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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동화. 김미영 제공<br>
역사동화. 김미영 제공

 

퀴즈를 내 봐!

"그럴지도 몰라. 암튼 급해. 거북이가 내는 수수께끼를 푸는 수밖에!"

 임 국장은 침을 삼키고 거북이를 똑바로 쳐다봤다. 궁우리들도 숨을 죽이고 귀를 기울였다. 거북이가 목을 치켜세워 목청을 다듬었다.

 "거 봐요. 문제를 풀지 않으면 저곳으로 갈 수 없다니까요! 첫 번째 문제입니다"

 거북이가 말하는 순간, 갑자기 거북산 높은 바위로 두 줄기 햇살이 비쳤다. 궁우리 일행은 그쪽으로 모두 눈길이 쏠렸다. 그러자 햇살이 그 곳에 글자를 적어 나갔다.

 ★ 이 계곡에 있는 나무입니다. 열매가 식량이 되기도 하는 이 나무는 무엇일까요?    

 궁우리 친구들은 머리를 모으느라 눈빛을 주고받았다.

 "이건 퀴즈잖아? 혹시... 밤나무? 아니면 호두나무?"

 윤서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중얼거렸다.

 "아니야, 반구대암각화전망대 가까이에서 많이 봤어. 도, 도토리! 도토리나무야!"

 유주가 눈을 반짝이며 외치자 거북이가 앞다리를 흔들며 말했다.

 "퀴즈? 알았어. 답, 맞았어요! 통과! 두 번째 퀴즈입니다"

 그러자 햇살이 거북산 바위에 또 문제를 써 나갔다.

 ★ 이곳에 있는 산이에요. 동물을 닮은 산들을 말해 보세요.

 경주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중얼거렸다.

 "동물 닮은 산? 거북산 같은 거?"

 "맞아! 다른 산이 뭐가 있지?"

 지산이가 눈을 반짝 뜨며 손을 모으고 말을 이었다.

 "아, 알겠어요! 거북산, 고래산, 용머리산, 용등산요! 거북산에 올라가면 보인다고 진옥 궁사님이 말한 기억이 났어"

 "맞아요. 신기하게도 모습이 다른 여기 산들을 다 알고 있군요. 통과!"

 궁우리 친구들이 서로 손바닥을 부딪치며 기뻐했다.

 "이번은 좀 어려울걸요. 자 이번 문제는…"

 이번에도 거북이 말이 끝나기 바쁘게 햇살이 거북 바위에 글자를 적었다.

 ★ 식량창고가 되기도 합니다. 지금은 이곳에 있으나 몇 천 년 후에는 없어질 게 있는데, 뭘까요?

 "가만, 몇 천 년 후면 우리가 사는 현실 세계잖아. 우리가 사는 세상에는 없고 지금 여기는 있는 게 뭐지?"

 "글쎄 뭘까? 정말 어려운 문제네"

 영서와 지산이가 눈동자를 굴리며 임 국장을 바라봤다. 임 국장도 손가락을 머리에 대고 한참 생각하다가 자신 있게 말했다.

 "정답, 바다요!"

 "딩동 댕동! 이 바다가 몇 천 년 후엔 계곡이 될 거예요. 통과! 문제를 다 맞췄으니 비밀을 말하겠어요"

 "목적이 있다면 하늘과 바다와 땅이 아름다운 별빛 가득한 그곳을 바라보아!"

 거북이가 노래처럼 말을 하자 멈추어 있던 물이 다시 흘렀다. 그러고 거북이는 다른 노래를 흥얼거리며 계곡물 속으로 사라졌다.

 "그게 비밀이라고?"

 "맞나봐. 아, 배가 오고 있어!"

 영서의 말에 경주가 바다 쪽을 보며 외쳤다.

 "거북이가 부른 노랫말이 무슨 뜻이지?"

 윤서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물었다.

 "처음 들었지만 노랫말은 기억해 뒀어. '목적이 있다면 하늘과 바다와 땅이 아름다운 별빛 가득한 그곳을 바라보아!' 국장님, 빨리 가요! 원서 아저씨도 할아버지도 우리가 한 발 늦으면 더 빨리 위험할 수 있으니까요"

 경주가 바다가 보이는 곳으로 걸어가며 말했다.

 "우린 목적이 있잖아! 별빛 가득한 그곳이 어딘지 찾아보기로 하고 빨리 초록섬으로 가자!"

 임 국장이 말하면서 계곡이 끝나는 곳에 벌써 와 있는 배를 향해 걸었다.

 "괜찮겠죠? 제가 먼저 타 볼게요!"

 지산이가 외치며 배에 오르자 다른 이들도 쪼르르 달려가 배에 올랐다. 임 국장이 노를 저었다. 초록섬이 가까워지고 있었다.

 "저기 가면 원서 아저씨가 있으면 좋겠어요!"

 "희망을 가져. 이게 있잖아. 초록섬에 가서 아기고래를 만나는 게 우선이야"

 지산이 말에 임 국장이 휴대폰을 보이며 말했다. 궁우리들도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다가 유주가 불쑥 말을 건넸다.

 "근데, 얘들아, 거북이 갈 때 뒷모습이 왠지 안쓰러워 보였는데, 내 눈에만 그렇게 보였나?"

 "내 눈에도 그렇게 보였어. 아무래도 계곡에 혼자 있다 보니 외로운가봐. 우리랑 계속 놀고 싶었는지도 몰라"

 "그러게 말이야. 영서 너도 그렇게 봤구나"

 경주의 말끝에 궁우리 일행은 목을 빼 계곡을 한번 바라보고는 배를 타고 계곡을 따라 흘러가고 있었다. 멀리서 돌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려오더니 그 소리가 점점 가까이 들려왔다.

 "무슨 소리지?"

 임 국장이 힘껏 노를 젓던 손을 슬며시 멈추며 말했다.

 "이상해요. 이거 바위 새기는 소리예요?"

 "빨리 가 봐야겠어"

 임 국장이 말하고 노를 세게 저었다. 쪽빛 바다에 밀리는 파도가 초록섬 기슭에 닿아 부서지고 있었다.

 "저기가 초록섬이야!"

 임 국장이 배를 초록섬 방향으로 노 저어 가면서 말했다.

 "이야! 아기고래가 살기 딱 좋을 것 같아!"

 영서가 눈을 반짝이며 섬을 휘 둘러보고 외쳤다.

 "살고 있는지는 가 봐야 알 거야. 호돌이랑 영서 말이 사실이면 좋겠어"

 임 국장의 말에 윤서가 두 손을 들썩 들고 소리쳤다.

 "산신령 말과 전설을 믿고 우리가 여기까지 온 거잖아! 국장님, 저기에 배를 대면 되겠어요"

 윤서가 절벽에서 약간 야트막한 바위를 가리키자 임 국장이 그쪽으로 노를 저어갔다.

 "어차! 여기가 좋겠구나"

 임 국장이 배를 약간 움푹 들어간 곳에 갖다 댔다. 배에서 내린 궁우리 일행은 낮아 보였으나 제법 가파른 바위를 기어서 올라갔다.

 바로 그때였다. 머리 위에서 갑자기 날갯짓 소리들이 들려오더니 궁우리 일행 위를 덮어 오는 것이 있었다. 일행은 고개를 들어 볼 틈도 없이 갈매기 떼에게 둘러싸이고 말았다. 갈매기들이 시끄럽게 울어대며 위협하는 사이, 몇 마리가 재빠르게 배 밧줄을 풀어 섬에서 배를 멀리 떠내려 보냈다.

 사라지는 배를 보고 임 국장이 외쳤다.

 "무슨 짓이야? 누가 우리 배를 가져가라 했어?"

 궁우리들이 하늘을 나는 갈매기들을 쳐다보고 외쳤다.

 "너희들 왜 이러는 거야? 무슨 일로 이래?"

 "우린 사연바다 갈매기단이야! 여긴 우리 바다라고! 왜 함부로 쳐들어와?"

 가장 앞선 갈매기가 소리쳤다.

 "너희 눈멀었어? 우리가 침입자라니? 우린 급하고 중대한 일만 보고 갈 거야!"

 지산이가 고함쳤다.

 "거짓말! 또 자작나무 가져가려고 온 거잖아? 이번엔 어림없어!"

 갈매기단이 하늘에서 외쳤다.

 "고래산에 자작나무가 있다는 말은 들었어도 이 섬에도 자작나무가 있다고? 몰랐어. 우린 여기 사는 아기고래를 만나려고 온 거라고"

 유주가 소리쳤다.

 "정말이지? 아기고래만 만나고 간다는 거?"

 갈매기단이 큰 소리로 물었을 그때 우우우웅! 하는 소리가 들렸다. 그러자 갈매기들이 놀라 멀리 날아가 버렸다.

 "뭐가 오기에 저렇게 줄행랑이지?"

 궁우리 일행이 하늘을 바라보며 외쳤다. 물에서 우우우웅! 소리가 더 크게 들려와 궁우리 일행은 두 손으로 귀를 다 막았다. 더 큰 걱정거리가 생겼나 생각하고 걱정됐다. 

 바로 눈앞에 바닷물도 크게 흔들렸다. 궁우리 일행이 무서워 떨고 있을 때 눈앞에 큰 바위 섬이 불쑥 드러났다. 눈을 닦고 봤더니 그것은 고래였다. 궁우리 일행은 눈을 번쩍 떴다. 고래가 점프를 한 후 물 위로 불쑥 고개를 내밀고 물었다.

 "저들 때문에 골치야! 너희는 누구야?"

 "무서운 짐승이 오나 했더니, 고래잖아! 혹시 너 아기고래야?"

 임 국장이 얼른 다가가 물었다.

김미영 글·그림​​​​​​​'반구대 고래, 꽃무' 출간·울산문인협회 회원
김미영 글·그림'반구대 고래, 꽃무' 출간·울산문인협회 회원

 

 "아니, 내가 그렇게 작아 보여? 보다시피 난 엄마고래야! 그나저나 저 갈매기가 점점 늘어나 큰일이야. 오늘도 갈매기 떼가 물에서 노는 내 아기를 괴롭힐까 나선 길인데 너희도 우리 아기를 찾다니?"

 어미고래가 의아한 눈으로 물었다.

 "암튼 만나 반가워! 이 것 때문에 아기고래를 찾아 왔어"

 임 국장이 내민 휴대폰을 보자 어미고래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어머, 그걸 왜 네가 갖고 있지? 그건…… 그건 용에게 청어 떼를 몰아다 드리고 받은 소중한 선물인데! 우리 아기가?"

 어미고래가 깜짝 놀라며 말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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