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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1년 고 정주영 회장은 조선소 설립을 위한 차관을 받기 위해 동구 미포 해변 사진 한 장과 외국 조선소에서 빌린 유조선 설계도 하나를 들고 유럽을 돌았다. 그 가운데 영국 버클레이은행 회장을 만나 우리나라 500원짜리 지폐에 그려진 거북선으로 설득해 차관 도입을 성공시킨 일화는 요즘도 세인의 입에 오르내리고 있다. 당시 현대중공업은 는 HD현대는 이를 바탕으로 1972년 조선소 건설과 동시에 선박 건조를 시작해 2년 만에 공장 준공과 함께 첫 선박을 인도했다. 말 보다 행동으로 보여준 고 정주영 회장의 불굴의 의지와 일에 대한 열정이 일으킨 신화였다. 

 이후 미포조선과 삼호중공업 등을 건립하면서 견고하게 성장했다. 한때 노동집약형으로 선박 수주의 물꼬를 띄웠다면 고부가가치 선박으로 선종을 변경하면서 '힘센엔진' 개발과 함께 기술 우위로 중국의 추격을 따돌리며 불황을 타개했다. 나아가 구축함, 잠수함 등 방산 분야까지 진출한 기술개발의 결실은 세계 최초 반세기 만에 5,000척의 배를 인도하는 대기록으로 실현됐다. 우리보다 훨씬 오래된 조선 역사의 유럽과 일본에서도 달성하지 못한 전무후무한 금자탑이다.

 1974년 1호선인 26만톤급 초대형 유조선 '애틀랜틱 배런(Atlantic Baron)호'를 시작으로 5,000호선인 필리핀 초계함 '디에고 실랑함'까지 68개국 700여 선주사가 고객이었다. 상선부터 군함까지 50년 동안 HD현대중공업에서 2,631척, HD현대미포에서 1,570척, HD현대삼호에서 799척의 선박 건조해 인도했다. 선박 한 척의 길이를 250m로 가정할 경우, 선박 5,000척을 한 줄로 놓으면 1,250km에 달해 8,800m 높이 에베레스트산의 140배가 넘는다. 조선업은 반세기 울산 주력산업으로 지역경제를 주도하는 효자산업이자 세계를 주름잡는 일류산업이다. 세계 해양 산업의 패러다임을 바꾼 도전의 역사가 앞으로도 계속돼 1만척의 신화가 이뤄지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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