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 시대, 재난의 양상도 복잡해지고 있다. 태풍이나 지진과 같은 자연재난이 산업시설에 충격을 주고, 그로 인해 폭발이나 유해물질 유출, 전력망 마비 등 2차 재난으로 이어지는 Na-tech(자연-기술 복합재난) 위험이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울산은 지금 이 복합재난의 잠재적 시험장이 되고 있다.
울산연구원 윤영배 박사가 최근 발표한 분석에 따르면, 울산은 국내 최대 규모의 석유화학단지를 비롯해 S-OIL 샤힌 프로젝트, 부유식 해상풍력 단지, LNG 저장시설 등 다수의 대형 산업시설을 보유한 도시다. 기후위기가 심화되는 가운데 이들 시설이 집중된 울산은 단순한 자연재난이 아닌, 연쇄적 재난(cascading disaster) 발생 가능성이 매우 높은 지역이다. 실제로 울산은 2016년 태풍 '차바' 내습 당시, 현대자동차 울산공장이 침수되며 생산라인 가동이 중단되고, 출고 차량 수천 대가 피해를 입는 등 약 3,000억원에 이르는 경제적 손실을 겪은 바 있다. 당시 KTX 선로 정전, 해안 공업지대의 마비 등도 함께 발생했다. 이 사례는 단일 재난을 넘어선 Na-tech 재난이 도시 기반과 산업 활동 전체를 마비시킬 수 있다는 경고였다.
이제 울산은 기존의 단일 재난 관리 체계에서 벗어나, 산업도시 특성에 맞는 통합형 복합재난 대응 전략을 수립해야 할 시점에 와 있다. 특히 Na-tech 재난은 특정 부처나 한두 기관의 대응만으로는 통제가 어렵다. 지자체, 산업단지, 에너지 기반 시설, 항만공사 등이 함께 참여하는 협력형 대응체계와 상시적인 위험 평가 시스템이 필요하다. 윤 박사는 울산시가 주도하는 Na-tech 전담 협의체 구성을 제안했다. 단순한 행정기구가 아니라, 지자체와 기업, 기반시설 운영 주체가 함께 참여해 평상시에는 위험 정보를 공유하고, 유사시에는 실질적 컨트롤타워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법적 기반과 제도적 위상을 갖춘 협력체계가 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기후위기가 일상이 된 지금, 재난은 더 이상 예외적 사건이 아니다. 울산처럼 산업이 도시 기반과 긴밀하게 맞물려 있는 지역일수록, 재난은 곧 경제 위기이자 사회 시스템 붕괴의 시작점이 될 수 있다. Na-tech 대응 전략은 단지 재난 관리 차원의 문제가 아니라, 지역의 지속가능성과 시민의 생존을 위한 기본 조건이 되고 있다.
