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중구에 위치한 외솔기념관이 개관 이후 처음으로 문화체육관광부의 '공립박물관 인증'을 획득했다. 전국 공립박물관을 대상으로 3년 주기로 운영 실적을 평가해 공공성과 전문성을 인정받은 기관에만 부여되는 이 인증은 외솔기념관의 운영 철학과 문화적 사명을 다시금 확인시켜주는 성과이자, 지역 공공문화시설 발전의 이정표라 할 만하다.
'공립박물관 평가인증제'는 단순한 행정 점검이 아니다. 설립 목적 달성도, 조직·재정 관리, 전시·교육 실적, 자료 관리 수준, 공적 책임 이행 등 총 13개 세부 지표에 걸쳐 박물관 운영 전반을 종합 평가하는 제도다. 2025년 인증은 2022~2024년 3개년의 운영 성과를 기반으로 이뤄졌으며, 외솔기념관은 이 까다로운 심사를 처음으로 통과했다.
외솔기념관은 2010년 개관 이후 한글학자이자 독립운동가였던 외솔 최현배 선생의 정신을 계승하는 데 매진해왔다. 특히 최근 몇 년간 변화는 눈에 띈다. 2023년 상설전시실의 전시물 전면 개편, 2025년 예정된 어린이 체험실 리모델링 등 하드웨어 개선은 물론, 외솔 토요 배곧·도전 탐험단·인형극 등 다양한 참여형 한글 교육 콘텐츠로 박물관의 체험성과 교육 기능을 강화했다.
이번 인증은 단지 시설 개선의 결과가 아니다. 중요한 것은 외솔기념관이 박물관의 공공성과 지역성, 교육적 사명을 균형 있게 구현하고자 했다는 점이다. 울산대학교, 성남청소년센터 등 다양한 유관기관과 협력하며 지역과 상생하는 운영 모델을 꾸준히 구축해 왔다. 이는 외솔기념관이 단지 정적인 전시 공간이 아니라, 살아 있는 지역 문화의 플랫폼으로 변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무엇보다도 외솔기념관의 존재 의미는 '박물관'이라는 공간을 넘어선다. 한글을 단지 문자 체계가 아니라 민족 정체성과 문화 자립의 상징으로 바라봤던 외솔 최현배 선생의 철학을 계승하는 이곳은, 문화의 본질을 보존하고 계승하는 박물관의 정체성과 완벽하게 맞닿아 있다.
다만 외솔기념관의 성과를 넘어 지역 공공문화의 가능성을 상징하는 지점이 돼야 한다. 울산 중구가 가진 역사와 정신, 그리고 문화적 자산을 기념관이라는 그릇 안에 녹여내고, 이를 교육과 체험을 통해 시민과 공유하는 일은 지역사회가 함께 지켜야 할 과제이기도 하다. 공공박물관의 진정한 가치는 건물이 아니라, 그 공간이 전하는 가치와 기억, 사람을 연결하는 문화적 울림에 있음을 보여줘야 할 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