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아버지를 찾기 위해 용에게로
"청어 떼를 몰아다 주고, 용에게서 받았다고요?"
영서가 눈을 깜빡이며 물었다.
"그래. 내가 몰고 온 청어 떼는 아주 기름지고 맛있어. 바다에 잘 나가지 않는 용이 요리해 먹기 아주 좋아하거든."
어미고래가 지느러미를 펄럭거리며 말했다.
"그럼, 용을 찾아 가야잖아. 용이 어디 사는지 좀 알려 줄 수 있어요?"
유주가 어미고래 눈을 보면서 물었다.
"그러지. 용한테 데려다 주는 일은 어렵지 않아. 그런데 배가 아까 멀리 가던데, 우선 내 등에 올라."
"와! 이런 일이!"
유주가 어미고래 등에 오르며 외쳤다. 그러자 아이들 셋이 이어 고래 등에 올랐다. 어미고래는 꼬리를 흔들며 헤엄쳐 나갔다. 그런데 얼마 가지 않아 헤엄을 멈추고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어디로 가더라?"
"뭐지? 길을 잃은 거요?"
영서의 말에 어미고래는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멍하게 멈춰 있었다.
"어떡하지? 땅이 저기니 이제 내려서 걸어도 되겠지? 걸으면서 찾아보자."
유주의 말에 아이들은 어미고래 등에서 내렸다. 그러자 어미고래도 바다에서 나와 꼬리로 땅을 딛고 올라와 길을 걸으며 일행을 안내하기 시작했다. 바닷가에 있던 임 국장과 윤서가 달려와 합류했다.
어미고래는 궁우리 일행 앞에 서서 계속 산길을 걸으며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저 계곡 본 적 있어요? 저 도토리나무와 자작나무는요……?"
지산이가 불안한 표정으로 어미고래에게 물었다.
"저 계곡으로 갔어야 했나? 아니야 이 길이 맞아."
어미고래가 걸어가며 중얼거렸다.
"뭐죠? 길을 모르는 거 아니에요?"
경주가 소리쳐 물었다.
"그런 것 같아. 요즘 내 머리가 깜빡깜빡하거든."
어미고래가 고개를 흔들며 말했다.
"우린 급한데! 용이 사는 곳을 알기는 해요?"
경주가 발끈하며 소리쳤다.
"모르면 내가 나섰겠어? 저 커다란 도토리나무까지 가면 생각이 떠오를 거야."
어미고래는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으로 말했다.
"아유! 할 말이 없어요!"
유주의 말에 궁우리 친구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때 임 국장이 코를 벌름거려 무슨 냄새를 맡으며 말했다.
"불 냄새가 나! 이건 마을이 있다는 거야. 잠깐 내가 보고 올게."
임 국장이 외치고 커다란 바위 위로 올라가자 궁우리 친구들도 따라갔다.
"연기가 보여. 용이 사는 곳을 아는 누군가를 만날 수 있을 거야."
유주가 외쳤다.
"그럴 거야! 그쪽으로 가 보자!"
임 국장이 안심하며 말했다. 어미고래 역시 그러자고 말하고 또 앞서 걷기 시작했다. 고래는 우우우웅 거리는 소리로 노래를 흥얼거리며 신나게 걸었다. 유주는 고래를 보고 쿡쿡 웃었다. 아주 엉뚱해 보였기 때문이다. 앞으로 이런 친구를 얼마나 더 만날지 웃음이 자꾸 나왔다.
"뭐가 재밌어 그렇게 웃는 거야?"
임 국장이 유주 어깨를 툭툭 치며 물었다.
"아니에요, 국장님, 이곳은 우리가 체험해보지 못한 세계잖아요. 이런 곳에서 우리가 원서 아저씨랑 할아버지를 찾을 수 있을까요?"
"우리는 같이 행동하잖아. 찾을 수 있을 테니 걱정 마!"
걱정하는 유주를 임 국장이 다독거렸다. 유주가 임 국장을 보고 빙그레 웃었다. 조금 후 궁우리 일행은 바닷물이 움집 앞까지 찰랑찰랑 와 닿아 있는 곳에 왔다.
"여기 물가에 집이 있어!"
지산이가 의아한 눈으로 외쳤다.
"물이 많은 신석기시대에 왔으니 물가에 집이 있는 거 당연하지. 우리가 그 세계에 있다는 걸 잊지 마."
임 국장이 궁우리 친구들을 둘러보며 말했다. 이때 고래보다 앞서 걷고 있던 경주가 외쳤다.
"어머나, 저게 뭐야? 와, 다들 저기 좀 봐봐! 저기가 어디지?"
경주가 커다란 도토리나무 너머를 가리키고 있었다.
"와아! 무슨 잔치라도 하는 걸까?"
경주가 눈을 휘둥그레 뜨고 말했다.
"정말 커다란 솥인걸! 가까이 가 보자!"
지산이가 식탁 가까이 다가가며 말했다.
"여기가 용이 사는 곳인가요?"
유주가 말하고 어미고래를 찾았으나 어미고래는 그 사이 어디로 빠르게 가고 있었다.
"어디 가는 거지?"
"여기가 아닌가?"
지산이가 걱정하자 유주가 어미고래 뒤를 보며 말했다.
"길을 잘못 든 걸까?"
"길을 잊지나 않았으면 좋겠어. 일단 우리는 용이 어디 사는지 물어보자."
임 국장이 햇살이 내리는 산을 보며 말했다.
궁우리 일행은 커다란 솥 가까이 다가갔다. 이곳에서 사라진 원서 연구원을 찾을 단서에 대해 듣고 싶은 간절한 마음으로 말이다. 걸음을 옮기면서 경주가 침을 꼴깍 넘겼다.
"솥에서 보글보글 끓고 있는 냄새에 참을 수가 있어야지."
경주가 배를 문지르며 또 침을 꼴깍 삼키자 아이들도 다 같이 침을 꼴깍 삼키고 웃었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란 말이 있더니, 지금 우리가 딱 그 지경이야!"
윤서가 말하고 다 솥 곁으로 다가갔다. 그런데 솥을 지키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하지만 아궁이에서 장작이 불타고 있는 것으로 보아 누군가가 있는 건 분명했다.
"불러 볼까?"
유주가 물었다.
"내가 갔다 올게."
지산이가 말하고 문이 있는 곳으로 달려갔다. 하지만 지산이는 걸음을 멈춰 서서 크게 외쳤다.
"물고기 비늘로 만든 벽이야! 집이 큰 물고기 같아! 마치 커다란 물고기가 살고 있는 것 같아!"
지산이가 집을 둘러보고 말했다. 경주는 다른 곳으로 달려가 코를 킁킁거리며 말했다.
"여기 좀 와봐! 맛있는 냄새가 진동해!"
"어디, 어디? 이 냄새는 생선 굽는 냄새잖아."
경주가 말한 곳에서 고소한 냄새가 풍겨 났다. 생선이 불 위에서 익어가며 기름을 자글자글 뿜어내는, 정말 맛있는 냄새였다. 침을 꼴깍 넘기며 지산이가 문을 똑똑 두드렸다. 그러자 얼굴에 미소를 가득 머금은 용 아주머니가 나타났다.
"와우! 반갑군! 너희들 벌써 왔어? 잠시 저기 가서 앉아 기다릴래?"
용 아주머니가 웃으며 일행을 반겼다. 일행은 용을 만나 기분이 아주 좋았다. 그런데 지산이가 뭔가 물어보기도 전에 용 아주머니가 호호호호 웃으며 말했다.
"호호호호 저기 식탁에 가서 앉아. 우리 아들 생일을 축하해 줄 손님을 데려온다 해서 일찍부터 준비를 했는데, 내 손이 워낙 커서 좀 늦어져 미안해."
아주머니는 바깥에 있는 커다란 식탁을 가리키며 말했다.
"용 아주머니, 안녕하세요? 저희들은 초대되어 온 손님이 아니라 무얼 물어보려고 왔어요."
"우리 아들 친구가 아니야? 난 용등산에 사는 엄마용인데 뭘 물어보려고?"
엄마용이 웃으며 말했다. 그때 아기용이 나타났다. 궁우리 일행이 아기용 뒤를 보았으나 초대해 오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친구들은?"
엄마용이 아기용을 보고 말하자 아기용이 시무룩한 표정으로 말했다.
"오늘 다 못 올 것 같아요. 그런데 이 손님들은 누구예요?"
아기용의 표정을 본 어미용이 갑자기 소리를 높였다.
"그래도 잘 됐구나! 오늘 넌 이 손님들 축하를 받으면 되겠네!"
궁우리 일행이 휴대폰에 대해 물어볼 틈도 주지 않고 아기용은 꼬리를 흔들며 궁우리 일행을 식탁으로 몰아갔다.
"자, 가자, 가자!"
『반구대 고래, 꽃무』출간
울산문인협회 회원
유주가 씩씩하게 식탁으로 걸어가 의자에 앉았다. 임 국장과 다른 친구들은 의아한 얼굴로 자리에 가서 앉았다.
"얼마 전에도 너희들과 닮은 사람이 왔다 갔는데……."
아기용 말에 궁우리 일행이 화들짝 놀랐다.
"뭐 우리 같은 사람? 혹시 이걸 갖고 있었어?"
임 국장이 휴대폰을 보이면서 물었다.
"그런 것 같기도 했고."
아기용이 우물쭈물 거리며 말했다.
"아, 내가 주운 걸 왜 너희가 갖고 있어? 어미고래가 청어 떼와 바꾸어 갔는데."
엄마용이 쟁반을 손에 든 채 휴대폰을 건너다보며 말했다.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