿵쿵쿵 누군가 걸어가는 소리 같은 게 들려요!"
다른 아이들도 차례로 청음기를 귀에 대보았다. 다들 놀란 표정으로 서로를 바라보았다.
"바위 속에 사람이 걸어가고 있어!"
산이가 외쳤다. 다 놀란 입을 떡 벌리는데 경주는 크게 말했다.
"아, 이런. 그렇게 단단한 절벽이 깨어지고 바위 속에서 발자국 소리가 들리다니! 그렇다면 대호 교수 할아버지도 이 미스터리에 휘말리지 않았다고 볼 수 없겠는걸!"
임 국장은 재빨리 컴퓨터 앞으로 달려가 몇 가지 명령을 입력했다. 화면과 암각화에 대호 교수의 현재 위치로 추정되는 지점이 깜빡이기 시작했다.
"아, 이런! 지금 바로 움직여야겠어! 대호 교수님이 바로 위험 지역에 계셔. 바위틈이 확장되는 곳 바로 근처야. 너희가 특별한 임무를 맡아 줄 수 있겠니? 바위틈이 언제 닫힐 수도 있어."
"뭐예요? 어서 가요!"
"우리가 도와야 해요!"
영서와 윤서가 팔을 번쩍 들며 외쳤다.
임 국장은 급히 다른 방으로 뛰어가 비상용 가방을 가져오고 서둘러 아이들의 목걸이를 점검했다.
"너흰 목걸이 절대 잃어버리면 안 돼. 선사세계에서 유일한 통신 수단이자 생물체들과 대화할 수 있는 도구야. 헤어지게 되면 뒷면 작은 홈 두 번 눌러. 위치 추적돼."
"잠깐, 선사세계에 간다고요? 금방 갔다 올 수 있나요?"
경주가 불안한 표정으로 물었다.
"엄마한테 집에 늦는다고 얼른 알려. 우린 금방 떠나야 해!"
아이들은 각자 부모님께 전화를 걸었다. 모두 통화를 마치자 임 국장이 급히 문으로 향했다.
"대호 교수님의 생명이 위험할지도 몰라! 갈 수 있는 유일한 통로로 날 따라와!"
임 국장이 문을 열자, 아이들은 주저 없이 선사세계로 향했다.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