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렁이는 바다에 몸을 맡기고 파도의 리듬에 맞춰 춤추듯 자유를 그려나가는 모습은 한 폭의 그림 같다.
지친 일상을 잠시 벗어나고 싶을 때, 답답한 마음을 파도에 씻어버리고 서프보드 위에 서 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강원도 양양 해변은 '한국 서핑의 메카' '파도의 성지'로 불릴 정도로 서퍼들이 몰리는 곳이다. 양양 하조대해수욕장에 있는 '서피 비치'도 그에 못지않게 뜨는 핫 플레이스다.
여름은 물론이고 겨울에도 서핑은 계속될 전망이다. 높은 파도와 적당한 수심으로 파도타기에 최적화돼 있어 '서핑 1번지'로 불리며, 서핑로드를 중심으로 색색의 파스텔톤 서프보드가 푸른 바다와 대조를 이루며 사계절 바다 위에 떠 있는 그림같은 풍경으로 절정을 이룬다.
무엇보다 북동·남동·정동 방향의 파도너울을 모두 받아 서핑 포인트가 다양하고 해변이 넓어 질 좋은 파도가 사계절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또 수심이 얕고, 해변 바닥이 모래여서 안전하기 때문에 처음 서핑을 배우는 초보자들도 안전하게 즐기기에 제격이라는 것이다.
서퍼들은 "겨울이 오히려 다른 계절에 비해 파도의 질이 좋아 서핑을 즐기기 안성맞춤"이라고 입을 모은다.
그런가 하면 양양 낙산사에서는 서핑과 명상을 결합한 프로그램이 도입돼 MZ세대 중심으로 큰 호응을 얻었다.
참가자들은 서핑 체험 외에도 낙산사 경내에서 파도명상, 일출명상, 소리명상, 요가형 108배, 모닝요가 등 다양한 힐링 프로그램에도 참여했다. 스님과의 즉문즉설 시간을 통해 마음을 돌아보는 시간도 제공됐다.
바다에서 찾는 몸과 마음의 조화인 셈이다.
파도가 있을 때 '나아가야 할 타이밍'과, 잔잔할 때 '쉬어야 할 타이밍'을 구분하는 지혜이다. 자연의 리듬을 받아들이듯, 인생의 리듬도 마찬가지다. '서핑이라는 도전'과 '명상이라는 휴식', '서핑이라는 전진'과 '명상이라는 물러섬'의 균형 속에서 우리는 더 멀리 나아갈 수 있다.
파도치는 날
성덕희
아무것도 손에 잡히지 않는 흐린 날은
바다보다 마음속 파도가 더 높다
차 한 잔 곁들인
시 한 줄이 파도를 쉬 재울까
아니면 애커빌크의 해변의 길손
클라리넷 연주가 나을까
따뜻한 시 한 줄
감미로운 노래 한 소절도
말을 잃어버리는 오후
무심히 내려놓은 통기타줄이
바람에 흔들린다
폭풍주의보 기별만으로도
샤콘느로 통곡하던 주전바다
지금 그곳에선
높은 음자리표로 솟궂치던 물기둥,
아직도 가슴을 쓸고 있을까
출렁이던 지난날
말없이 가만히 어루만지고 있을까
인생도 이와 다르지 않다. 파도처럼 끊임없이 다가오는 변화와 도전 앞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파도를 이기려 드는 것이 아니라 그 흐름을 읽고, 중심을 지켜 파도를 넘는 것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인생의 파도를 부정적으로만 보지 말자는 것이다.
잔잔한 물이 평화롭다고만 여겨질 수도 있다. 하지만 그 안엔 아무런 생동도, 성장도 없다. 파도가 있기에, 우리는 방향을 찾고 균형을 익힌다. 때로는 실패하고, 다시 일어나며 그 과정 자체에서 단단해진다. 내가 마음먹기에 따라 인생의 파도타기는 순간순간이 성장을 위한 즐거운 도전이 될 수 있다.
지나간 파도는 다시 오지 않는다. 그리고 똑같은 파도도 오지 않기 때문이다.
성덕희 시인은 2007년 울산문학, 2010년 문학공간으로 등단했으며, 2012년 울산시문학상과 작품상 2021년 울산시문학상 본상 등을 수상했다. 시집으로 <그 푸른 기별로>와 <별자리에서 길을 잃다>를 펴냈다. 전금순 울산시인협회 회장·시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